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배터리 재활용' 잰걸음…수명다한 車배터리 다시 쓴다

정부-현대차, '사용 후 배터리 자원순환체계 구축 MOU' 체결

디지털경제입력 :2019/06/26 14:17    수정: 2019/06/26 15:02

정부와 자동차 업계가 수명을 다한 전기자동차 배터리 등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사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추진한다.

전기차 폐배터리 활용 산업은 향후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성능평가나 재사용 방안에 특별한 기준이 없는 틈새시장으로 꼽힌다. 이에 정부와 업계는 관련 분야를 빠르게 선점,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는 26일 오전 제주테크노파크에서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자원순환체계 구축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협약식에는 제주특별자치도와 경상북도 등 2개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과 현대자동차 등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번 협약은 앞으로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전기차 폐배터리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 추진됐다. 중앙부처와 지자체, 그리고 자동차 업계가 협력해 폐배터리 산업을 육성하는 한편, 니켈·코발트·망간 등 경제적인 가치를 지닌 금속을 회수하는 '순환경제 모델'을 구축하자는 취지에서다.

GM사의 전기차 '볼트'에 탑재된 LG화학 배터리. (사진=LG화학)

■ 전기차 급성장에…폐배터리 처리 문제 부각

정부와 업계가 전기차 폐배터리 산업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전기차가 친환경 바람을 타고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올해 급성장해 연내 총판매량이 610만대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해 31%나 성장한 전망치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 수요는 연평균 19%의 성장을 지속해 2030년께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30%의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사용 후 전기차 배터리는 오는 2022년 이후 발생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기차 보급 대수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약 6만9천대로 집계됐고, 지금까지 지자체에 반납된 폐배터리는 112대로 나타났다.

또 제주테크노파크에 따르면 배터리 예상발생량은 내년 1천464대, 2022년 9천155대 수준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자료=SNE리서치)

정부 관계자는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는 잔존 가치에 따라 다양한 산업에 재사용할 수 있다"면서 "만약 재사용이 어렵다면 '유가(有價·값어치가 있는) 금속'을 회수하는 등 재활용도 할 수 있어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전기차 배터리의 잔존가치를 평가하거나 안전성을 보장하는 방법과 기준 등이 전무한 상황"이라며 "이번 사업은 지자체, 업계와 연계해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사업 모델을 발굴하는 데 목표를 뒀다"고 덧붙였다.

전기차가 늘어나면서 사용 후 배터리 처리 문제가 사회·환경 문제로 대두된 점이 사업 추진에 힘을 실었다는 분석도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사용 후 전기차 배터리는 쓸모없고 덩치가 큰 폐배터리라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아왔다"며 "사업 추진이 본격화되면 폐배터리 처리 문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다양한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어 효용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 배터리는 용량 대비 70% 정도라면 재사용이 가능해 전력을 필요로하는 가정용·산업용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며 "특히 전력 공급율이 낮은 지자체에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환경부 박찬규 차관, 유정열 산업부 실장, 원희룡 제주도지사. (사진=산업부)

■ 폐배터리 산업 육성에 정부-지자체-업계 합심

이번 업무협약으로 정부는 폐배터리 성능평가와 재사용·재활용 분야 연구·개발(R&D)을 지원하는 등 추진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다.

산업부는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재활용 분야 등 배터리 산업 생태계를 육성하고, 환경부는 유가 금속 회수 등 재활용체계를 구축한다. 또 제주도와 경상북도, 현대차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사업 모델을 발굴하는 등 협력체계를 만들기로 했다.

환경부와 경상북도, 제주도는 관련 연구 추진을 위해 전문 연구기관과 자동차 업계에 전기차 폐배터리를 제공한다.

전문연구기관과 자동차 업계는 차종별 폐배터리의 성능평가를 수행하고, 그에 따른 연구 성과를 공유한다. 특히 제주도와 현대차는 올 하반기부터 성능평가 기준 마련을 위한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26일 개소한 제주 전기차배터리 산업화센터.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유정열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은 "소비자들의 전기차 가치 예측이 가능해야 친환경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고 배터리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며 "정부는 효율적 전기차 가치 평가의 전제조건인 사용 후 배터리의 성능평가 등 관련 인프라 구축을 적극적으로 지원 중"이라고 말했다.

박천규 환경부 차관은 "미래에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를 활용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고, 유가 금속을 회수하는 것은 순환경제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국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한편, 이날 제주도는 제주테크노파크 내에 국내 1호 사용 후 배터리 성능평가기관인 '제주도 배터리산업화 센터'를 개소했다. 이 센터는 지난 2017년 산업부가 발표한 시스템산업거점기관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구축 사업에 3년간 총 188억원이 투입됐다.

연면적 2천457제곱미터(㎡)에 지상 3층 2개동으로 구성된 제주 배터리산업화 센터에는 연말까지 연간 1천500대의 전기차 배터리를 소화할 수 있는 장비가 들어설 예정이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회수와 상태별 활용분야를 발굴하고 안전성을 높여 관련 신산업 시장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