[김한준 기자의 e게임] 해리포터: 마법사 연합이 드러낸 AR게임의 명암

포켓몬고보다 발전한 콘텐츠-시스템...협동 콘텐츠만 부각된 점 아쉬워

디지털경제입력 :2019/07/12 11:18    수정: 2019/07/12 13:27

포켓몬고로 증강현실(AR) 모바일게임 바람을 몰고 왔던 나이언틱이 또 한 번 도전장을 던졌다. 나이언틱은 지난 달 28일 워너브라더스게임즈와 손잡고 '해리포터: 마법사연합(이하 해리포터)'을 출시했다.

나이언틱은 포켓몬고 때처럼 이번에도 GPS와 AR 기능을 적극 활용했다. 게임에 사용된 지도 데이터 역시 포켓몬고에 사용된 구글맵 기반 데이터이기에 사실상 해리포터는 포켓몬고의 뼈대 위에 세워진 성과 같은 게임이다.

이용자는 스마트폰을 들고 돌아다니면서 해리포터 원작 소설이나 영화에서 봤던 각종 성물이나 인물을 만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해리포터를 구출할 수도 있고 마법이 부여된 아이템을 수집하게 된다.

이는 이미 포켓몬고를 통해 한 번 경험해봤기에 더 이상 새로울 것 없는 행동이다. 그럼에도 재미있다. 게임의 콘텐츠가 더욱 풍성해지고 현실을 배경으로 스마트폰 화면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몬스터의 그래픽과 동작이 향상됐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타이밍에 맞춰 공을 던지듯이 스마트폰을 휘두르는 수준이 아니라 실제 해리포터 소설 속 인물들이 주문을 외울 때 그랬던 것처럼 손가락으로 화면에 도형을 그리며 포획과 수집을 할 수 있다. 도형을 정확하고 빠르게 그릴수록 성공 확률이 높아지는 시스템을 적용해 확률이 아닌 이용자의 실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점도 달라진 점이다.

화면에 비춰진 캐릭터는 더욱 사실적인 느낌으로 구현됐다. 정면에서만 바라볼 수 있었던 포켓몬고와 달리 해리포터에서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화면을 비추며 한 바퀴를 돌면 캐릭터의 옆모습과 뒷모습까지 그대로 볼 수 있다. 실제 날씨가 게임에 그대로 적용돼 날씨에 따라 만날 수 있는 몬스터와 아이템의 종류가 달라진다는 점도 재미있는 점이다.

포켓몬고가 체육관에서 다른 이용자와 포켓몬 배틀을 하는 경쟁 콘텐츠를 강조했다면 해리포터는 협동을 강조했다. 전작과 비슷한 행동을 하면서도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다. 이용자는 오러, 마법동물학자, 교수 등 각기 다른 직업 중 하나를 택해 게임을 진행 할 수 있으며 요새를 공략하기 위해서 다른 이용자들과 직업 상성을 고려해 파티를 맺는 RPG 특유의 재미도 느낄 수 있다.

해리포터는 포켓몬고에 비해 콘텐츠는 더욱 풍성하고 시스템은 견고해진 게임이다. 하지만 게임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두 개의 축이 어색하게 맞물려 있는 느낌이다. 해리포터가 출시 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거두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마트폰을 내비게이션처럼 들고 다니면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해리포터의 플레이 형태는 호그와트를 중심으로 한 비교적 제한적인 지역 내에서의 활약상을 다룬 원작 IP 속 등장인물의 모습과 크게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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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고가 성공할 수 있던 것은 포켓몬 IP가 오랜 기간에 걸쳐 ‘포켓몬을 잡기 위해서는 산과 들을 돌아다녀야 한다’는 개념을 알려 이용자들이 이를 받아들인 IP이기 때문이다. 포켓몬과 해리포터의 근본적인 차이다. 해리포터가 과연 GPS 기능에 적합한 IP인지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콘텐츠가 협동에만 치우쳤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RPG를 표방하는 게임 대부분이 PvP와 PvE를 아우르는 이유는 한 가지 재미만 강조해서는 게임에 쉽게 질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해리포터가 워낙에 원작자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IP이기에 원작에 없는 요소를 게임에 넣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추측은 할 수 있지만 게임 이용자 측면에서는 게임이 단조롭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