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창시자 vs 암호화폐 저격수, 제대로 맞붙는다

부테린-루비니 교수, 4월 디코노미서 맞짱토론 성사

컴퓨팅입력 :2019/03/12 17:00    수정: 2019/03/22 08:51

블록체인 역사상 가장 흥미진진한 토론이 한국에서 열린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가치가 큰 암호화폐 이더리움을 만든 비탈릭 부테린과 뉴욕대 경제학과 교수로 암호화폐 무용론을 강력히 주장하는 누리엘 루비니가 맞붙는 빅매치다.

블록체인 역사에 기록될 이번 토론은 오는 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제2회 분산경제포럼(디코노미)'에서 성사됐다.

두 사람은 '암호화폐의 본질적 가치의 지속 가능성'이란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일 전망이다.

부테린과 루비니는 암호화폐에 대해 완전히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잘 알려진 대로 부테린은 세계를 대표하는 암호화폐 전도사다. 반면 루비니 교수는 그동안 암호화폐 무용론을 강력하게 펼쳐온 경제학자다.

블록체인 엔지니어와 전통 경제학자란 서로 다른 관점이 충돌할 것으로 예상돼 벌써부터 업계와 학계 호사가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암호화폐가 전통적 의미의 화폐로 가치가 있는지 따져보는 토론이라면 루비니 쪽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수십년간 경제학만 연구해온 루비니를 부테린이 상대하는 건 쉽지 않을 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토론은 암호화폐의 본질적 가치가 무엇인지, 또 그것이 지속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 따져보는 자리다. 각자 입장에서 할 얘기가 충분히 있는 논제가 주어진 만큼 토론의 향배가 어떻게 될 지 속단하긴 이르다는 게 업계 내외의 견해다.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시자(왼쪽)와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다음달 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디코노미에서 맞장토론을 벌인다.

이번 토론이 현재와 미래의 대결구조가 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루비니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의 '현재'의 한계를 지적할 것이고, 부테린은 이 기술이 가져올 혁신의 '미래'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패러다임의 충돌'이라는 관점에서 이번 토론을 지켜봐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어느 쪽에 지지를 보낼지는 관전자의 선택에 달렸다.

부테린 vs 루비니... "탐색전은 이미 끝냈다"

두 사람은 이미 지난해 10월 한 차례 격돌했다. 논쟁의 발단은 루비니가 제공했다.

루비니는 트위터에서 부테린을 지목해 "조셉 루빈과 함께 이더리움을 만들어 사전 채굴하고 판매·스캠한 범죄집단의 괴수"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아예 "이들이 이더(ETH) 공급량 중 75%를 훔쳐가 가짜 자산의 억만장자가 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부테린이 곧바로 "개인적으로 전체 이더리움의 0.9% 이상을 보유한 적이 없으며 전체 자산이 10억 달러 이른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실제 자신의 이더리움 지갑을 공개해 이더리움 36만5천3개(당시 가격으로 7천300만 달러)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줬다.

부테린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아예 역공을 취했다. 그는 "지금부터 2021년 사이 언젠가 금융 위기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어떤 특별한 지식이나 실질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이렇게 예측하는 게 아니라, 나중에 몇 퍼센트의 확률로 마지막 금융 위기를 예측한 구루(guru)가 돼 공개적인 찬사를 받을 것이다"는 트위터를 남겼다.

이는 2008년 금융 위기를 예측하면서 유명해진 루비니를 비꼬는 내용이다. 루비니의 명성이 대단한 분석력에서 나온 게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확률 맞추기에서 불과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부테린과 루비니는 트위터에서 설전을 주고 받았다.

그렇다고 트위터 설전이 상대를 향한 개인적 비난으로 끝난 것은 아니다. 한차례 공방을 주고 받은 뒤 두 사람이 꺼내든 주제는 '기술'이었다.

루비니는 부테린을 향해 "2013년부터 지분증명(PoS)을 약속했다. 우리는 확장성과 탈중앙화, 보안이 가능한 시스템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 불가능한 것 아니냐"고 블록체인 기술의 한계에 대해 지적했다.

이에 대해 부테린은 "트릴레마는 블록체인 확장성에 대한 것이지 PoS는 별개의 문제다. 트릴레마 해결은 불가능한 게 아니라 3개 모두를 달성하는 게 '어려울뿐이다"고 응수했다. 그는 이어 "(트릴레마를 해결하기 위한) 디자인은 기본적으로 완료됐고 현재 개발 중이다"고 강조했다.

트릴레마는 3개 요소가 얽혀 하나를 이루려다 보면 나머지 두개를 이루기 어려운 난제를 말한다. 블록체인은 네트워크 내 모든 노드가 동일한 데이터를 공유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전체 네트워크 성능이 단일 노드 성능으로 제한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성능을 높으려면 탈중앙성이나, 보안성이 훼손되는 문제가 블록체인의 트릴레마다.

토론 관전 포인트는 "패러다임 충돌?"

트위터 설전이 탐색전이었다면 내달 4일 개최되는 분산경제포럼(☞링크)은 본게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공격수인 루비니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의 한계에 대해 조목 조목 비판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지난해 10월 미국 상원 금융위원회가 주최한 공청회에 출석해, 암호화폐와 기반기술인 블록체인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그는 "암호화폐는 본질적 가치가 없고, 작은 결제에도 큰 거래 비용을 부과해 통화로써 무가치하다. 또, 너무 에너지 소모적이다"고 주장했다. 또 "비트코인 지니계수는 0.88%에 이른다"며 "이는 북한보다 암호화폐 세계의 부가 더 소수에 편중돼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선 "확장성이 없거나, 아니면 진짜로 탈중앙화를 이룰 수 없거나 안전하지 못한 금융 솔루션이기 때문에 혁신적인 기술이 아니다"고 폄하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도 '현재'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의 한계 또는 문제를 지적하며, 무용론을 펼칠 가능성이 커보인다.

수비수를 맡은 부테린은 암호화폐·블록체인 진영이 이미 해결책을 찾아 놨다는 점을 강조하며 반박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더리움이 준비하고 있는 2.0(세레니티) 업그레이드에는 루비니가 미국 상원에서 언급한 문제들을 해결할 솔루션이 모두 포함돼 있다.

분산경제포럼에서 두 사람의 토론은 서로 다른 세계관이 충돌하는 현장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트위터 설전 당시 블룸버그통신은 두 사람의 충돌을 경제학자와 엔지니어의 세계관 대결로 해석한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루비니가 현재 상태를 보고 이미 알고 있는 현상을 발견해 내는 경제학자 관점으로 암호화폐를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도는 "그런 관점에서 그는 암호화폐가 과장된 거품이며, 현재로서는 (페이팔이나 알리페이 같은) 다른 솔루션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매우 불완전한 기술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테린에 대해서는 "그는 해결할 가치가 있는 문제인가를 따져보는 엔지니어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경우엔 금융 거래를 포함해 모든 종류의 계약에서 중앙화된 권력기관의 승인을 없앨 수 있는지가 풀어야 할 문제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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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테린과 루비니가 정식으로 맞짱 토론을 펼치는 분산경제포럼은 다음달 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다. 이번 행사에는 두 사람뿐 아니라, '마스터링 비트코인'의 저자 안드레아스 안토노풀로스, 이메일 암호 시스템 개발자인 필 짐머만, 이더리움 기반 기술사인 컨센시스 창업자 조셉 루빈 등 세계 블록체인 산업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총출동할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미래에 대해 논할 예정이다.

참가신청은 온오프믹스(☞링크)를 통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