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에 프라이버시가 중요한가요?

ZKP가 모순적 두 명제 해법?... 부테린·윌콕스·짐머만 '디코노미2019' 논쟁

컴퓨팅입력 :2019/03/25 17:08    수정: 2019/03/26 11:00

블록체인과 프라이버시, 이 두 관계는 참으로 오묘하다. 특성이 그렇다. 블록체인은 정보가 분산돼 모두에 공개된다. 반면 프라이버시는 정보를 숨겨야 한다. 얼핏 보면 친할 것 같지 않으면서도, 탄생하게 된 계기를 들여다보면 친할 것 같기도 하다.

이 두 가지의 개념이 어떻게 엮일지,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논의하고 싶은 욕구는 바로 이런 오묘한 지점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블록체인이 단순 기술을 넘어 프라이버시라는 실생활과 연관된 법적인 권리로까지 더 확장된 이야기를 해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블록체인에 프라이버시가 중요한 문제인지, 혹은 이 둘이 과연 어떻게 엮여 있는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싶다면 다음달 4일~5일 지디넷코리아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제2회 분산경제포럼(디코노미2019)'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포럼에서는 이더리움의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과 암호화폐 지캐시의 설립자 주코 윌콕스, 이메일 보안 시스템 PGP 개발자 필 짐머만이 한자리에 모여 '프라이버시 기술이 나아가야 할 점'에 대해 뜨거운 토론을 벌인다.

'제2회 분산경제포럼(디코노미2019)'에서 '프라이버시 기술이 나아가야 할 점'을 주제로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과 암호화폐 지캐시 설립자 주코 윌콕스, 이메일 보안 시스템 PGP 개발자 필 짐머만이 토론을 벌인다. [사진=PIXABAY]

■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장기 생존하려면 프라이버시 중요"

이더리움은 비트코인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암호화폐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에는 없는 '스마트컨트랙트' 기능을 포함하고 있어 확장성과 활용 가능성이 높은 블록체인 기술이기도 하다.

이더리움의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은 최근 몇 년 동안 프라이버시에 대한 생각이 상당히 발전했다는 견해를 내비친 바 있다. 그는 "잘 운영되는 사회에서는 모든 사람이 모든 것을 보는 것이 아마도 가장 좋을 것이라 믿었지만, 일반 생활 개인정보 보호 기술엔 이점이 있다"며 프라이버시에 대한 그의 변화된 생각을 드러냈다. 그 동안은 모든 것을 공개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라고 믿었지만, 최근에는 프라이버시 보호의 중요성도 깨닫게 된 것으로 해석된다.

부테린은 "투명성이 좋다고 할지라도, 이것은 사회 전반에 분산돼야 한다"며 "정부가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유일한 눈일 때, 정부는 너무 많은 권한을 갖게 된다"고 언급했다. 대량 감시 사회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것이다.

그는 "실제적인 차원에서 정부나 대기업이 우리와 일맥상통하는 이해관계를 갖는 것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대량 감시' 사회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설령 이해관계가 일치하고 대규모 조직의 동기가 호의적이라고 해도, 이러한 감시는 해킹될 수 있는 중앙 집중화된 데이터 수집의 지점을 만들어낸다고 지적했다.

부테린은 달라진 프라이버시 기술에 대한 관점만큼이나 이더리움에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는 "현재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 블록체인을 사용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없다"면서도 "이더리움의 장기 생존을 위해 프라이버시가 중요하다는 것에 동의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더리움의 최상부에 대한 연구와 함께 지캐시(ZEC)를 이용해 프라이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비탈릭 부테린, 주코 윌콕스, 필 짐머만(사진 왼쪽부터).

■ 지캐시의 영지식증명기술(ZKP), 이더리움과 통합될까

지캐시는 암호화 기술을 사용해 개인정보 보호를 우선으로 하는 암호화폐다. 완전한 익명성에 초점을 맞춰 '다크코인'이라고 분류되기도 한다.

지캐시는 zk-SNARK라고 하는 영지식증명기술(ZKP)을 활용해 거래 당사자의 개인 정보를 보호한다. 즉, 거래할 때 거래를 주고받는 사람의 주소가 표시되지 않고, 거래 금액도 공개되지 않는 것이다. 블록체인에 표시되는 것은 오로지 '거래가 발생했다'는 사실뿐이다.

