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삼성전자와 활용의 애플

[이균성 칼럼] 폴더블 화두

데스크 칼럼입력 :2018/11/14 09:49    수정: 2018/11/16 11:09

삼성전자와 애플은 누가 뭐래도 세계 최고의 기업이다. 영업이익을 가장 많이 내는 회사로 자웅을 겨루고 있다. 두 회사를 총체적으로 비교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방대한 작업이다. 비교해야 할 리스트만 노트 한 권 분량이 될 지도 모른다. 그 리스트 가운데 하나가 최근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폴더블폰이다. 이에 대한 삼성전자와 애플의 태도가 달라도 많이 달라 보이기 때문이다.

삼성은 기술 중심의 회사다. 어쩌면 애플보다 구글과 닮았다. 원천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을 중시하고 개발자를 키우는 회사다. 구글이 SW 영역의 기술 회사라면 삼성은 제조 영역의 기술 회사다. ‘제조 기술의 초격차’가 삼성의 핵심 전략이다. 초미세 기술을 구현해야 하는 반도체 산업을 선도하는 핵심가치다. 이 전략은 또 다른 핵심 상품인 스마트폰과 TV에도 같이 적용된다.

애플은 ‘기술의 초격차’를 말하지 않는다. 기술을 선도할 생각도 없어 보인다.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에 연연하지 않는데서 짐작해볼 수 있다. 애플이 세계 최초로 어떤 제품을 내놓았다는 보도를 본 기억이 거의 없다. 애플은 대신 기술의 존재이유를 끊임없이 묻는 회사처럼 보인다. 소비자 관점에서 출발한다. 존재하는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 어떻게 디자인하는 게 최선인지를 묻는 거다.

삼성 폴더블 폰. (사진=씨넷)

완전히 구별되는 두 회사의 DNA는 오랜 ‘특허 전쟁’에서 이미 증명된 바 있다. 애플의 선공으로 시작돼 맞소송 형국이 된 두 회사의 분쟁은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애플은 디자인 특허 침해를 제기했고 삼성은 기술 특허 침해를 주장했다는 점이다. 7년 넘게 진행된 이 소송에서 두 회사는 잃은 것도 있지만 각각의 강점을 알리며 세계 스마트폰 넘버 원-투가 됐다.

무엇이 더 옳은 전략인지는 쉽게 판단내릴 수 없다. 반도체라면 삼성의 전략이 옳다는 게 자명하다. 결국 기술이 승리하는 완벽한 테크 시장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은 많이 다를 수 있다. 소비자 상품의 경우 구매자의 마음을 얻는 게 핵심 관건인데 그게 꼭 기술이라고만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애플은 이점에서 삼성과 다른 강점을 가졌고, 삼성이 줄곧 고전해왔던 이유가 거기에 있다.

폴더블폰은 스마트폰이 처음 나올 때처럼 시장 전체를 요동치게 할 혁신기술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겠지만 이미 10여년이 지나 성숙해진 이 시장의 판도를 흔들 요소로 평가된다. 애플과 중국 업체들 사이에 끼여 조금씩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삼성으로선 당연히 목을 매야 하는 화두다. 삼성의 DNA가 강점을 가진 분야의 전투기 때문이다. 10년만에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왜 그런가. 제조기술 난이도 때문이다. 그 어려움이 반도체의 나노 공정을 진화시키는 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 완성도 높은 제품을 내놓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일반인도 짐작할 정도다. 얇은 두께를 유지하면서 과거 폴더폰과 달리 힌지 없이 디스플레이 자체를 접고 펴는 일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일이 과연 가능할지 많은 사람이 의심스럽게 지켜보는 상황이다.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삼성에게 중요한 것은 이 일을 가장 잘 할 회사로 삼성이 꼽히고 있다는 점이다. 그게 기술의 삼성이 가진 장점이고, 실제로 세트부터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배터리 등 주요 부품까지 강력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회사 또한 삼성뿐이기 때문이다. 삼성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사실 누구도 완성도 높은 폴더블 스마트폰을 만들기 쉽지 않을 정도다. 그러니 진짜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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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를 맞은 삼성 숙제는 3가지다. 첫째 남은 수개월 동안 첫 제품의 완성도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폴더블이 스마트폰 사용자의 최대 관심사임을 알아야 한다. 그만큼 기대가 크다는 뜻이다. 둘째 제품 완성도와 함께 양산체제를 잘 구축해야 한다. 하드웨어 폼펙터 자체로 시작부터 경쟁사와의 격차를 최대한 벌려야 한다. 제품이 나오고 난 뒤에는 추격하기 쉽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끝으로 아이폰 충격을 잊지 말아야 한다. 스마트폰은 하드웨어만으로 존재할 수 없다. 결국 소비자가 잘 써 만족하게 만들어주는 게 핵심이다. 폴더블과 관련해 애플 움직임이 잘 포착되지 않지만 그저 외면하는 건 아닐 터다. 애플은 활용과 디자인에 관한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플랫폼까지 갖고 있다. 애플은 어쩌면 기술이 무르익고 먼저 출발한 자가 실패하길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