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세대에서 미래 찾는다"

[인터뷰] 삼성전자 유럽디자인연구소 펠릭스 헤크 소장

디지털경제입력 :2018/09/05 11:11    수정: 2018/09/05 12:14

[런던(영국)=김승민 기자] “삼성디자인유럽(SDE)은 영국과 유럽 문화, 동향을 분석하고 한국 디자이너들의 글로벌 디자인을 지원한다. 디자인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부터 직접 현지 제품을 발굴하기도 한다.”

4일 영국 런던에 위치한 SDE 사무실에서 펠릭스 헤크(Felix Heck) 소장은 SDE 역할을 이렇게 정리했다.

세계에서 활동하는 정보기술(IT)기업 삼성전자는 여러 지역의 라이프스타일을 꿰뚫는 디자인의 필요성을 느꼈다. 이에 따라 1991년 일본 도쿄를 시작으로 세계 주요 거점에 해외 디자인연구소를 설립하고 2001년부터 대표이사 직속 디자인경영센터도 세웠다.

까밀 해머러(왼쪽) 삼성디자인유럽 트랜드랩장과 펠릭스 헤크 소장이 지난 4일 삼성디자인유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2000년에 3번째 해외 디자인거점으로 세워진 SDE는 유럽 디자인 네트워크 구축과 리서치를 담당한다. 2005년에 설립한 이탈리아 밀라노의 소재 연구소를 분소로 운영 중이다.

SDE는 다양한 시각에서 혁신적인 디자인 인사이트 포착할 수 있도록 상시 40명 내외의 여러 분야 전문가로 인력을 구성하고 있다.

헤크 소장은 “SDE는 디자인 외의 인문학, 경영, 공학, 건축, 패션 등 다양한 전공과 산업 분야 인력들로 구성됐다. 성별, 국적, 인종, 나이 면에서도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이루고 있다”며 “이처럼 열린 소규모 조직으로 운영하며 직관과 관찰, 상상력을 중요시 여긴다”고 설명했다.

SDE가 런던에 있는 이유 역시 도시 자체가 새로운 시각과 변화, 혁신의 의미가 살아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헤크 소장은 “현재 런던은 352년 전 1666년 화재사건에서 기인했다고 할 수 있다. 당시 런던은 인구 30~40만명으로 파리와 이스탄불에 이어 3번째로 큰 도시였다”며 “그러나 대화재 3일간 세인트 폴 대성당을 비롯해 모든 것이 다 타버렸지만 런던은 파괴 속에서 다시 일어나 현재 모습을 이루게 됐다”고

이어 “런던처럼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는 많지 않다. 국제적으로도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라며 “당장 도시 풍경을 보면 고전미가 살아있는 건물과 최신 버스가 어색하지 않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 옛것을 위해 새로운 시도를 억누르지 않고 새로움을 위해 옛것을 허물지도 않는 도시”라고 평했다.

■ 세상을 바꾸는 밀레니얼 세대

SDE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트렌드와 밀레니얼 세대다. SDE는 인류 미래 생활상을 예측하고 그에 맞는 디자인을 제안하는 ‘트렌드 랩’을 설치했다. 트렌드 랩은 연구소 내 5명 전문가로 구성돼 SDE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까밀 해머러(Camille Hammerer) SDE 트랜드랩장은 “트렌드 예측은 80년대 파리 스타일과 섬유산업에서 시작했다. 40년이 더 지났지만 트렌드는 화장품, 음식, 교통, 디자인 등 여러 산업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앞으로 다가올 스타일과 색상 예측 데이터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Y세대로도 불리는 밀레니얼 세대는 베이비 붐이 끝난 뒤 태어난 X세대의 뒤를 잇는 인구집단이다. 정확한 구분 기준은 없으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 출생한 세대를 주로 일컫는다

SDE는 밀레니얼 세대를 연구하며 2016년부터 젊은 세대 문화과 크게 달라졌음을 인식했다.

여홍구 SDE 부소장은 “우리는 디지털, 탈중앙화 특성으로 그들만의 문화를 만드는 밀레니얼 세대를 트랜스 포머(trans fomer)라고 부른다”며 “트랜스 포머가 바꾼 게임산업을 보자면 가상현실(VR)을 적용해 현실 탈피는 물론 나이, 직업, 성별 등으로 구분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의 밀레니얼 세대는 특히 음식과 먹는 것에 중독됐다. 이제 식사는 몰입감 있는 경험이며 집안 중심도 부엌으로 이동해 가족, 친구들 모임의 장소가 됐다”며 “지금도 인스타그램 등에는 엄청난 수의 음식 사진들이 올라가고 있다. 이런 변화는 밀레니얼 세대가 이끌었으며 이들은 어떤 세대와도 다르다. 이들을 통해 미래에 대비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해머러 트랜드랩장은 “SDE는 항상 밀레니얼 세대만 연구하는 것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세상을 바꾸는 세대 트렌드의 중심을 조사하다 보니 밀레니얼 세대에 집중하게 됐다”며 “우리는 현실을 변화시키는 세대를 연구한다”고 강조했다.

■ 삼성 디자이너와 협력해 제품 개발

헤크 소장과 여홍구 부소장이 지난 4일 오디세이 제품 디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헤크 소장은 트렌드 예측과 밀레니얼 세대 연구를 통해 거둔 성과인 게이밍 PC ‘오디세이(Odyssey)’와 스마트 냉장고 ‘패밀리허브 3.0’을 소개했다.

SDE와 삼성전자 PC사업팀이 협력해 개발한 오디세이는 트랜스 포머의 특성을 반영해 기존 남성적이었던 디자인에서 탈피해 중성적이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방향으로 설계됐다.

헤크 소장은 “삼성전자는 몇 년 전 게임 PC 개발 기획에 들어가면서 기존 제품과는 다른 디자인과 브랜드를 고민하다 SDE에 협업을 의뢰했다”며 “우리는 트렌스 포머를 고려해 외형 디자인부터 패키징, 마케팅 스토리까지 일관된 방향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반복된 일상에서 시간과 장소를 맴도늘 걸 떠나 미지를 경험하고 싶은 열망을 새로운 콘셉트로 잡고 토성의 이미지를 활용한 6각형 디자인을 채택했다”며 “오디세이 디자인은 2018 iF 어워드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2016년 미국 소비자가전전시회 CES에서 소개된 삼성전자 패밀리허브 3.0 버전은 SDE와 사용자경험(UX) 디자이너들이 협력해 만든 제품이다.

헤크 소장은 “우리는 글로벌 트렌드를 제공하고 한국 서울에 있는 UX디자이너는 현실적 시각을 제공했다”며 “SDE 식당에 패밀리허브를 놓고 직접 체험하며 연구 개발을 진행했고 매주 2~3차례 UX디자이너들과 화상회의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결과 스킨세이버 기능을 개발했다. 냉장고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시계나 달력 등을 띄우는 기능을 넣어 부엌을 인간적 공간으로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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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E는 현재 밝힐 수 없는 다양한 제품, 서비스들을 연구 개발 중이다. 헤크 소장은 “SDE는 항상 미래를 예측하며 내년에는 어떤 트렌드가 찾아올지 연구한다”며 “보안상 많은 것을 말할 수 없지만 내년부터는 끊임없는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항상 기술적 관점보다는 인간 중심에서 디자인을 고려한다. 또 다른 것, 새로운 것과 만날 때 혁신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은 관점에서 삼성전자 디자이너들과 협력해 제품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