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건준 크루셜텍 대표 "DFS로 스마트폰 시장 흔들겠다"

[방은주기자의 IT초대석] "첨단 기술 창업 줄어 걱정"

중기/벤처입력 :2019/07/01 11:22    수정: 2019/07/02 18:13

"크루셜텍을 유니콘 반열에 올려 놓을 진짜 어려운 기술을 개발중입니다."

최근 판교 본사에서 만난 안건준 크루셜텍 대표는 DFS(Full Display Fingerprint Solution)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DFS는 스마트폰 전체 화면을 지문인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차세대 스마트폰용 UI 기술이다.

안 대표는 DFS에 대해 "UI 기술의 새 혁신"이라며 "정말 어려운 기술이다. 상용화하면 애플 등에서 서로 가져오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루셜텍은 이 기술을 1~2년내 상용화할 계획이다.

크루셜텍은 스마트폰 등 휴대기기 입력장치 전문기업이다. 2001년 4월 안 대표가 설립했다.

크루셜텍은 2007년 '광학트랙패드(OTP, Optical Trackpad)'를 내놓아 세계 휴대폰 시장을 흔들었다.

OTP는 휴대폰에서 PC의 마우스 커서와 같은 역할을 하는 제품이다. 당시 세상에 없던, 휴대폰 입력장치의 판(版)을 바꾼 '게임 체인저'가 됐다.

안 대표는 "회사 창업후 4년간 사력을 다해 연구개발한 끝에 OTP 개발에 성공했다"며 "약 3억 5000만개를 세계 시장에 공급했다"고 밝혔다.

크루셜텍은 OTP에 이어 2014년에 지문 인식을 추가한 'BTP(Biometric TrackPad)'를 선보였다.

안 대표는 "BTP는 IC칩, 알고리즘, 모듈 등 3가지가 핵심 솔루션"이라며 "이 세가지 모두를 보유한 곳은 우리가 유일하다"고 덧붙였다. 세계 18개 스마트폰 업체들이 BTP를 사용하는데, BTP를 채택한 스마트폰 모델도 100개가 넘는다.

크루셜텍은 OTP가 세계적으로 히트하면서 매년 수출 실적을 새로 썼다. 2008년 수출 천만불 탑을 시작으로 3천만불(2009년), 7천만불(2010년), 2억불 수출의 탑(2011년)을 해마다 받았다.

BTP에 이어 크루셜텍은 DFS라는 또 다른 '게임체인저'를 1~2년안에 내놓을 계획이다. 바이오와 수술로봇이라는 새로운 영역에도 도전한다.

안건준 크루셜텍 대표 겸 벤처협회장. 삼성전자와 벤처기업을 거쳐 2001년 크루셜텍을 설립했다.

안 대표는 "숨을 내쉬면 15가지 질병을 체크 할 수 있는 바이오 제품과 가성비가 세계최고 수준인 수술 로봇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 대표 책상에는 현미경이 한대 놓여 있다.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탓이다. 대학(부산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그는 삼성전자 연구원과 벤처기업 CTO를 거쳐 18년전 크루셜텍을 설립했다. 3만여 벤처기업의 협회장(10대)도 맡고 있다.

'인정승천(人定勝天)'. 안 대표가 좋아하는 말이다. 사람이 뜻을 정하고 노력하면 하늘을 이길 수 있다는 말이다. 안 대표는 "2년전 이 말을 처음 봤는데 너무 좋아 액자로 만들었다"며 "회의실에 비치해 놓았다"고 설명했다.

DFS 등을 앞세워 '승천'의 꿈을 안고 있는 안 대표에게 올해 사업계획 등을 들어봤다. 안 대표는 "올해 턴어라운드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크루셜텍 설립 배경이 궁금하다

"대학 졸업후 1990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약 7년간 일했다. 주로 요소 기술을 개발했다. 반도체, 정보통신, 가전, 컴퓨터 등 품목을 가리지 않고 요소 기술을 개발해 해당 부서에 보냈다. 당시 기술을 보는 시각이 상당히 넓어졌다. 삼성에서 많은 걸 배웠다."

