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 나올까?

라이언 로덴바우 트러스트토큰 이사 인터뷰

컴퓨팅입력 :2019/01/01 09:30    수정: 2019/01/02 03:11

"홍콩 달러, 필리핀 페소, 한국 원화 등 다양한 법정화폐와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을 만들려고 한다. 이런 코인을 이용하면 해외 송금이 훨씬 저렴하고 간편해 질 것이다."

최근 만난 스테이블코 업체 '트러스트토큰'의 라이언 로덴바우(Ryan Rodenbaugh) 전략담당 이사는 향후 회사의 사업 확장 계획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스테이블 코인은 가격이 오르거나 떨어지지 않는 암호화폐다. 현재는 미국 달러와 1대1로 가격을 연동하는 방식의 스테이블 코인이 가장 많다. 코인 발행 업체가 은행에 발행량 만큼의 달러를 예치해 놓고, 코인을 달러로 교환하겠다는 신청이 들어올 때마다 바꿔준다.

트러스트토큰은 테더(USDT)가 독점하고 있던 스테이블 코인 시장에 '트루USD'라는 대안을 제시하며 올해 3월 등장했다. 현재 트루USD(TUSD)의 시가총액은 2억 달러 규모로, 전체 암호화폐 중 27위, 스테이블 코인 중 3위(1.2위는 테더, USD코인)를 기록하고 있다.

로렌바우 이사는 트러스트토큰의 목표에 대해 "테더를 잡고 1위 스테이블 코인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해외송금, 간편결제, 증권형토큰까지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곧 스테이블 코인이 거래소를 넘어 보다 다양한 사용 사례를 만들어 낼 것이란 게 로렌바우 이사의 전망이다.

현재 스테이블 코인은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법정화폐를 대신해 기축통화 역할을 하거나, 지금처럼 하락장일 때 손실을 줄이기 위해 자산을 옮겨 놓는 용도로 주로 쓰인다.

그는 특히 해외 송금 분야에 스테이블 코인이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지금 해외 송금은 수수료도 많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우리를 통하면 이더리움 가스 수수료만 내고 바로 송금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이언 로덴바우 트러스트토큰 이사

아래는 일문일답

Q. 스테이블코인 중엔 테더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테더와 트루USD는 어떻게 다른가?

"크게 3가지 차이점이 있다. 먼저 테더는 비트코인 스크립트로 만들어졌는데, 트루USD는 이더리움 ERC20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지갑 간 이동하거나 거래할 때 훨씬 호환성이 좋다.

두 번째는 트루USD는 제3자 회계 법인에서 정기적으로 회계 감사를 받고 있다. 또 지금 에스크로 계좌에 얼마가 있고, 실제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양이 일치하는 지 감사받고 있다. 테더는 감사를 거부해서 논란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달러로 교환하는 과정에서도 차이가 있다. 테더는 달러로 전환이 복잡하고 수수료도 높지만, 트루USD는 웹사이트에서 달러로 교환신청하면 1~2일 안에 입금이 되고 달러로 바꾸는 데 수수료가 없다."

Q. 테더는 가격이 1달러 밑으로 하락한 적도 있다. 스테이블 코인 가격도 떨어질 수 있는 건가?

"스테이블 코인이 가격을 유지하는 메커니즘은 경제적인 인센티브로 작동한다. 테더 가격이 떨어지면 싼 가격에 사서 1달러로 바꾸는 게 경제적으로 이득이니까 사람들이 테더를 사게되고, 결과적으로 1달러를 유지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메카니즘이 작동하려면 언제든지 테더를 달러로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론적으로 테더 가격이 떨어지면 마켓메이커, 트레이더(투자자)가 테더를 사야하는 데 이번엔 그렇지 않았다. 테더를 사도 달러로 제대로 교환할 수 있다는 믿음이 없었기 때문에 테더 가격이 1달러 아래로 떨어져도 테더를 안 샀고 결과적으로 지난 10월 테더가 0.85달러까지 떨어졌다."

Q. 알고리즘으로 가격을 유지하는 스테이블 코인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알고리즘 방식 스테이블 코인은 아직 실제 제품으로 나온 것이 없다. 베이스 코인과 테라 코인 유명하고 흥미롭지만 아직 이론적으로 가능한 수준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실체화됐을 때 이들 중 상당 수는 실패할 것으로 본다.

사람들은 아주 단순한 방식으로 스테이블 코인을 쓰길 바란다. 트루USD는 아주 단순하고 쉽다. 1TUSD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1달러로 바꿔달라고 하면 우리는 은행에 가지고 있는 1달러를 내어주면 된다.

하지만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은 복잡한 금융 상품처럼 느껴진다. 스테이블 코인에도 오컴의 면도날 법칙(어떤 사실 또는 현상에 대한 설명들 가운데 논리적으로 가장 단순한 것이 진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원칙)이 적용된다고 본다. 이것이 제대로 작동하기까지 적용해야 하는 추론(가설)이 너무 많다."

Q. 트러스트코인의 사업 목표는 뭔가.

"지금은 트루USD를 거래소에 상장시켜 거래량을 늘리고, 테더를 대체하는 것이 목표다.

향후에는 달러 이외에 다른 법정화폐와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을 만들려고 한다. 예컨대 트루홍콩, 트루페소가 생길 수 있다. 그렇게 하면 홍콩에서 일해서 필리핀에 바로 송금할 수 있게 된다.

지금은 해외 송금에서 수수료 문제와 시간 문제가 크다. 우리를 통하면 이더리움 가스 수수료만 내면 된다."

Q. 원화 연동 스테이블 코인도 나올 수 있나?

"지금은 트루KRW 발행이 가능한지 확실하게 하기 위해 알아보고 있는 단계다. 많은 파트너들과 얘기하면서 탐험하고 있다. 근데 USD보다 KRW를 패킹하는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는 것이 훨씬 복잡할 것이라고 본다. 트루USD가 가장 자랑스러워 하는 부분이 미국에서 컴플라이언스를 아주 잘 준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도 컴플라이언스를 모두 맞춰서 발행하고 싶은데, 과정이 상당히 복잡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Q. 결제 분야에는 관심이 없나?

"지금은 포커스하고 있는 있지 않지만, 당연히 관심이 있다. 트루USD 사용자 대부분은 미국, 중국, 홍콩, 한국에 있다. 미국이나 한국은 신용카드 시스템이 좋고 중국은 위챗페이, 알리페이 등을 이미 잘 쓰고 있다. 모두 이미 결제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는 국가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선 모바일 보급률은 높지만, 은행 인프라가 부족하다. 이런 국가에선 엄청난 수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Q. 추가적인 사업 확장 계획은 없나?

"올해 하반기부터 부동산 등을 토큰화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은 법적인 규제·규정을 맞추는 게 중요한 사업이다. 우리 멤버 중엔 증권거래위원회(SEC) 출신을 포함해 관련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많다. 이 멤버들이 시큐티리 토큰을 만들면 강점이 있다고 본다. 또, 시큐리티 토큰 발행(STO)을 통해 얻은 수익을 스테이블 코인으로 바꿀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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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019년 아시아태지역 사업 계획을 소개한다면.

"지금은 중국 거래소들과 만나 얘기하고 있다. 1월 말까지 한국 시장에 집중하고 그 이후에는 새로운 상품을 준비할 계획이다. 다음 프로덕트는 트루KRW가 됐으면 좋겠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