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원화 연동 코인 합법성 여부 초미의 관심

개발사, 법률 검토 끝냈지만 판단 애매해 전전긍긍

컴퓨팅입력 :2019/02/08 17:37    수정: 2019/02/09 10:01

일반 암호화폐와 달리, 가격 변동이 거의 없는 '스테이블 코인'은 최근 블록체인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업 분야다. 스테이블 코인이 현실세계와 암호화폐 경제를 연결해 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만큼, 다양한 서비스에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기반 지불결제 서비스가 대표적인 활용 사례다.

미국 달러와 가치가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은 이미 5종 이상이 발행돼 있다. 테더(USDT)라는 달러 연동 코인은 발행 규모가 2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전체 암호화폐 중 시가 총액으로 6위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원화 연동 스테이블 코인도 등장했다. 지난 1월 말 국내 블록체인 핀테크 스타트업 BXB가 원화 연동 스테이블 코인 'KRWb'를 발행한 것이다. 원화와 가격이 1대 1로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이 발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기업뿐 아니라 해외 업체들도 원화 스테이블 코인 발행에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정부 규제를 걱정해 아직 실행에 옮긴 곳이 없었다. 자본시장법에 위반될 소지를 없애고 발행할 방법을 찾지 못한 것이다. 발행량은 4억 규모로 작지만, KRWb에 업계 이목이 집중된 이유다.

BXB는 자본시장법 등 현행법 위반 소지가 없는 방식을 찾기 위해 법률 검토를 거쳤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원화 연동 스테이블 코인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내지 않으면, BXB뿐 아니라 모든 '최초' 타이틀을 가진 블록체인 업체가 계속 겪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BXB 측은 "하고 있는 모든 일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국내 블록체인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을 알리는 것"이 규제 문제를 풀 최선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BXB의 강지호·김환 공동 대표 파트너를 만나 원화 스테이블 코인 발행에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규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김환(왼쪽), 강지호 BXB 공동 대표 파트너

Q. 원화 연동 코인을 발행하는 데 현행법 상 문제는 없었나?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자본시장법에 저촉되지 않으려면) 토큰이 증권으로 취급되지 않게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보고, 증권으로 해석될 수 있는 요소는 모두 제거했다. 이 사업을 하기 위해 법률 검토를 굉장히 오래했다. 처음 아이디어 구상을 시작한 게 지난해 5월이다. 거의 7개월간 법률 검토를 했다.

하지만, 법은 해석하기 나름이라 리스크가 남아 있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나왔으면 따르면 되는데,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에서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기존 법률에 최대한 틀을 맞춰서 일단 시도를 해보는 것뿐이다."

Q. 증권으로 해석되지 않기 위해 어떤 방식을 채택했나?

"핵심은 실제 투자자들은 이 토큰을 가지고 있다고 권리를 보장받거나 현금으로 반드시 바꿀 수 있다는 걸 보장하지 않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아무 권리가 없다. 그 존재 자체만으로 400만원이라고 합의했기 때문에 그 가격이 형성된 것이다. 하지만, 어떤 기관이 토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권리를 보증하는 순간부터 증권으로 분류되기 쉽다고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토큰 발행을 위해 불특정다수에게 돈을 받지 않고, 공급파트너의 자금만 받아 예치하는 방식을 택했다.

구체적으로 공급파트너가 우리(BXB)에게 0% 이율로 돈을 빌려주고, 우리는 그들에게 토큰을 지급하는 대차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돈을 예치한 공급파트너는 토큰을 가지고 실제 투자자들의 수요에 맞춰 유동성을 공급한다. 실제 투자자는 공급파트너를 통해 이 토큰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 예상할 수 있지만, 이 토큰이 1원의 가치를 담보하진 않는 구조다.

Q. 정부 규제 리스크는 어떻게 풀어나갈 생각인가?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한다. 실제 시장에 (원화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수요가 존재하고 국내 블록체인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호장치를 마련해 놨다는 점을 알리면서 사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업이 더 크기 전에 작은 단계에서 많은 사람한테 알리고, 규제 당국이나 은행에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알리려고 한다. 혹시라도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면 최대한 빨리 커뮤니케이션이 됐으면 좋겠다."

Q. 왜 원화 연동 스테이블 코인을 만들겠다고 생각했나?

"김치프리미엄(한때 국내 암호화폐 가격이 세계 평균보다 비싸게 형성된 현상)이 생겼을 때, 완전시장이라면 가격 차이가 발생하지 않는게 정상인데 왜 김프가 발생하는지 궁금했다. 김프 때문에 한국 사람들은 40% 더 비싼 가격에 코인을 샀고, 가격이 하락했을 때 더 큰 손해를 보는 상황을 목격했다.

