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창시자 부테린 "암호화폐, 당연히 사기 아니다"

국회 토론회에서 "이미 실질적 가치 구현" 강조

컴퓨팅입력 :2019/04/03 16:57    수정: 2019/04/03 17:20

"암호화폐는 당연히 사기가 아니다.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은 이미 나와 있고 실절적인 가치를 구현하고 있다."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은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민병두 정무위원장·한국블록체인협회·재단법인 여시재 공동주최로 열린 '블록체인과 미래 경제' 토론회에 참석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하며 이 같이 말했다.

부테린은 18살에 이더리움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그 다음해 구현해낸 천재 개발자다. 코드로 자동 실행 되는 디지털 계약인 '스마트 컨트랙트'를 이더리움에 도입해, 블록체인 기술 활용도를 한차원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오는 4~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블록체인 컨퍼런스 디코노미2019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디코노미에서 부테린은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암호화폐 무용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와 맞짱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루비니 교수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산업을 가장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경제학자다. "암호화폐 가치는 0이다", "블록체인은 역사상 가장 과대 평가 받은 기술이다"고 발언한 바 있다.

상반되는 의견을 가진 두 사람이 맞붙는 자리인 만큼 치열한 논리 싸움이 예상된다.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시자가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블록체인 토론회에 참가해 발언하고 있다.

부테린은 루비니 교수와 토론을 하루 앞두고 이날 토론회에서 블록체인·암호화폐 산업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를 조목조목 밝혔다.

부테린은 블록체인 효용성을 체감할 실사용 사례가 부족하다는 비판론에 대해 "블록체인이 잘 활용되지 못하는 이유는 블록체인 기술의 근본적인 제한 때문이 아니라 아직 신생기술이기 때문이다"며 "기술이 발전하면서 지금 당면한 도전 과제가 사라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블록체인이 편의성 면에서 사용자를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불가피한 요소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블록체인은 본질적으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기술이 아니라"며 "이더리움도 샤딩이나 플라즈마(트랜잭션 처리속도를 높이기 위한 확장성 솔루션들) 같은 기술을 도입하면 편의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017년부터 암호화폐공개(ICO)가 인기를 끌면서 수 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등장했고, 그 중 80%는 이미 실패했다는 통계자료도 암호화폐 진영을 공격하는 단골 소재다.

부테린은 이에 대해 "프로젝트 중 80%가 실패하는 것은 암호화폐 분야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일반 기업도 모두 이렇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 산업에 나타난 다양한 부작용은 "산업이 성장하면서 겪을 수 밖에 없는 성장통으로 봐야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전반적으로 초기 단계 산업에서는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추진된다. 맞는 것도 있지만 어떤 것은 말도 안되는 것일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어떤 것이 지속 가능한 모델인 지 알 게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부테린은 현재 블록체인·암호화폐 산업이 몇 년전과 비교해도 크게 성숙했다고 보고 있다. "그는 올해는 프로젝트들의 질이 더 우수해졌고 기술 기반도 탄탄한 곳이 많아졌다"고 평가했다. 또 "실제 블록체인 기술을 써서 더 유용한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과거 보다 더 잘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비즈니스 모델 발전도 높게 평가했다.

블록체인·암호화폐 산업에 보수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정부나 은행도 곧 변화를 받아들일 것이란 게 그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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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테린은 "탈중앙화된 시스템이 중앙화된 시스템이 제공하는 수준의 편의성을 갖추는 시점이 되면 기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 온 사람들도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어떤 사람들은 '정부나 은행이 탈중앙화에 참여하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하지만 나는 오히려 이런 조직에 분산 시스템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많다고 본다. 각국 정부가 추진하는 반독점법도 경제 권력의 탈중심을 추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블록체인으로 충분히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분야가 많아 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