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가격 치솟은 애플 맥북에어 '유감'

확연히 개선된 레티나 디스플레이...저전력에 초점

홈&모바일입력 :2018/12/28 11:01    수정: 2018/12/28 11:11

애플 맥북에어는 2010년 하반기 공개된 모델 이후로 디자인과 디스플레이 등에서 가장 큰 변화를 겪은 신제품이다. 맥북프로에 버금가는 13인치 레티나 디스플레이와 버터플라이 키보드, T2 칩이 제어하는 터치ID와 포스터치 트랙패드를 탑재했고 무게와 부피도 소폭 감소했다.

애플 맥북에어. 13인치 단일 모델로 출시됐다. (사진=씨넷)

특히 애플이 마지막까지 고수했던 매그세이프2 충전단자를 버리고 모든 기기 입출력을 USB-C(썬더볼트3 적용)로 처리하게 됐다. 단 확장성이 그만큼 떨어진데다 저전력 프로세서를 탑재해 실질적인 성능은 전 세대보다 떨어지는 점, 반면 가격이 크게 상승한 것은 단점이다.

■ 확실히 개선된 레티나 디스플레이

맥북에어 13인치 이용자들의 공통적인 불만은 바로 좁디 좁은 디스플레이와 시대에 뒤떨어지는 해상도였다. 맥북에어 11인치는 1366×768 화소, 13인치 모델은 1440×768 화소로 문서 작성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세로 폭 확보가 곤란했다.

디스플레이 개선을 실감할 수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새 맥북에어의 디스플레이는 해상도와 색감 모두 향상됐다. 맥북프로 13형과 같은 2560×1600 화소에 화면 각도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현상도 없다. 스마트폰이나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보면 그 차이가 확연하다. 단 DCI-P3 색공간과 트루톤 디스플레이 지원은 빠졌다.

맥북프로와 디자인이 흡사해서 더 크거나 무거워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이것은 착시 효과다. 두께는 13인치 기준 약 2mm 줄었고 가로·세로 길이도 15~20mm 가량 줄었다. 본체 무게는 기존 13인치 모델에 비해 100g 감량에 성공했다. 단 A4 용지 한 장에 가려질 만큼 작았던 11인치 제품을 썼다면 크고 무거워진 디자인은 어색할 수 밖에 없다.

USB-C(썬더볼트3) 단자 두 개로 모든 입출력을 처리한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애매한 위치에 놓여 썩 인상적인 소리를 들려주지 못했던 스피커도 맥북프로와 흡사한 형태로 바뀌었다. 볼륨을 최대로 올리면 음악을 재생하거나 영화를 보기에도 좋다.

그러나 확장성 면에서는 분명 퇴보했다. 이전 모델만 해도 외부 모니터용 미니 디스플레이포트(썬더볼트2)와 맥세이프2 충전 단자, SDXC 메모리카드 리더에 USB 3.0 단자 두 개를 온전히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모델은 USB-C 단자(썬더볼트3) 두 개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게다가 USB-C to A 어댑터도 따로 챙겨야 한다.

■ 성능보다 저전력에 무게 둔 프로세서

올해 출시된 맥북에어의 프로세서는 다른 선택권이 없는 인텔 i5 듀얼코어 프로세서만 쓸 수 있다. 탑재 프로세서의 세부 모델명을 명확히 밝히지 않기 때문에 긱벤치나 터미널 명령어를 동원해야 알 수 있는 세부 모델명은 코어 i5-8210Y다.

이미 익히 알려져 있지만, 이 프로세서는 올 3분기 출시된 최신 인텔 8세대 코어 프로세서(앰버레이크)다. 명목상 'i5 듀얼코어'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이 프로세서는 과거 '코어M'으로 분류되던 저전력 프로세서다. 성능보다는 소비전력 절감에 신경을 썼다.

내장한 프로세서는 인텔 코어 i5-8210Y다. (사진=지디넷코리아)

그런 탓에 지난 해 나온 12인치 맥북과 비교해도 성능 차이는 크지 않다. 기본 작동클록은 1.6GHz지만 듀얼코어와 하이퍼스레딩까지 가세해 논리적으로는 쿼드코어로 취급된다. 웹 브라우저나 오피스 소프트웨어 등을 실행할 때는 나름대로 준수한 성능을 보여준다.

SSD 속도 측정 결과. (사진=지디넷코리아)

그러나 연산 성능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작동 클록을 3.6GHz까지 바짝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프로세서에 부하가 많이 걸리는 작업, 특히 앱 설치나 맥OS 업데이트 수행시 이런 장면을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연산 성능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어서 '쾌적함'과는 거리가 있다.

