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표정과 행동 이해하고 추론하는 AI 연구”

표정·동작 의미 인식해 최적 서비스 제공이 목표

홈&모바일입력 :2018/09/06 11:00

[런던(영국)=김승민 기자] “사용자 중심의 인공지능(AI)이란 사람이 어떤 지시를 내리거나 행동했을 때 그 이유를 이해한다는 것이다. 현재 AI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만약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면 아기가 울었을 때 스스로 아기 달래기에 좋은 음악을 틀 정도 발전할 수 있다.”

4일 삼성전자의 AI 연구를 맡고 있는 케임브리지 AI센터의 세 리더 중 하나인 마야 팬틱(Maja Pantic) 교수는 삼성전자의 AI 발전 방향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팬틱 교수는 “지난 20년간 AI는 많이 진화했고 현재 감정을 이해하는 단계까지는 왔다”며 “그 다음 단계는 사람의 표정, 행동 등의 특징점을 이해하고 정의하는 것이지만 아직 여기까지는 오지 못 했다”며 현재 AI 기술 수준을 평가했다.

케임브리지 AI센터의 세 리더 중 하나인 마야 팬틱(Maja Pantic) 교수.(사진=삼성전자)

케임브리지 AI센터는 이처럼 인간을 총제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인간 중심(Human Centric) AI를 개발하기 위해 얼굴과 음성, 몸동작, 감정 등을 실시간으로 통합해 이해하는 기술 ‘휴먼 라이크 커뮤니케이션(Human-like Communication)’을 연구 중이다. 팬틱 교수 역시 얼굴과 행동 분석을 통한 감정인식 AI의 대가다.

이외 적은 데이터 기반으로 이해할 수 있는 머신 러닝, 클라우드 없이 기기 자체에서도 AI가 구현되도록 하는 ‘On-Device AI’, 헬스케어 분야도 연구하고 있다.

휴먼 라이크 커뮤니케이션은 사람 음성과 얼굴 표정, 고개 움직임 등 다양한 표현에 있어 인종과 나라별 문화적 차이, 연령과 성별 차이도 정확하게 인식,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팬틱 교수는 “고개나 입꼬리 같은 움직임은 인종이나 문화, 건강 상태에 따라 그 의미가 전부 다른데 이런 지표들과 감정 표현을 정확하게 매칭시키는 것이 연구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케임브리지 AI센터는 다양한 표현의 차이를 분별할 수 있도록 우울증이나 치매, 과체중 같은 질병 분야도 연구 중이다. 질병에 따른 특징들을 정형화할 수 있게 되면 스마트폰처럼 항상 주변에 있는 기기의 AI 기능으로 조기에 질병을 인지하거나 질병 단계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팬틱 교수는 “현재 AI 인식률이 떨어지는 고령자와 아이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아마존 알렉사의 고령자와 아동 인식률은 30% 수준”이라며 “우울증에 걸린 노인이 웃긴 영상을 봤을 때 나타내는 표현을 봐도 일반적인 것과는 다른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과체중도 영국,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큰 문제지만 기존 헬스 트래킹 애플리케이션으로는 일일이 음식을 입력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케임브리지 AI센터는 휴먼 라이크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실제 적용되면 사용자 표정만으로 기기가 어떤 명령을 수행하길 원하는지를 예측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냉장고가 스스로 식료품을 인식해 보관 식품 리스트를 작성하거나 스마트폰이 노인의 치매나 우울증 등 질환 사전 징조를 분석해 본인과 가족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

연구팀은 삼성전자의 AI플랫폼 ‘빅스비(Bixby)’가 사용자 특화 정보를 이용해 음식 칼로리를 더 정확하게 기록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밖에 지난 5월 유럽 개인정보보호법(GDPR)이 개정되면서 케임브리지 AI센터는 보안도 중요 의제로 다루고 있다. 팬틱 교수는 “삼성전자 제품은 스마트폰부터 냉장고까지 항상 주변에 있어 빅스비로 도움줄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여러 기기가 개인 정보를 안전하게 공유, 대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미국·캐나다·러시아서도 AI센터 운영

삼성전자는 이처럼 인간 중심에서 이해하고 최적의 액션을 안전하게 제공하는 AI를 개발하기 위해 5가지 전략을 마련했다.

오는 2020년까지 모든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AI로 연결하고 ▲철저하게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저 센트릭(User Centric)’ ▲지속적으로 학습해 성능을 높이는 ‘올웨이즈(Always Learning)’ ▲멀티 디바이스로 언제 어디서나 사용자를 지원하는 ‘올웨이즈 데어(Always There)’ ▲사용자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도움을 제공하는 ‘올웨이즈 헬프풀(Always Helpful)’ ▲안전과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는 ‘올웨이즈 세이프(Always Safe)’ 등을 추진한다.

케임브리지 AI센터 역시 이같은 전략 추진을 위해 지난 5월 개소됐다. 또 다른 AI센터는 서울과 미국 실리콘밸리, 캐나다 토론토, 러시아 모스크바 등에 있다. 해당 연구소들은 각각 최대한 중복되지 않도록 연구 분야를 선정하고 있다.

케임브리지가 AI센터 거점으로 선택된 배경은 전통적으로 영국이 기초 수학, 자연 과학 역사가 깊고 좋은 학교와 인재가 많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애플 등 주요 AI 관련 기업들의 새로운 거점으로 부상 중이며 새로운 스타트업들이 많이 탄생하고 있어 영국판 실리콘밸리로 자리매김하는 점도 고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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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케임브리지 AI센터는 영국 유명 대학들과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넘어 인력, 설비 등 연구 인프라 상호 교류, 연구과제 지원 등 다양한 상호 협조 프로그램도 만들어 운영 중이다.

마야 팬틱 교수는 “AI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며 삼성전자는 다양한 가전과 정보기술(IT)제품으로 축적한 사용자 이해를 바탕으로 AI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며 “케임브리지 AI센터는 삼성의 다른 AI센터와 함께 인간 중심 AI를 보다 심도 있고 혁신적으로 연구해 삼성의 다양한 제품들이 보다 사용자 삶에 편리함을 주고 삼성전자 미래사업 발굴에도 기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