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1등 TSMC도 올해 '보릿고개'

모바일 칩 수요 '멈칫'…"살 길은 5G·기술경쟁 뿐"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9/01/18 14:27    수정: 2019/01/18 14:58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파운드리(Foundry·반도체 수탁 생산) 업계도 모바일 수요 감소 영향으로 인한 직격타를 맞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다만 올해 첫 5G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모뎀칩이 출시됨에 따라 실적 반등의 기회가 남아있어 파운드리 업계의 기술 경쟁은 올해도 치열할 전망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전날(17일) 대만 신추(新竹)에 위치한 본사에서 비공개 투자 회의를 진행했다. 이 회의에선 주로 수익 정체에 따른 위기에 대한 내용이 언급됐다고 전해졌다.

(사진=TSMC)

■ "매출 5% 성장도 어렵다"

TSMC 내부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해 5% 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TSMC의 수익 감소 요인은 ▲애플 아이폰 판매량 감소에 따른 모바일 AP 주문 축소 ▲엔비디아의 주문 축소 ▲암호화폐 하락세에 따른 주문형 반도체(ASIC) 수요 하락 등으로 꼽힌다.

가장 큰 문제는 TSMC의 '큰 손' 고객인 애플의 물량 축소 가능성이다.

TSMC는 2016년 이후 애플의 AP를 독점적으로 양산해 왔다. 현재는 애플 아이폰XS 시리즈에 탑재되는 '바이오닉 A12 프로세서' 전량을 위탁받아 생산 중이다. 또 올해 출시될 차기 아이폰용 AP 'A13' 칩 주문도 TSMC가 독점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폰은 글로벌 최대 수요처인 중국과 인도 지역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급속도로 하락하는 추세다. 이에 최근 애플은 작년 4분기 매출 예상치를 5~7%가량 낮췄다. 아이폰 생산량도 4천700만 대에서 4천만 대 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애플 A12 프로세서. (사진=CNET)

■ 파운드리도 올해 '상저하고(上低下高)'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결산회견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상황이 매우 부정적이고, 암호화폐용 반도체 수요도 하락세로 돌아섰다"며 "재고가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올해 중반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웨이 CEO의 이같은 발언은 메모리반도체 등 반도체 시장의 올해 전망과도 유사하다. 재고 증가와 수요 하락에 따라 상반기엔 고전하고 하반기부터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이른바 '상저하고(上低下高)' 전망이다.

TSMC는 올해 1분기 74억 달러(약 8조3천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는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약 22%나 떨어진 것이다. 특히 올해 액침 불화아르곤(ArF) 방식의 7나노 파운드리 공정(7N)에서 7나노 극자외선(EUV) 공정(N7+)으로 전환하는 데 따른 투자 비용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퀄컴 스냅드래곤 855가 탑재된 스마트폰 시제품. (사진=지디넷코리아)

■ 구원투수 '5G' 등판…위기가 기회될까

파운드리 업계에도 실적 회복의 기회는 남아 있다. 올봄 개화하는 5G 시대에 맞춰 내년까지 칩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TSMC와 삼성의 7나노 파운드리, 나아가 EUV 공정 기술 경쟁이 양사의 고객 포트폴리오 파이를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5G 스마트폰용 AP와 칩을 설계한 퀄컴은 5G 원년인 올해 판매량 전망에 대해 "4G 롱텀에볼루션(LTE) 폰이 대세인 2019년은 수백만 대, 2020 이후라면 더 많아질 게 분명하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 기사☞퀄컴 "삼성은 오랜 파트너이자 경쟁자")

TSMC는 통신용 칩 업체 퀄컴의 첫 5G 모바일 플랫폼인 '스냅드래곤 855'을 위탁받아 양산에 들어갔다. 또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퀄컴의 5G 모뎀칩인 '스냅드래곤 X50'을 생산해 올 상반기 중 출시한다.

관련기사

5G용 AP와 모뎀은 각각 7나노 핀펫(FinFET) 공정과 10나노 공정으로 양산된다. 다만 4G 초기가 그러했던 것처럼, 첫 5G 칩셋인 스냅드래곤 855와 X50 모뎀은 하나로 합쳐지 않은 '투 칩(Two chips)' 형태로 출시될 예정이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5G AP와 5G 모뎀을 TSMC와 삼성이 양분해 가져간 상황에서 이제 관건은 앞으로 등장할 5G 모뎀칩이 통합된 AP를 누가 양산하느냐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