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풍에 그친 자급제폰 태풍으로 변할까

[이슈진단+] 단통법 4년 현황과 전망(中)

방송/통신입력 :2018/09/28 11:20    수정: 2018/09/28 11:24

가격, 단말 종류 등의 제약으로 확산되지 않았던 자급제폰이 전략 스마트폰 출시, 온라인 유통 마케팅 바람을 타고 보급이 늘고 있다.

자급제폰은 제조사를 통해 구매하는 단말을 뜻한다. 이통사 유통망을 통해 구매하는 이통사향 단말과 달리 통신사 선탑재 앱이 없고, 통신사 선택에 제약이 없다.

전략 스마트폰의 경우 지난해까지 국내 제조사가 자급제폰 출시 시기를 이통사향 단말보다 늦추거나, 가격을 10% 가량 올려서 출시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3개월간 진행된 가계통신비 협의회에서 삼성전자가 전략 스마트폰의 이통사향 단말과 자급제폰의 출시 시점 및 가격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3월 출시된 '갤럭시S9'부터 전략 스마트폰 자급제폰 판매를 본격화했다.

자급제폰 유통이 확대됨에 따라 통신업계 전반에서는 자급제폰 구입이 대세화될지 주목하고 있다.

■유통·약정할인 확대 시너지...아직 이용 비중은 미미

갤럭시S9가 자급제폰으로 출시되면서 제조사 유통망과 온라인몰은 자급제폰을 대상으로 판매 마케팅을 실시하는 등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삼성 디지털프라자 갤럭시S9/S9+ 자급제 판매 안내문.

이에 업계에서는 갤럭시S9 자급제폰이 10만대 이상 판매되는 등 소비자 호응이 나타났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자급제폰이 인기를 끈 이유에는 과거와 달리 선택약정할인율이 25%까지 확대되면서 단말 보조금이 유명무실해진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통사향 단말에 제공되는 단말 보조금 대신 자급제폰을 각 소비자에게 유리한 유통망에서 구매한 뒤, 이통사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약정할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략 스마트폰의 경우 출시 초반 약정할인을 선택하는 게 모든 요금제에서 유리하도록 단말 보조금이 책정된다.

갤럭시S9 자급제폰이 흥행한 뒤 LG전자도 전략 스마트폰 자급제 출시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 5월 판매를 시작한 'G7 씽큐' 자급제폰을 자사 유통망인 LG 베스트샵, 전자제품 유통망인 전자랜드와 하이마트, 온라인몰 11번가에서 판매한 것.

LG전자 'G7 씽큐' 후면.(사진=씨넷)

이후 지난달부터 삼성전자 새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9'도 자급제폰을 이통사향 단말과 함께 출시하는 등 자급제폰 유통이 늘어나고 있다.

자급제폰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커지자 이통사 대응도 나타났다. SK텔레콤과 KT는 유심 개통 가입자를 대상으로 사은품을 지급한다. KT의 경우 자사 온라인몰을 통해 상담 통화 없이도 유심으로 개통이 가능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KT가 유심 개통 가입자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실시한 것은 이 서비스가 처음이다.

KT(대표 황창규)가 자사 온라인몰에서 LTE 유심 개통 신청부터 완료까지 5분 내로 가능한 '바로개통유심'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16일 밝혔다.

자급제폰에 대한 주목도가 늘자 정부도 실 이용자 수를 주기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통계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자급제폰이 시장에서 환영받고 있는지를 객관적인 데이터로 확인해봐야 하는데, 제조사들이 영업 비밀을 이유로 판매량을 비공개에 부치고 있다"며 "현재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서 조사 방법을 검토 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 자급제폰 이용자는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에서 의미 있는 비중이라 보기 어려울 것으로 추측된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전체 가입자 중 자급제폰 이용자는 약 10% 수준"이라며 "이는 국내 제조사로부터 구입한 전략 스마트폰 외 직구폰, 중고폰 등도 포함된 수치라 아직은 자급제폰 이용 비중이 미미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7월 기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자급제폰 이용 비중은 약 8% 수준"이라며 "현재도 그 수치에서 크게 벗어난 편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가격 부담에 중고폰·알뜰폰 유심 인기...선탑재 앱 불편도 '해당없음'

자급제폰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진 이유는 새로 출시되는 전략 스마트폰 가격에 대한 소비자 부담도 한몫 했다.

더 이상 소비자들이 신규 전략 스마트폰 출시 시점을 기다려 2년마다 단말을 교체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 대신 저렴한 중고 스마트폰을 구입하거나, 자급제폰 구입 시 단말 할인을 받고 통신 요금을 비교적 절약할 수 있는 알뜰폰 요금제를 선택하고자 하는 수요가 커졌다.

중고폰은 이통사를 통해 구매하는 것이 아닌 만큼 자급제폰의 일종이다. 특히 스마트폰의 성능이 고도화되면서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이용에 큰 불편이 없는 구형 단말을 찾는 소비자 트렌드가 나타났다. 갤럭시S8, 갤럭시노트8이 중고폰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는 이유도 궤를 같이 한다.

지난 6월 정부는 중고폰 시장 활성화를 목적으로 스마트초이스 홈페이지를 통해 중고폰 시세 정보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중고폰 특성상 시세를 알기 어려운 탓에 소비자들이 거래를 꺼렸던 부분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10개 유통업체 판매 정보만을 수집한다는 점, 실시간으로 시세가 변할 수밖에 없는 시장임에도 직전 주 시세를 분석해 제공한다는 점이 한계라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소비자가 참고할 수 있는 기초 정보를 공공기관이 처음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소기의 목적 달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알뜰폰이 신규 전략 스마트폰 확보 대신 유심 요금제 마케팅에 주력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전략 스마트폰이 자급제폰으로 유통되면서 더 이상 물량 확보에 애쓸 필요가 사라진 것.

알뜰폰 업계는 가입자 확대를 위해 이통사가 유통하지 않는 단말을 강조하거나, 오프라인에서 자사 요금제로 개통 가능한 유심 판매에 주력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 접근성에 강점을 갖고 있는 편의점, 알뜰폰 요금제의 특징인 합리적 가격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들이 찾는 잡화점 '다이소' 등에 유심 상품을 입점하는 이유다.

소비자 입장에서 이통사 대리점을 찾아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것보다 자급제폰을 구매하는 게 절차는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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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향 모델을 구매할 경우 구매하는 동시에 요금제를 골라 개통이 가능하다. 반면 자급제폰을 구매하면 단말 구매 절차와 요금제 가입 절차가 분리돼 있어 별도로 진행해야 한다. 알뜰폰에 가입할 경우 개통 과정이 상대적으로 번거롭고 시간도 더 많이 소요된다.

그러나 이통사향 모델에 선탑재된 앱이 깔려 있지 않다는 장점, 유통망 선택에 따라 무이자 구매가 가능하다는 점이 소비자 동인으로 꼽힌다. 이통사에서 스마트폰을 할부로 구매할 경우 연 5.9%의 할부이자가 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