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삼성은 오랜 파트너이자 경쟁자"

[일문일답] 알렉스 카투지안, 키스 크레신 퀄컴 수석부사장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8/12/09 11:06    수정: 2018/12/10 09:39

[마우이(미국)=박영민 기자] "퀄컴에 삼성은 '코피티션(Co-Petition)'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협업을 뜻하는 'Cooperation'과 '경쟁(Competition)'을 합친 말입니다."

알렉스 카투지안 퀄컴 수석부사장은 5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에서 열린 '스냅드래곤 테크서밋 2018'에서 '삼성전자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멋쩍은 미소를 보이며 이같이 답했다.

이 말은 현재 모바일 시장에서 퀄컴과 삼성전자의 관계를 단편적으로나마 한 문장으로 압축한 것이어서 주목되는 발언이다.

알렉스 카투지안 퀄컴 수석부사장. (사진=지디넷코리아)

퀄컴은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업계 1위다. 퀄컴에 있어 삼성은 자사 모바일 AP '스냅드래곤(Snapdragon)'을 공급받는 '동종업계 고객사'로 통한다.

내년 초 출시돼 업계 최초의 5G 스마트폰으로 등극할 '삼성 갤럭시S10'도 AP로 일찌감치 스냅드래곤을 점찍어 둔 상황이라 퀄컴이 갤럭시S10에 갖는 기대감도 크다.

또 팹리스(반도체 생산 설비가 없고 칩을 설계만 하는 업체)인 퀄컴으로서는 파운드리(Foundry·반도체 수탁생산) 업계에서도 높은 기술력을 구사하는 삼성에 필연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갤럭시S10 예상 콘셉트 이미지. (사진=벤자민 게스킨 트위터)

일례로 갤럭시S9 등 지난해 출시된 대부분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탑재된 스냅드래곤 845 양산은 삼성이 전적으로 맡은 바 있다. 첫 5G 모뎀칩인 '스냅드래곤 X50'도 삼성의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반면, 삼성도 '엑시노스(Exynos)'라는 고유의 모바일 AP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수출용 제품엔 스냅드래곤을 탑재하는 대신, 내수용 AP로는 줄곧 엑시노스를 고집해 왔다. 5G 모뎀인 '엑시노스 5100'도 현재 업계 최초로 양산에 들어가는 등 스냅드래곤 X50와는 경쟁선상에 놓여 있다.

이 정도만 봐도 양사는 같은 생태계를 공유하는 협력자인 동시에, 통신칩 업계에서 기술을 두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경쟁자쯤으로 정리할 수 있다. 카투지안 수석부사장이 질문에 답변한 맥락도 이와 비슷한 셈이다.

퀄컴 스냅드래곤 855. (사진=지디넷코리아)

기자들이 퀄컴 임원들을 만난 현장에서는 삼성전자와 관련된 비슷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또 이날 오전에 공개된 스냅드래곤 855의 구체적인 성능과, 5G 시대 개막을 앞둔 퀄컴의 지향점을 묻는 말들도 이어졌다.

알렉스 카투지안 퀄컴 수석부사장 겸 모바일부문 본부장, 키스 크레신 퀄컴 수석부사장 겸 스냅드래곤 로드맵·기술 부문 총괄과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해 봤다.

키스 크레신 퀄컴 스냅드래곤 로드맵·기술 부문 총괄 수석부사장(좌)과 알렉스 카투지안 퀄컴 수석부사장 겸 모바일부문 본부장(우). (사진=지디넷코리아)

Q. 삼성도 5G 모뎀을 만든다. 삼성과 비교해 퀄컴의 5G 모뎀의 장점은 무엇인가?

A. 제품을 보면 비교 대조가 가능하겠지만, 5G 생태계와 인프라 측면에서 퀄컴이 업계를 선도하는 게 사실이다. (삼성, 인텔 등) 경쟁사들도 뛰어난 역량을 갖췄다. 특히 삼성과 화웨이 같은 업체를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생태계 측면에서 보자면, 퀄컴은 삼성과 화웨이 모두와 협력한다.

기능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퀄컴은 단순히 한가지 기능을 선보이기 위해 5G 기술을 개발하지 않았다. 6기가헤르츠(GHz) 이하 대역은 물론이고 남들이 어렵다고, 심지어 불가능하고 말한 밀리미터파(mmWave, 30~300GHz) 대역까지 모두 아우르는 5G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Q. 스냅드래곤 855 양산은 누가 담당했나. 내년엔 파운드리 공정에 변화가 있을까.