문제는 (한국 거래소와 해외 거래소 간 ) 거래 비효율 때문이라고 봤다. 이 비효율을 해결하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다가 스테이블 코인까지 오게 됐다."

Q. 번째 유스케이스는 거래소라는 얘기인가?

"그렇다. 국내 투자자들의 가장 큰 장벽은 해외 상장돼 있는 코인을 자유롭게 거래하기 어려운 부분인 것 같다. 바이낸스에 새 코인이 오픈했는데 바이낸스에 바로 출금하기가 어렵다. 지금 유일한 방법은 국내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사서 해외 거래소로 옮기는 방법이다. 근데 이 과정에서 손실을 볼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 비트코인 블록생성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로 옮겨 갈 때 가격이 변동되는 위험을 줄이면서 거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활용될 수 있다. 또 동시에 해외 투자자들도 국내 거래소에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게 해주는 채널을 열어 줄 수 있다.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 큰 메리트는 아니다. 전문 투자자들에게 효용이 있고 본다. 이런 거래 효용을 위해 해외 거래소와 국내 거래소 각각 한 곳에 동시에 KRWb를 상장시켰다."

Q. 또 어떤 활용 사례가 가능한가?

"우리는 KRWb가 하나의 플랫폼이라고 본다. 플랫폼을 활용해 다양한 사업을 하려면 이용자가 일단 많아져야 한다. 현재 단계에서는 플랫폼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이후에 지불결제 쪽으로 갈 수도 있고 유동성을 필요로 하는 쪽에 대출대여도 가능할 것이다. 또 신규 ICO 프로젝트의 펀딩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 나중에 토큰을 대여하고 싶다면 코인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코인을 모아서 대출을 해줄 수도 있다.

스테이블코인으로 원화로 거래할 때 환리스크를 헷지하고 싶다면 차액결제선물환(NDF) 대신에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할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선 NDF 시장은 정부의 규제 밖이기 때문에 통제할 수 없지만 우리는 정부가 규제할 수 있다. 의미 있는 시장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 같다.

활용 방법은 많은데 현재 단계에서 어떤 비즈니스가 앞으로 시장에도 도움이 되고 시장에서 필요로 할지 예측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역시 작게 론칭하고 시장이 어떻게 반응하고 활용하는지 보고, 혹시 부작용이 발생하면 어떻게 막을지 연구를 하고 키워나갈 계획이다."

Q. KRWb를 4억개, 즉 4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거래 볼륨이 너무 작은 것 아닌가?

"너무 큰 규모로 시작하면 우리가 모르는 사고가 일어났을 때 그에 따른 파급력도 크기 때문에 일단 작은 규모로 발행했다. 혹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우리가 수습할 수 있는 규모로발행한 것이다.

원화 연동 스테이블 코인은 규제 당국과 소통 없이는 할 수 없는 비즈니스다. KRWb의 규모가 더 커지기 전에, 정부에서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Q. 공급파트너(마켓메이커)를 통해서 토큰을 발행하면, 시장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기 어렵지 않나?

"그 점은 한계다.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내주느냐에 따라서 우리 구조도 바뀔 수 있다. 지금 있는 법 틀 안에 맞추려고 하니 지금의 구조가 나온 것이다.

정부에서 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구분해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길 바라고 있다. 이 문제가 안 풀리면 원화 연동 스테이블 코인은 확장성 있는 비즈니스는 아니다."

Q. BXB의비즈니스모델은 무엇인가?

"공급파트너에게 0% 이율로 돈을 빌려 은행에 예치해 두기 때문에, 이 예치금에 대한 이자는 우리수익이다. 또, 공급파트너가 대량으로 신규 코인을 발행할 때와 다시 원화로 바꿔갈 때 수수료를 받을 계획이다. 실제 토큰 사용자들이 거래를 할 때 수수료를 받진 않는다."

Q. 장기적인 비전은 무엇인가?

"지금 너무 초기 단계라 예측하긴 어려운데, 중단기 목표는 이 토큰에 대한 신뢰를 쌓는 것이다. 국내외 거래소에서 인정 받고, 거래가 일어나는 플랫폼으로 만드는 게 중단기적 목표다. 이 후에는 지불결제 서비스로 갈 수도 있고, 암호화폐 거래를 위한 서비스를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지금 규제면에서 불확실성이 크고, 시장도 좋은 편이 아니라서 아직 어떤 것을 하겠다는 것은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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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국내 블록체인 생태계에 어떤 점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나?

"전체 스테이블 코인 중 1위는 USDT다. 만약에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이런 위치에 있다면 전체 블록체인 업계에 우리나라가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할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세계 블록체인 산업을 우리나라에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툴로 이용할 수도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