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CASE' 시대에 필요한 완성차 업체 자세

[이우종 칼럼] 전기전자 아키텍처 구축해야

전문가 칼럼입력 :2019/06/28 13:49    수정: 2019/06/28 13:59

이우종 서울대 산업공학과 객원교수
이우종 서울대 산업공학과 객원교수

미래 자동차 산업의 키워드는 바로 연결성(Connectivity), 자율주행(Autonomous), 공유(Shared&service), 전기구동(Electric drive)을 함축한 단어의 ‘CASE’다.

CASE 시대는 완성차 OEM 시장 뿐만 아니라 구글 등의 IT 업체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 미래의 자동차 산업이 친환경차로서 위상을 높여 가는 전기차로 탈바꿈한다면 그나마 OEM 고유의 진입장벽으로 지켜 온 엔진제어장치에 대한 노하우가 유명무실화되고, IT 기업에게도 동등한 기회가 부여될 수 있다.

완성차 업체는 이같은 상황이 기회가 될 수 있지만, IT업체와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한다.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위기가 다가올 수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기회와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 위해 우선적으로 고려할 사항은 급증하는 ECU(전기제어장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E&E(전기전자) 아키텍처를 준비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이의 효과적 정립을 위한 몇 가지 필수 요소를 제언하고자 한다.

현대기아차 모바일 기반 전기차 튠업 기술 앱 (사진=현대기아차)

첫째, ECU 증가로 개발 복잡도가 급증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하여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계층화로 단순화해야 한다.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드웨어로부터 독립화하기 위해 제정된 세계적 표준 오토사(AUTOSAR, 자동차 오픈 시스템 아키텍처) 구조를 안착하는 아키텍처 정립이 필수적이다.

오토사 기반의 아키텍처는 하드웨어 공급자, OEM, 그리고 부품업체 사이의 개발책임과 역할을 분명히 하는데, 이는 OEM이 기본 소프트웨어를 체계화하는 작업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아울러, ECU의 자원배분 최적화를 위해 가상화를 통한 소프트웨어의 통합도 활발히 전개될 것이다.

둘째, 빠른 기술변화에 대처 가능한 적응형 플랫폼 구조를 지향해야 한다. 자동차는 보유기간이 최소 3년 이상인데 반해 IT 기술의 발전 속도는 휠씬 짧으므로 이를 해결할 방책을 초기부터 고려하여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

소프트웨어의 경우 개발 기간 동안 변화하는 최근 기술이 반영되도록 하는 민첩개발방법론이 적용될 것이고, 개발완료 후에도 이동통신기술을 활용하여 수시 갱신 가능하도록 OTA(무선전송기술) 적용이 필수화 될 것이다. 하드웨어 경우도 중요 기능을 탑재한 마이크로프로세서 등은 갱신 가능하면서도 입출력단의 주변기기는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플러그인 시스템을 고려해 볼 수 있다.

OTA 업데이트 방식이 적용되는 차들이 확산될 전망이다. (사진=씨넷 'Car Tech 101' 영상 캡처)

셋째, 차량 라인업에 동시 적용이 가능한 가변형 플랫폼 구조여야 한다. 소형차에서 대형차까지를 아우르는 E&E 아키텍처이면서도 세그먼트별 특화 요구는 개별적으로 처리 가능한 가변구조를 가져야 한다.

넷째, 중요도가 증대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대한 플랫폼 전략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그간 오디오, 비디오 및 내비게이션을 집약한 시스템으로 취급되고 발전되었으나, 스마트폰으로 촉발된 사용자편의성을 자동차에 접목하기 위한 방향성에 발맞춰, 이제는 명실상부 운전자 및 승객과의 소통을 담당하는 차량내포탈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운전자 및 승객과의 교감이 필요한 제반 정보를 다루던 계기판이나 공조시스템 정보는 물론이고 텔레매틱스 및 클라우드를 비롯한 통신기능이 인포테인먼트와 통합되면서, 이를 효과적으로 다루는 OEM이 경쟁력을 갖는 것이다.

참고로, 인포테인먼트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은 개방형 운영시스템이 적극 활용되고 있는데, 이는 구글사의 안드로이드와 자동차사 연합의 GENIVI로 대별된다. 이에 대한 신중한 선정은 플랫폼의 기본 골격과 구조화의 방향성을 제시할 것이다. 여기서 OEM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운영체계의 버전업과 차량개발 시점을 조율하면서 BSP(보드 지원 패키지; 하드웨어를 작동시키기 위한 소프트웨어 묶음)를 포함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특히 미들웨어) 제공자를 통합하며 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체계를 갖추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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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 승객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즐길 수 있는 삼성전자 '디지털 콕핏 2019' (사진=삼성전자)

마지막으로, 다가오는 5G 이동통신 및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에는 대용량 데이터 전송이 요구되므로 이에 대비한 차량 내 네트워크 아키텍처를 고도화할 필요성이 있다. 차세대 응용 분야인 CASE에서 다루는 데이터의 용량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기에, 기존의 단순 랜(LAN; Local Area Network) 네트워크 구조인 캔(CAN; Controller Area Network)으로는 수용이 불가할 것이며, 중앙에서 기능간 ECU를 조정하는 중앙처리장치 및 중앙게이트웨이의 도입이 일반화되면서, 고속통신 프로토콜 이더넷(Ethernet)의 활용이 증가한 고속네트워크 구조가 등장할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를 요약하면, 미래자동차 산업이 지금의 강자에 의하여 지속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IT 강자가 진입하여 변화를 촉진할 것인지는 누가 E&E 아키텍처를 경쟁력 있게 갖추냐에 달려 있다. 과거의 자동차 산업 승자가 하드웨어의 플랫폼화를 성공적으로 제시한 업체였듯이, 미래의 자동차 산업의 승자는 E&E 아키텍처를 체계적으로 갖추고서 이에 적합한 소프트웨어의 개발을 촉진하는 자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E&E 아키텍처 생태계를 조성하는 이해관계자들과의 긴밀한 협업이 필수적임을 유념하여 개발 초기부터 OEM, 부품업체, 개발솔루션 제공자간의 역할 분담을 전제하고 자원 배분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우종 객원교수

전 LG전자 VC사업본부장 사장, 전 브이이엔에스 대표이사, 2019년 미국 미시간대학교 한국총동문회 자랑스러운 동문상, 2003년 제40회 무역의 날 대통령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