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는 왜 페이스북 리브라 분석 보고서 냈을까

"세계 금융당국 우려 목소리와 같은 맥락에서 봐야"

컴퓨팅입력 :2019/07/10 08:53    수정: 2019/07/10 16:55

금융위원회가 페이스북 암호화폐 리브라 관련 보고서를 공개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리브라가 기존 금융 시스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 보고서의 결론은 다소 부정적이다. 전세계 이용자 24억명에 이르는 페이스북이 암호화폐를 발행할 경우, 정부와 중앙은행 통제 아래 작동하고 있는 금융 시스템과 은행 산업은 물론 금융 소비자에게도 여러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위는 이번 보고서가 리브라에 대한 공식 의견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가 특정 암호화폐에 대해 보고서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인 만큼 그 배경과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금융 및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금융위의 이번 보고서 공개가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세계 주요 통화국이 페이스북 리브라를 견제하고 있는 상황과 같은 맥락에 있는 활동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금융 규제 당국도 페이스북 리브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진 것으로 봐야한다는 해석이다.

금융위 보고서 "리브라, 금융 안정성 저해할 것"

리브라는 페이스북이 송금 및 결제 서비스에 활용하기 위해 내년에 발행할 자체 암호화폐다. 페이스북은 리브라를 개인 간 송금에 먼저 활용하고 이후 온오프라인 결제는 물론 뱅킹, 대출, 신용 거래 등 모든 금융 서비스에 이용할 수 있도록 기능을 확대할 예정이다.

사실상 정부나 중앙은행 통제 없이 유통되는 통화를 만들고 은행 등 금융기관의 역할까지 제공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지난 5일 작성된 금융위 보고서도 이 부분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보고서는 리브라가 금융안정성을 저해하고, 금융위기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24억명에 이르는 페이스북 사용자가 은행예금의 10분의 1을 리브라 이전할 경우 리브라 적립금이 2조달러를 초과하게 되는 데, 이는 은행들의 지불능력 하락과 대출금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위기나 외환위기 시 법정화폐에서 리브라로 자금이 쏠리는 뱅크런이 발생해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자유로운 환전과 해외송금이 국제 자본 이동과 관련한 정책 대응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설명이다.

더불어 리브라가 은행의 통제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자금세탁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고, 중앙은행 통화를 대체 또는 병행하게 되면 통화정책 효과도 떨어질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또, 금융 시스템과 함께 은행산업과 금융 소비자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금융위 보고서는 전망했다.

페이스북 리브라 출시로 해외 송금 분야에서 은행 수익이 저해될 가능성이 있고, 페이스북이 다른 영역에서도 은행 산업과 경쟁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이다.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도 환손실 발생 위험, 전통 금융 이용에 따른 금융혜택 배제, 개인 정보 유츌 우려 등 부정적 영향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 리브라 파트너 업체(이미지=페이스북 리브라 백서)

"금융위 보고서, 페북 견제 나선 세계 규제당국에 보조 맞춘 것"

금융위는 이번 보고서가 리브라에 대한 금융위의 공식 의견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보고서를 만든 금융위 혁심금융과 관계자는 "보고서 맨앞에 표기된 것처럼 금융위 공식 의견은 아니고 국내·해외 언론과 국제 감독기관 발언을 요약 정리하는 자료"라고 선을 그었다.

보고서를 만들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정책방향 결정하는데 참고하기 위해 다양한 사안에 대해 조사를 하는 게 일상적인 업무"라며 "페이스북 리브라 같은 사안은 한 두 국가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니까 글로벌 동향을 주시하는 차원에서 살펴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계 주요국 금융 정책 당국자들이 페이스북의 리브라 발행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와 규제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와중에 금융위가 부정적 평가를 부각한 보고서를 공개한 만큼 의미를 부여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사진=금융위 보고서)

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이미 세계 주요통화국이 페이스북 리브라를 들여다 보고 규제를 준비하고 있는데 우리 금융위도 뭔가 내놓지 않으면 손놓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있지 않겠냐"며 우리나라 금융 규제 당국도 페이스북 리브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금융위 보고서에 부정적인 내용이 부각된 것을 두고는 "당연한 결과"라는 해석이 많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당국 입장에서 국가 통제 아래 있었던 통화 정책이 사기업 손에 들어가게 되는 상황 자체를 굉장히 위험하게 볼 수 밖에 없다"며 "실행력이 있는 페이스북이 암호화폐를 만든다고 하니까 금융위도 그런 부분을 당연히 우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영국-프랑스 등 주요국 금융당국도 페북 리브라에 우려 표명

페이스북 리브라가 발표되자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 국가 금융 당국은 즉각적으로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미국 하원은 지난 2일 리브라가 글로벌 금융시스템에 초래할 위험에 대해 조사한 뒤 프로젝트를 추진하라며 페이스북에 리브라 개발 작업 중단을 요청했다. 미국 상하원은 이달 중순 페이스북 리브라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마크 카니 영국 중앙은행 총재는 "리브라는 반드시 안전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발행되지 못할 것"이라며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리브라를 감독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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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루아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페이스북이 금융 거래 도구를 만드는 것에 반대하지 않지만 주권 통화가 되기 위한 도구를 만드는 것에는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 캐나다 등 주요 7개 국의 모임인 G7에서도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페이스북 규제 방법을 연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