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우리 삶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것"

김형철 IITP SW·AI PM 인터뷰

컴퓨팅입력 :2019/02/28 11:38    수정: 2019/05/10 15:54

"인공지능(AI)의 발달은 자동차의 발달단계와 비슷하다. 초기 자동차는 스틱으로 기어를 변속하고 휘발유와 공기 비율을 직접 합성해야 하는 등 사람이 해야 할 일이 많았지만 점점 많은 프로세스가 자동화됐다. AI도 마찬가지로 소프트웨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우리 삶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김형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SW·AI PM은 지디넷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PM의 역할은 프로그램 매니저로서 정부의 SW와 AI 관련 R&D 투자방향을 정하고 기술 로드맵을 설계하는 일이다. 1988년부터 2000년까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한 그는 1991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과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나다텔 기술이사, 씬멀티미디어 부사장을 거쳐 현재는 과기정통부 SW·AI 분야 PM으로 재직 중이다.

4차 산업혁명에서 AI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올해부터 데이터와 AI 등 전략적 혁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역시 이에 맞춰 지난달 데이터·AI경제 활성화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향후 5년간 약 7조7천억원의 예산을 투자해 데이터 AI 유니콘기업을 10개 육성할 계획이다.

김 PM이 생각하는 AI는 '불명확하지만 결과는 분명한 소프트웨어'다. AI가 인간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불명확한 부분까지 알아들을 필요가 있지만, 알아들은 결과를 바탕으로 명확한 답을 도출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형철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SW·AI PM

■"1·2세대 AI 연구에는 한계 존재… 이를 극복한 것이 3세대"

AI의 역사는 크게 1, 2, 3세대로 나뉜다. AI에 대한 첫 연구는 '스스로 유추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자'라는 데서 시작했다. 예를 들어 인간이 20개의 정보를 주면 21번째 정보는 스스로 추론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김 PM은 1세대 AI의 가장 첫번째 시스템은 전문가 시스템(expert system)이라고 설명했다. 사람이 특정 분야에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AI에 입력하면 AI가 이를 바탕으로 결론을 추론해내는 시스템이다. 이미 가지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최대한 논리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셈이다.

이러한 1세대 AI는 두 가지 한계점이 존재했다. 하나는 사람의 지식을 정량화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 PM은 "사람도 자기 자신이 뭘 알고 있는지 전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두번째는 지식을 정량화해도 이를 AI에 입력하는 과정이 험난하다는 것이다. 1세대 AI는 사람이 최대한 많은 정보를 입력해야 했기 때문이다.

1세대 AI의 한계를 극복한 것이 뉴럴넷을 기반으로 한 2세대 AI 연구다. 생물학적으로 사람의 뇌는 뉴런과 시냅스가 연결돼 전기 신호를 보내는 식으로 작동한다. 이를 본따서 사람과 비슷한 패턴으로 일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고자 하는 발상에서 착안한 것이 뉴럴넷 기반 연구다. 뉴럴넷은 데이터를 입력하면 스스로 연산을 해서 답을 찾아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2세대 AI 연구도 한계는 존재했다. 먼저 뉴럴넷에 입력할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뉴럴넷이 연산을 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나치게 오래 걸린다는 점도 문제였다. 이러한 환경적 문제 이외에도 뉴럴넷은 진짜 답을 찾기 전에 비슷한 답이 나오면 연산을 종료한다는 문제도 있었다. 이를 로컬 미니멈(local minimum)이라고 한다.

김 PM은 "이러한 뉴럴넷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방법이 나왔는데 그 중의 하나가 뉴럴넷을 켜켜이 쌓은 딥 뉴럴넷"이라며 "딥 뉴럴넷을 근간으로 한 머신러닝이 바로 딥러닝"이라고 말했다.

■"딥러닝은 사람들 삶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

딥 뉴럴넷 기반 연구가 바로 3세대 AI에 대한 연구다. 김 PM은 "지금까지 1세대와 2세대 AI 연구 빙하기는 사람들이 기대한 것에 비해 성과가 나지 못했을 때 발생했다"며 "3세대 AI에서도 연구가 기대에 못 미치면 언제든 침체기가 발생할 수 있지만 그래도 현재까지는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빙하기가 온 사이에도 과학기술은 계속 발전했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데이터가 다량으로 쌓이고, 컴퓨팅 기술이 발전하면서 연산시간이 줄어들었다. 2세대 AI의 한계가 극복된 셈이다. 그러나 데이터는 여전히 많이 필요한 실정이다. 데이터를 정제해야 학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 PM은 "딥러닝의 경우 사람이 직접 학습시키는 것과 AI가 스스로 학습하는 것 등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어느 쪽이든 사람의 손이 많이 간다"며 "데이터가 많다고 해도 이를 어떻게 학습시키느냐는 또 다른 문제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학계에서는 여러 가지 연구를 진행 중이다. 예를 들면 AI가 학습할 데이터를 사람 대신 다른 소프트웨어가 정제하도록 하는 식이다. 데이터를 상대적으로 적게 투입해도 결과가 나오도록 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를 퓨샷러닝(few shot learning)이라고 한다.

딥 뉴럴넷도 만능은 아니다. 현재 밝혀진 문제점 중 하나는 딥 뉴럴넷이 도출한 결론이 설명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김 PM은 "현재로서는 결론만 있고 이것이 어떻게 해서 나왔는지에 대한 과정은 설명할 수가 없다"며 "설명 가능한 AI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또 하나의 큰 과제"라고 말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딥러닝의 경우 한번 학습을 하고 나서 다른 데이터를 학습하면 이전 데이터를 망각한다는 점이다. 이는 치명적 망각(catastrophic forgetting)이라고 불린다. 김 PM은 "새로운 것을 학습하면 이전에 학습한 데이터를 잊어버리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평생학습(lifelong) 머신러닝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AI에 대한 연구는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김 PM은 "딥 뉴럴넷은 잠재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는데, 지금처럼 AI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상황에서는 어느 순간 실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그러나 연구가 많이 진행된 상황이기 때문에 실망하는 순간이 오더라도 이미 사람들의 삶은 한 단계 끌어올려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I의 목적은 인간을 도와주는 소프트웨어가 되는 것"

김 PM은 AI의 목적이 '인간을 도와주는 소프트웨어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AI는 인간과 똑같은 것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AI의 존재 의미는 인간이 물건 등을 편하게 쓰도록 도와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인간과 컴퓨터가 효율적으로 협업할 수 있도록 AI에 대한 연구들이 진행 중이다. 김 PM은 "딥러닝이 끝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의 뇌를 본딴 여러 가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며 "뉴럴넷 연구가 인간의 뇌 시냅스에서 착안한 것처럼 뇌과학에서 또 응용할 만한 부분이 있는지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인간의 상식과 관련된 부분이다. 인간은 암묵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추론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상식 기반 추론이라고 부른다. 상식 기반 추론을 AI에서 어떻게 구현해나갈 수 있을까 또한 연구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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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러닝은 현재까지 밝혀진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고 이를 해결하는 방법도 퓨샷러닝, 평생학습 등으로 다양하다. 1세대의 전문가 시스템에서 사용했던 연역법과 이후 세대의 귀납법을 하이브리드해서 연구하는 방법도 있다. 이런 것들을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라고 한다.

김 PM은 정부의 AI 투자 방향에 대해서 AI 원천기술과 활용기술 둘 다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금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계속 투자해나가야 할 때"라며 "폭넓게 투자해서 산업의 고도화를 이끌어내면서 동시에 근본적인 투자도 계속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