-삼성 이후 바로 창업을 했나.

"아니다. 삼성에서 나와 럭스텍이라는 광통신 벤처회사에 들어갔다. 최고기술임원(CTO)을 맡아 3년 반 정도 일했다. CTO였지만 기술 개발은 물론 마케팅, 자금 유치까지 총괄했다. 사장처럼 일했다. 하지만 주주로 참여하지 않아 한계가 있었다. 럭스텍에 있으면서 회사를 차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크루셜텍을 세웠다."

-크루셜텍은 무슨 뜻인가

"크루셜(Crucial)의 사전적 의미는 중대한, 결정적이란 뜻이다. 평범하지 않은 기술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독보적인, 똘기가 있는, 상상하기 힘든, 이런 회사를 만들고 싶어 크루셜텍이란 이름을 지었다."

-미국 마이크론이 크루셜텍이란 이름을 쓰지 말라고 했다던데

"미국에 상표 등록을 하려는데 마이크론이 이의를 제기했다. 당시 마이크론은 최대 반도체 회사였다. 크루셜텍이란 단어가 너무 소중하고 귀한 단어라 한 회사가 독점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래? 그럼 그냥 쓰자고 밀어붙였다. 나중에 알고보니 마이크론이 내부에서 쓰는 기술 용어에 크루셜텍이 있었다."

-회사 첫번째 제품이 OTP인데

"2007년에 처음으로 출시했다. 현재까지 3억 5000만대 정도 공급했다. 첫번째 고객은 일본 후지쯔다. OTP 후속 제품인 BTP는 2014년에 출시했다. 역시 첫 고객이 일본 후지쯔다. 후지쯔, 샤프, 소니, 교세라 등 일본에서 살아남은 휴대폰 4개사 모두에 공급하고 있다."

-OTP 사업을 하면서 특허와 관련해 얻은 교훈이 있다던데

"OTP 세계 시장의 100%를 거의 다 우리가 차지했다. 원천기술을 개발한 특허가 있기 때문이다. 특허로 경쟁사를 철저히 차단했다. 하지만 이게 좋은 게 아니였다. 시장이 커지지 않더라. 특허는 양날의 칼이다. 특허를 너무 밀어붙이면 시장을 축소시킨다. 지나치게 자기 기술을 강제하면 안된다. 생태계를 만드는게 중요하다. 이걸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BTP에서는 이런 전략을 안썼다.(웃음)

-미국 생체인증전문기업 어센텍과도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던데

"지문인식 칩이 필요해 누가 제일 잘 만드나 살펴보니 미국 어센텍이였다. 어센텍과 손을 잡기 위해 세번을 찾아갔다. 그런데 그때마다 문전박대를 당했다. 모바일 시장 진출을 생각하고 있던 어센텍이 우리를 경쟁 상대로 본 것이다. 겨우 설득해 2010년에 어센텍과 공동 개발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애플이 2014년 어센텍을 인수해버렸다. 우리도 인수를 고려했는데, 애플이 우리가 제시한 금액의 4배를 제시했다."

-'화웨이 사태'를 어떻게 보나. 국내에 반사 이익이 있을 것 같은데

"화웨이 사태로 4~5천만 정도의 스마트폰 수요가 화웨이 경쟁사로 갈 것으로 해외 애널리스트들은 추정한다. 당연히 우리 기업이 혜택을 볼 것이다. 화웨이는 올 4분기에 삼성을 제치고 세계 1위 스마트폰 기업이 되겠다고 공언해왔다. 이 것도 물 건너 갔다."

-삼성전자와 거래하고 있나

"올 1월부터 공급하기로 했고, 2월부터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계속 늘어날 것으로 생각한다."

