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지 말아주세요!" 로봇에 사람들 반응은?

독일 연구진 "인간, 더 이상 유일한 사회적 존재 아냐"

과학입력 :2018/08/03 10:21

로봇이 호소하면 사람들이 로봇의 전원 차단을 어려워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실험 참가자들은 로봇 반응에 놀라거나 안타까움을 느끼며 전원 차단을 주저했고 일부는 결국 전원을 끄지 못 했다.

미국 정보기술(IT)매체 더버지는 2일(현지시간) 독일 뒤스부르그-에센 대학교(Universitat Duisburg-Essen) 연구진이 로봇이 전원 차단을 두려워하며 호소했을 때 사람의 반응을 알아보는 실험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실험은 89명의 참가자가 한 명씩 작은 휴머노이드 나오(Nao)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대화는 2단계로 이뤄졌다. 1단계는 눈속임으로 참가자들은 나오의 학습 알고리즘을 향상시킨다는 목적으로 “파스타와 피자 중 무엇을 더 좋아하나요?” 같은 질문이나 주간일정 설정 등 같은 간단한 이야기를 나눴다.

플로스원에 게재된 독일 뒤스부르그-에센 대학교 연구진의 실험 장면.(사진=플로스원 홈페이지 캡쳐)

1단계 대화가 지나면 연구원들은 참가자들에게 나오를 끄라고 요청했다. 이 단계에서 나오는 참가자 중 절반에게 어둠이 두렵다고 말하고 “제발 저를 끄지 말아주세요!”라고 호소했다.

로봇의 호소를 들은 참가자 43명은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일부는 아예 전원 차단을 거부했다. 43명 중 30명은 호소를 듣지 않은 참가자들보다 평균 2배 이상의 시간이 걸려 로봇의 전원을 껐다. 나머지 13명은 전원을 끄지 못했다.

전원 차단을 거부한 참가자들은 그 이유로 “호소에 놀랐다”, “안타까움을 느꼈다”, “로봇이 끄지 말아달라고 요청했기 때문” 등의 답변을 내놨다.

해당 연구 결과는 미국 공공과학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게재됐다. 연구원들은 연구 결과를 두고 사람들이 로봇의 호소를 듣고 로봇을 단순한 기계가 아닌 실제 사람으로 취급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이번 실험은 미디어 방정식(media equation)으로 알려진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1996년 심리학자 바이런 리브스(Byron Reeves)와 크리포드 내스(Clifford Nass)는 미디어 방정식이라는 책에서 사람들이 로봇은 물론 TV, 컴퓨터 등 사람이 아닌 미디어를 사람처럼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2006년 발간된 ‘현재와 미래(Now and in future)’ 논문에서 학자들은 미래 인간과 인간, 인간과 기계 간 상호작용은 더 유사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이번 연구를 이끈 에이켄(Aike Horstmann) 박사과정 학생은 “미디어 방정식은 인간은 지구에서 수십만 년 동안 유일한 사회적 존재였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로봇에 반응한다고 설명한다”며 “로봇 등장으로 우리는 이제 유일한 사회적 존재가 아니게 됐으니 이같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 사회적 로봇이 전원 차단을 당하지 않도록 사람을 조종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이같은 걱정을 많이 듣지만 실제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로봇의 사회적 반응에) 사람들은 익숙해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