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사태’는 미·중 패권 전쟁인가

5G 시대 개막 앞두고 토론회 개최…보안 vs 미중 경쟁 주장 엇갈려

방송/통신입력 :2019/04/07 18:17    수정: 2019/04/07 18:19

미국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화웨이의 통신장비 도입을 제한하면서 발발한 이른바 ‘화웨이 사태’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중국과 미국 사이 패권 경쟁이 수면 위로 떠 오른 것이라는 주장과 5G 시대를 앞두고 네트워크 안전에 만전을 기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주장이 맞섰다.

지난 5일 서울대학교 국제연구소 주최로 열린 ‘화웨이 사태를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김성옥 정보통신정책 연구원은 화웨이 사태의 본질이 미국과 중국 사이 기술 패권을 둘러싼 갈등에 있다고 진단했다.

김성옥 연구원은 “기술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사이 갈등이 5G 네트워크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화웨이를 통해 드러난 것”이라며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일종의 트집 잡기는 통상 분쟁을 통해 중국의 기술 추격을 막고, IT 제품에 대한 점유율을 막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은 오는 2024년까지 기술집약형 스마트제조업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 아래, 기술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그 결과 중국은 기술 분야에서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중심에는 역시 '화웨이'가 있다.

김상배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도 화웨이 사태가 전형적인 국제 분쟁의 사례라고 분석했다.

김상배 교수는 “미국이 안보동맹국을 중심으로 화웨이 통신장비 도입 거부 대열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있는데, 이는 전형적인 글로벌 패권 경쟁의 모습”이라며 “실제로 (통신장비 해킹에 대한) 안보도 중요하겠지만, 미국이 이를 과장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화웨이 사태가 과거에도 반복돼 온 전형적인 패권 경쟁의 모습이라는 사례도 근거로 제시했다. 김 교수는 “선도적인 기술을 두고 상대국을 견제하고자 할 때 보안을 연결시키는 것은 계속 반복돼 온 현상”이라며 “1990년대 미국이 일본을 견제하고자 했던 사례도 화웨이 사태와 유사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5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화웨이 사태를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 현장.

반대쪽에선 화웨이 사태의 근간이 실질적인 보안 위협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중 갈등이 화웨이 사태를 부추긴 면이 있으나, 본질은 해결되지 않은 보안 위협에 있다는 뜻이다.

임종인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화웨이 통신장비를 통해 보안이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최근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우방국에 화웨이 장비를 도입한다면 핵심정보를 공유하지 않겠다는 뜻과 화웨이 장비의 해킹 위험에 대한 증거가 실제로 존재한다며 발언 수위를 높였다”며 “이는 미국이 화웨이 장비에 대한 보안 우려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혹시나 모를 보안 위협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향후 5G 시대가 열렸을 때 통신장비의 취약한 보안은 단순한 해킹을 넘어 국가적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임 교수는 “현재 화웨이 장비에 백도어가 있냐 없냐는 큰 문제가 아니다"라며 "중국이 필요로 하면 (화웨이가 백도어 시스템을) 언제든 넣을 수 있고, 이를 통해 안보가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과 중국 사이 '화웨이 사태’가 심화될수록, 우리나라는 중립적인 위치에서 화웨이를 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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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배 교수는 “기술이나 장비는 중립적일 수 있지만, 한미 관계와 한중 관계를 포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화웨이 사태는) 우리의 우방이면서 막대한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과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 사이에서 우리나라의 위치를 확인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임종인 교수는 “화웨이가 우리나라 진출을 위해 소스 코드를 공개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점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며 “미국에는 (우리가 받은) 화웨이 장비의 소스 코드를 공유하겠다고 설득하고, 중국산 장비를 도입하는 방법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