-지난 2년간 적자였다. 올해는 어떤가

"2년간 적자였지만 손실액은 계속 줄었다. 올 1분기에는 16억 원으로 감소했다. 하반기에는 턴어라운드가 가능 할 것으로 본다."

-올해 매출 목표는

"작년 매출이 837억 이였다. 올해는 1천억 원 돌파가 가능할 것이다. 우리는 연구개발이 강한 회사다. 세계 최초 제품을 계속해 내놓으려면 연구개발이 강해야 한다. 매출의 5% 이상을 연구개발에 쓴다. 보통 국내 제조 기업은 2~3%다. 내년에는 현재의 정전식 제품 이외에 광학식 지문인식 제품도 많이 내놓을 계획이다."

-향후 출시할 DFS에 대해 말해달라.

"DFS는 UI의 혁신이다. 여러 손가락을 인식해 디바이스를 작동시킨다. 기술이 현재 보다 수십배 어렵다. 정말 어려운 기술이다. 디스플레이 회사랑 같이 개발해야 한다. 시제품은 만들었다. 1~2년안에 출시할 예정이다. 상용화에 성공하면 애플 등이 서로 가져오라 할 것이다. 상용화에 성공하면 크루셜텍은 1조원 가치 회사가 될 수 있다. "

크루셜텍의 새 병기 DFS. 여러 손가락을 인식해 디바이스를 작동할 수 있다.

-수술 로봇사업도 추진한다는데

"우리는 미세 나노 기술이 뛰어나다. 수술 로봇에 꼭 필요한 기술이다. 미국 Colubris MX와 손잡고 다빈치의 수술 로봇보다 더 좋은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올해 안에 FDA 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다빈치 제품이 승인을 받은 적이 있어, 우리 제품은 다빈치보다 빨리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오 제품은 어떤 제품인가

"사람이 입에서 후~ 하고 내뿜는 냄새를 가지고 폐가 이상한지, 간이 이상한 지 알 수 있는 아이템이다.

휴스턴 근처에 있는 Texas A&M 대학교와 3년째 제품을 같이 개발하고 있다. 입안에서 나는 구취를 가지고 15가지 종류 병을 알수 있다. 반도체 센서 외에 빅데이터와 블록체인 같은 SW적인 기술이 필요하다. 아직 상용화 사례가 없다. 올 연말에 시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크루셜텍이 출시를 준비중인 바이오 제품.

-5년후, 10년후 회사 비전은

"생체 인식 기반으로 반도체 센서를 만들고 이에 맞는 소프트웨어까지 만드는 회사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콘텐츠를 다 아우르는 완제품 회사가 되고 싶다."

-벤처기업협회 회장도 맡고 있다. 두번째 임기중인데, 기억에 남는 일은

"현 정부가 가야할 길을 지난 2년반 동안 제시해왔다. 스타트업 과 함께 스케일업 벤처도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는데, 이것이 정책에 반영됐다. 최근 대통령을 모시고 제2 벤처붐도 발표했다."

-공유경제는 어떻게 생각하나

"신산업과 구산업은 충돌이 불가피하다. 이분법 생각을 벗어야 한다. 신산업은 대단하고 구산업은 정리할 사업, 이런 이분법 사고는 안된다. 구산업에 대한 이해와 보상을 충분히 생각해야 한다. 특히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끊임없이 상대를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한다. 신산업 주체들도 한발 물러서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관련기사

-첨단 스타트업을 키워야 한다고 말해왔는데

"아이디어만 있는 스타트업 말고 첨단 스타트업을 키워야 한다. 첨단 스타트업은 남들이 못하는, 남들이 없는 신기술을 가지고 창업하는 스타트업이다. 대기업이나 연구소, 대학에서 근무하는 석박사 연구원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이 창업을 해야 한다. 아이디어만 가지고 하는 쉬운 창업 말고, 첨단 스타트업 창업이 많아져야 한다. 어려운 창업이 씨가 마르고 있어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