지캐시 설립자 주코 윌콕스는 "프라이버시를 어떤 제약이나 전문화 또는 (시장의) 틈새로 생각하는 것은 실수"라며 "기업, 소비자뿐 아니라 탈중앙화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캐시의 목표는 개방형 금융시스템의 혜택을 안전하게 모두에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테린도 이에 동의했다. 부테린은 지캐시의 ZKP 기술에 대해 "대단히 중요하다"며 "절대적인 게임 체인저"라고 칭찬했다. 그는 zk-SNARK에 대해 "현재 암호화에서 가장 과소평가됐다"고 지캐시 프라이버시 보호 기술을 높게 평가했다.

여러 외신에 따르면 이더리움은 zk-SNARK를 자체 플랫폼에 통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사진=PIXABAY]

■ 디지털 시대 프라이버시 중요...확증편향 사회 만들수도

이번 토론에는 이메일 보안 시스템 PGP(Pretty Good Privacy)를 개발한 필 짐머만도 참여한다. 필 짐머만은 대표적인 암호 전문가다.

필 짐머만은 메시지의 비밀성을 위해 암호화 알고리즘을 사용해 PGP를 개발했다. 그는 "PGP프로젝트는 인권 프로젝트"라며 "전세계의 정치 활동가와 반체제 인사들이 두려움 없이 인터넷으로 안전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게 하기 위해 PGP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필 짐머만은 이번 토론에서 그동안 그가 개발해 온 암호화 기술과 그 기술의 탄생 배경을 바탕으로, 디지털 시대에 프라이버시가 중요한 이유를 좀 더 심층적으로 이야기 해줄 수 있을 전망이다.

필 짐머만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디지털 시대에 프라이버가 중요한 이유에 대해 설파해왔다. 그는 "페이스북이나 구글과 같은 회사가 일하는 방식은 민주 사회에 큰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참여를 극대화해 수익을 창출하도록 설계된 소셜 네트워크에 의해 미국 사회가 해를 입었다는 주장이다.

무슨 뜻일까. 그는 프라이버시를 단순히 개인정보 보호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았다. 개인정보가 수익 창출의 기반으로 쓰이는 현대 사회에서, 프라이버시 문제는 확증편향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내놨다. 즉, 개인 정보를 통해 개인에게 맞춤된 검색엔진을 제공하는 등 기업의 수익 창출 수단으로 개인 정보가 활용되면 잘못된 정보와 편견을 강화시키는 에코 체임버(반향실 효과)를 만들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설명이다.

에코 체임버는 같은 소리가 반복돼 증폭되는 현상을 말하는 것으로,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만 보고 듣게 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수집하게 되는 확증편향과도 비슷하다.

이미 우리는 에코 체임버 또는 확증편향을 숱하게 겪으며 살아가고 있다. 예를 들어 개인 맞춤화 된 검색, 서비스 등은 편리함과 편안함을 주는 동시에 편견과 분열을 강화시키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필 짐머만은 묻는다. 일반적인 인터넷 이용자 프라이버시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건, 미국국가안전보장국(NSA)과 같은 대중 정부 감시인지 아니면 페이스북과 구글에 의해 수행되는 기업 감시인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 두 가지가 밀접하게 연결됐다는 걸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쯤되면 프라이버시는 도대체 어디까지 연결되는 것인지, 새로운 블록체인 기술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적용해야 하는지 고민스러울 것이다.

이더리움의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 프라이버시의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암호전문가 필 짐머만, 그리고 프라이버시에 초점을 맞춘 암호화폐 지캐시를 만든 주코 윌콕스는 이러한 주제들을 어떻게, 어디까지 풀어낼 수 있을까.

이들의 토론이 펼쳐지는 '제2회 분산경제포럼(디코노미2019)'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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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디코노미2019'에는 이들 외에도 '마스터링 비트코인'의 저자 안드레아스 안토노풀로스, 이더리움 기반 기술사인 컨센시스 창업자 조셉 루빈 등 세계 블록체인 산업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총출동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미래에 대해 논할 예정이다.

참가신청은 온오프믹스(☞링크)를 통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