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구글, 폴더블로 애플 포위

[이균성 칼럼] 스마트폰 제2기 도래

데스크 칼럼입력 :2018/11/16 13:50    수정: 2018/11/19 11:22

#삼성전자가 지난 8일 미국에서 폴더블폰에 대해 맛보기 공개를 할 때 강조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 구글과 협력 문제다. 구글은 이날 안드로이드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열린 행사에서 "삼성전자가 내년 초 출시할 새로운 기기에 대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폴더블폰 지원 기능을 탑재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발언은 짧게 보도되고 말았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폴더블은 아마도 스마트폰 역사에서 제2기(第2期)를 시작하는 계기가 될 공산이 크다. 지난 2007년 1월 10일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으며 스마트폰 시대가 열렸다. 스마트폰 시대는 ‘폰과 PC가 결합’된 세상이다. 폰과 PC의 결합 가치를 높이기 위해 새로운 운영체제(OS)를 만들고 웹 대신 앱을 창조했으며 그 앱이 유통될 장터가 만들어졌다. 제1기는 그것들의 고도화를 위한 싸움의 시기였다.

#혁명 같은 변화가 일어난 지 이제 벌써 10년이 넘었고 시장은 충분히 성숙해져 우열이 판가름 났다. OS와 앱 장터는 사실상 두 개로 정리됐으며, 앱과 폰의 고만고만한 경쟁만이 진행될 뿐이다. 중국 기업들이 큰 내수 시장과 자금력을 바탕으로 선두 업체들에 대한 추격전에 나서고 있지만 그 또한 시장 안의 순위다툼에 불과하다. 생산성 증대나 비용 효율 같은 전통적인 방법에 불과한 거다.

삼성전자가 공개한 폴더블폰 (사진=씨넷)

#애플은 ‘혁신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수년전부터 애플이든 삼성이든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지적받아온 게 있다. “혁신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시장이 아직까지는 혁신을 원하지 않았던 것이다. 시장에서는 혁신보다 생산성 증대나 비용 효율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 샤오미를 필두로 한 중국 기업이 시장에서 급성장한 배경이 바로 그것인 셈이다.

#폴더블은 이 흐름을 깨기 위한 삼성의 장기 전략의 산물이다. 삼성에 정통한 한 소식통에 따르면 삼성이 폴더블을 준비한 건 5년 정도 된다. 그런데 삼성의 궁극의 목표는 폴더블이 아니라 돌돌 마는 롤러블이다. 폴더블은 그 중간 기점이다. 롤러블 파일럿 제품을 포함해 새로운 폼펙터 제품 10개가 준비되고 있다고 한다. 스마트폰 역사 제2기(第2期)를 열어제치기 위해 암중모색해온 것.

#구글의 발언이 주목되는 건 그 ‘긴밀한 협력’이 어떻게 이루어졌겠느냐 하는 생각 때문이다. 구글이 먼저 “폴더블을 잘해봅시다”며 삼성에 제안했을 가능성보다 삼성이 개발한 프로토타입을 구글에 보여줬을 가능성이 크다. 왜? 삼성에 없는 걸 채워줄 수 있는 유일한 회사가 구글이기 때문이다. 삼성이 구글과 싸울 필요는 없다. 애플 및 중국업체와 싸워야 하고 그러려면 구글이 꼭 필요하다.

#구글 또한 이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 폴더블이 스마트폰 제2기에서 애플을 압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애플이 주춤한 사이 폴더블을 빠른 속도로 확장해서 구글에 나쁠 이유는 없는 것이다. 구글은 삼성전자와 협력해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폴더블의 진화 속도를 높이는데 최선을 다해 지원을 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과 구글은 이 점에서 한 배를 탄 거다.

#삼성에 정통한 그 소식통에 따르면, 삼성은 폴더블 관련 하드웨어 기술에서 경쟁사보다 2년 정도 앞서가고 있다고 한다. 현재까지는 상당한 격차가 있는 셈이다. 구글이 폴더블에 대한 SW 지원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프로토타입을 먼저 보여준 것은 이같은 기술적 자신감이 배경이 됐을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삼성은 또 주요 통신사들에게도 3년치 폴더블 라인업 계획을 알려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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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폴더블 제품 루머는 이르면 다음 달부터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개발보드가 이미 2차 협력사한테까지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1차 협력사에서는 이들 정보가 잘 새지 않지만 2차 협력사에서는 때때로 흘러나온다. 삼성에게는 나쁠 게 없다. 초반 분위기를 몰아가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삼성 폴더블폰에 관한 뉴스는 당분간 IT 소식 가운데 가장 뜨거운 소재가 될 수 있다.

#혁신은 HW가 아니라 SW에서 비롯된다는 편견도 시정될 필요가 있다. HW가 SW의 필요를 촉발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굳이 선후를 따지자면 스마트폰 구상이 먼저 나오고 OS나 앱 그리고 앱장터가 설계됐을 수 있다. 폴더블도 그럴 수 있다. 삼성의 하드웨어 폼펙터 혁신이 구글의 SW를 자극하고 하드웨어 부품과 콘텐츠 업계에 새로운 마당을 제공할 수도 있다. 스마트폰 제2기가 도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