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실제

AI 활용 불안감보다 기대감 가져야

전문가 칼럼입력 :2019/06/26 10:44

민선 애피어 최고 과학자
민선 애피어 최고 과학자

최근 인공지능이라는 용어와 그 약어인 AI가 일반 용어처럼 거의 모든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AI의 진정한 의미는 불분명해지고, 이제 AI라고 하면 인간은 힘을 쓸 수 없는 자율 로봇들의 세상을 연상하는 일이 흔해 졌다.

본질적으로 AI는 텍스트, 이미지 및 기타 데이터를 이해하는 것과 같은 지능적인 행동을 보이는 기술 시스템을 의미한다. 사실 현재의 기술 발전 수준에 비춰 봤을 때 컴퓨터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시점은 한참 뒤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는 일상 업무에서 인간과 AI가 함께 작업함으로써 더 높은 효율과 더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AI에 대해 가지고 있는 막연한 환상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어디까지 진실인지, 그리고 AI가 현재와 미래에 구현할 수 있는 실제 기술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 데이터만 있으면 AI를 활용할 수 있다?

몇 년 전 비즈니스 리더들 사이에서 직관이 아닌 정보 기반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데이터 수집이 중요하다는 사실이 받아들여지면서 ‘빅데이터’가 모두의 관심사가 됐다. 자연스럽게 그 데이터를 분석해 의미 있는 정보를 찾아내기 위해 AI를 활용하게 되면서 최적의 데이터만 수집하면 AI를 적용하여 가치를 끌어낼 수 있다는 통념을 갖게 됐다. 물론, AI 시스템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 풍부하고 정제된 데이터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충분 조건은 아니다. AI 시스템이 작업을 수행하고 결과물을 도출해 내기 위해서는 고급 알고리즘과 고성능 컴퓨터 플랫폼도 없어서는 안될, 데이터 만큼 중요한 필수 요소들이다.

■ AI는 가능한 모든 것에 활용해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AI는 확실히 비즈니스 및 사회 여러 분야에서 심도 있게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정확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지 않고 AI를 무턱대고 도입하려는 시도는 위험하다. 모든 부서나 비즈니스 프로세스에서 AI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불필요한 비용 부담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비유를 하자면 비행기가 현존하는 가장 빠른 교통 수단이지만 매일 매일의 출퇴근에는 적절하지 않고, 초고속 엘리베이터가 고층 빌딩에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2층 구조의 일반 가정집에서는 별로 필요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비즈니스 리더가 AI의 기능과 한계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적용할 경우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게 되고, 이는 향후의 투자를 꺼리게 만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실적으로 기업 입장에서 고려할 만한 비용효율적인 AI 도입 전략은 각 비즈니스 영역별 최상의 기존 솔루션이 무엇인지 찾아보는 것이다. 많은 AI 전문 기업들이 제공하는 솔루션들은 각 특정 업무 담당자 스스로 AI를 활용해 보다 나은 의사결정을 내리고 결국 비즈니스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 머신러닝 과학자만 있으면 AI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다?

인공지능(사진=이미지투데이)

고급 AI 시스템은 엄청나게 복잡하며 머신러닝 과학자들이 하는 역할은 한 부분일 뿐이다. 엔지니어, 과학자, 프로젝트 매니저들로 일단의 팀을 구성해야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견고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이는 또한 각 영역별 최고의 기술을 가진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커리어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 수백 년의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듯 새로운 신기술이 일상 업무를 자동화함에 따라 해당 기술을 관리감독하기 위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거나 또는 사람들이훨씬 더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일에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됨으로써 또다른 신기술을 발견하게 되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 AI는 인간의 능력을 능가하고, 결국 인간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될 것이다?

모든 면에서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 AI는 대체로 인류 고유의 것으로 간주되는 많은 특성이 아직은 부족하다. 연민, 공감과 같은 감수성 면에서는 물론이고 뉘앙스와 같은 미묘한 차이를 감지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의학적 진단과 같은 중대한 결정의 경우, AI가 담당 의사의 시간을 절약하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되지만 결국 데이터를 들여다보고, 과거의 병력과 생활방식 등을 고려해 최종 진단을 내리고, 이를 환자가 충격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연민을 담아 전달하는 것은 결국 사람인 의사의 몫이다.

■ 곧 로봇과 컴퓨터가 지배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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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자료 이미지(사진=픽사베이)

대부분의 성공적인 AI 시스템은 매우 제한된 특정 영역에서만 작동한다. 사람처럼 한 번에 많은 작업을 능동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소위 ‘만능 AI’는 아직 요원하다. 그보다는 최종 사용자인 사람을 가장 중요한 위치에 두고 설계된 인간 중심 AI가 AI 발전의 다음 단계가 될 것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사실 AI가 우리 인간과 똑같이 작동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우리가 잘하지 못하는 일에 능숙한 팀 동료처럼 우리를 보완해 줄 수 있는 AI가 필요하다. 인간 중심 AI란 감정, 연민, 창의력 등에 강점을 가진 인간과, 논리, 규모, 그리고 속도에 강점을 가진 AI 도구나 솔루션이 함께 어우러져 작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인간 지능(HI)과 인공 지능(AI)의 시너지로 인류 발전에 훨씬 많은 기여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여러 분야에서 AI의 활용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기보다 기대감을 가져야 한다. AI와 같은 새로운 기술들을 통해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필요에 맞게 최적화하고, 일상적인 업무를 자동화하면 인간은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어 또다른 인류 도약의 기회를 열어갈 수 있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민선 애피어 최고 AI 과학자

국립칭화대를 포함한 최고의 학교들에서 연구 활동을 해 온 인공지능(AI) 과학자다. 딥러닝계의 대모로 알려진 페이페이 리(Fei-Fei Li)를 비롯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AI 지도자들과 함께 이미지넷 프로젝트, 로봇 운영 시스템 (ROS) 및 마이크로소프트 키넥트의 인간 자세 추정 시스템 프로젝트 등에 참여했다. 현재는 애피어의 최고 AI 과학자로서 학계에서 진행중인 최신 기술 연구가 애피어 제품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