저장장치 성능에도 일정한 제약이 있다. 최대 읽기 속도는 2000MB/s, 최대 쓰기 속도는 950MB/s다. 고용량 4K 동영상 편집이나 수십 MB가 넘는 카메라 RAW 파일을 부담없이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단 HEVC(H.265) 영상 압축은 터치ID와 SSD 컨트롤러를 겸하는 T2 칩이 분담하기 때문에 예상 외로 매끄럽다.

■ 드디어 맥북에어로 내려온 버터플라이 키보드

올해 나온 맥북에어 키보드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버터플라이 키보드'를 탑재했다. 이 키보드에 대한 기존 맥북에어 이용자들의 우려는 두 가지로 압축될 듯 하다. 먼저 하나는 키를 누를 때의 깊이와 느낌 등 위화감이며, 또 다른 하나는 백악관 청원과 집단소송까지 불러온 내구성이다.

버터플라이 키보드와 포스터치 트랙패드를 내장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먼저 흔히 '키감'으로 불리는 느낌에 대해 논해보자면, 키보드가 아닌 널판지를 손끝으로 두드리는 느낌이 들었던 초창기 버터플라이 키보드와는 천지차이다. 3세대로 넘어오면서 키 스위치를 둘러싼 구조물도 제법 많이 개선됐고 예상만큼 최악은 아니다. 키가 눌리는 깊이는 얕지만 눌린 키를 놓치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는다.

키를 누를 때 소음도 3세대에 들어오면서 더해진 우레탄 완충장치로 한결 조용해졌다. 단 키보드의 얕은 깊이는 그대로다. 온 힘을 실어 키를 때리다시피 누르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금새 손목에 피로와 통증이 몰려온다. 의식적으로 손목의 힘을 빼고 손가락을 놀리는 습관을 들이면 큰 무리 없이 적응할 수 있다.

터치ID로 로그온 비밀번호를 대신할 수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단 내구성은 확언하기 어렵다. 하루에 2천 자에서 3천 자 이상을 쓰는 환경에 10여 일 노출시킨 결과 키보드 기본자리(ASDF/JKL;)에서 키가 눌리지 않거나 두 번 입력되는 이상 현상이 간헐적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비슷한 환경에 노출된 맥북프로에서도 이런 증상은 없었으며, 먼지나 음식물 부스러기가 날리는 가혹한 환경에서 쓴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리뷰 제품의 초기 불량 가능성도 의심된다. 단기간에 이상 여부를 판단할 수 없으므로 내구성에 대한 평가는 '유보'다.

■ "이런 제품을 원했던 게 아닌데..."

애플은 올해 들어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제품 값을 파죽지세로 끌어올리고 있다. 아이폰XR과 맥미니에 이어 이번에는 맥북에어가 그 대상이 됐다. '999달러(약 112만원)에 살 수 있는 맥 노트북'이라는 상징성은 이미 사라졌다.

특히 레티나 디스플레이 덕에 늘어난 소모 전력을 감당하기 위해 한 단계 내려 앉은 프로세서 성능은 아무래도 불만이다. 기존 맥북에어는 프로세서 작동 클럭과 코어 갯수, 해상도에 제한은 있었지만 '진짜 코어' 프로세서를 넣어 줬다.

그러나 올해 출시된 맥북에어는 디스플레이와 맞바꾼 프로세서, 그리고 치솟은 가격 탓에 정말 이 제품을 사야 할지 고민스러운 지경이다. 이 가격이면 같은 화면 크기에 더 넉넉한 저장공간과 메모리, 더 강력한 프로세서를 쓴 윈도 노트북이 더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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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은 USB-PD 방식 29W 충전기로 한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여기에는 국내 책정 가격도 한 몫을 한다. 128GB SSD 모델 기준 새 맥북에어는 159만원이다. 저장공간 용량이 같지만 더 강력한 7세대 코어 i5 프로세서를 장착한 맥북프로 13형은 169만원이다. 터치ID가 필요 없다면 12인치 맥북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256GB SSD, 8GB). 그러나 고작 하나에 불과한 USB-C 단자의 압박은 부담스럽다.

과거 맥북에어는 적절한 휴대성에 나쁘지 않은 가격으로 제법 균형 잡힌 제품이었지만 이제는 '맥북프로 가격의 맥북'으로 그 정체성이 매우 모호해졌다. '레티나 맥북에어'를 기다리며 맥북도, 맥북프로도 걸렀던 것 치고는 꽤 당황스러운 결과물이다.

두께는 이전 제품 대비 약 2mm 줄었다. (사진=지디넷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