A. TSMC의 7나노 핀펫(FinFET) 공정으로 만들어진다. 내년 이야기는 나중에 하겠다.

Q: 지난 2016년 발표한 X50 모뎀 파운드리사는 어디인가?

A. X50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10나노 공정으로 개발한다.

키스 크레신 퀄컴 수석부사장이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에서 열린 '퀄컴 스냅드래곤 테크서밋'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Q. 퀄컴은 스냅드래곤 855의 중앙처리장치(CPU) 성능이 최대 45% 향상됐다고 말했다. 7나노라는 첨단 미세공정으로 인한 성능 향상률이 어느 정도인가.

A. CPU 성능이 좋아진 것은 통합적인 성능이 향상됐기 때문이지, 7나노 공정 때문만은 아니다. CPU 아키텍처를 어떻게 수정, 보완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순수하게 7나노 공정이라고 해서 성능이 향상된 부분은 크지 않다.

Q. 내년은 5G 시대가 시작되는 원년이다. 5G폰, 얼마나 팔릴 것으로 전망하나.

A. 수백만 대가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사실 판매량 수치는 톱 다운(Top-Down·하향) 방식으로 지역별 추정치로 산출되기 때문에 정확히 예측하기란 어렵다. 또 요금제, 보조금 등 통신 업계가 5G에 접근하는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아직 4G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폰이 대세일 것이 분명하지만, 2020 이후라면 더 많아질 게 분명하다.

퀄컴의 X50 모뎀 제품군. (사진=퀄컴코리아)

Q. 스냅드래곤 855와 X50 모뎀이 하나로 합쳐지지 않고 '투 칩(Two chips)'으로 나온 것은 무엇 때문인가? 기술 문제인가, 혹은 마케팅 전략인가.

A. 기술 문제는 아니다. 특별히 '5G'라서 단일 칩으로 합치는 데 있어 기술적으로 남다른 점은 없다. 실제로 과거 스냅드래곤의 생명주기를 살펴보면 별도 제품군과 통합 제품군을 매번 돌아가면서 선보인 바 있다.

새로운 칩을 개발하면 시장에 선보이기까지 거치는 일련의 과정들이 있다. 첫 5G 칩은 더욱 빨리 선보일 필요가 있기에 X50 모뎀은 스냅드래곤 855와 같은 시기에 개발에 착수한 것이다. 스냅드래곤 855에 내장된 4G 모뎀은 이미 무선통신 업계가 잘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보다 제품을 선보이고 이를 바로 시장에 받아들이기 수월하다. 처음부터 통합한 모델을 선보이려고 했다면, 시장에서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아 그 시점만 늦어질 뿐이다.

스냅드래곤 855는 초음파 지문인식 '3D 소닉 센서'를 지원한다. (사진=지디넷코리아)

Q. 스냅드래곤 855에 적용된 '3D 소닉' 지문인식 센서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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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해당 기술은 퀄컴이 지난 2013년 '울트라스캔(Ultra-Scan)'이라는 회사를 인수하며 선보이기 시작했다. 울트라스캔은 주로 공공기관이나 군용(軍用)으로 사용되는 자체 지문인식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고, 개발 당시부터 탁월한 보안 성능을 뒷받침하는 기술이 탑재돼 있었다. 퀄컴은 이 기술을 기반으로 모바일 생태계 최적화해 적용했다. 모바일로 넘어오면서 2D를 3D로 바꿔 적용했다.

3D 소닉은 '초음파 지문인식' 기술이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광학 지문인식은 기기와 손가락 사이에 종이가 들어가 있어도 인식하고, 생체 여부 확인이 불가능해 보안성이 낮다. 센서 부피도 상대적으로 커 단말 크기에도 영향을 준다. 반면, 3D 소닉은 매우 작고 단말 내 모든 디스플레이 층을 쉽게 투과해 어느 위치에 배치하더라도 성공적으로 지문 인식이 가능하다. 손가락에 흙이나 먼지, 물 등이 묻어 있어도 지문을 인식한다. 이 기술은 현재 플렉서블(Flexible)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에만 적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