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뉴스 편집, 외부인에 맡기면 어떨까

[이균성 칼럼] 한국식 저널리즘의 새로운 모색

데스크 칼럼입력 :2018/06/19 10:31    수정: 2018/11/16 11:20

뉴스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는 네이버가 그 해법의 일환으로 삼았던 ‘기사 배열 공론화 포럼' 활동을 마무리 짓고 그동안 논의됐던 결과를 발표했다. 골자는 두 가지로 보인다. 저널리즘을 더 강화하자는 것과 뉴스 편집을 기계(인공지능)에만 맡기지 말고 사람이 참여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결과를 놓고도 논란이 많지만 어찌됐던 결국 도달할 수밖에 없는 결론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문제는 디테일이다. 저널리즘을 구현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 말 또한 추상성을 벗어나지 못 한다. 개별 사건과 그것을 다루는 뉴스에 대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지는 언론마다 독자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제시할 수 있는 것은 단지 원칙일 뿐이다. 이를 테면 공자님의 말씀처럼 “대의명분을 좇아 객관적인 사실에 입각하여 준엄하게 기록하는 것”이 저널리즘의 핵심 이론일 수 있다.

이날 발표한 교수들의 의견도 저널리즘의 기준을 조금 더 구체화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추상적인 것은 마찬가지다. 심층성, 투명성, 독창성, 속보성 등을 저널리즘 가치에 부합하는 원칙이라고 주장한 교수도 있고, 알아야 할 뉴스와 중요한 뉴스, 사회적 약자 뉴스나 성평등적 뉴스, 정치권이나 기업 같은 이익집단의 압력을 배제한 뉴스 등을 꼽은 교수도 있다. 다들 그럴 듯하고 필요한 가치이다.

포럼 위원장을 맡았던 고려대 김성철 교수가 제시한 포털 뉴스 배열의 9원칙도 비슷하다. 투명성과 공정성 그리고 이용자 맞춤형 뉴스 등이 그것이다. 사실 이런 가치는 미디어 전문가가 아니어도 아는 것이고 의당 그렇게 해야 하는 저널리즘의 가치들이다. 문제는 세상에 수많은 개별 사건과 뉴스가 존재하고 그 중 무엇이 더 중요하고 가치 있게 다뤄져야 하는 지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네이버 기존 뉴스 편집진이 그러듯 모든 언론 그리고 기자 또한 그 선택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당(黨) 지침이 그대로 편집방향이 되는 사회가 아니라면 원칙이 무엇인지도 헷갈릴 만큼 난무하는 그 다양성이야 말로 진정한 저널리즘의 구현인지도 모른다. 지금 한겨레부터 조선까지 우리 기성 언론이 그렇게 하고 있다. 자신의 선택을 더 중하게 다뤄달라는 게 포털에 대한 압력이기도 하다.

그래도 포털 편집진과 기성 언론에는 차이가 있었다. 기성 언론은 저널리즘을 내세우되 그보다 사시(社是)가 먼저였고, 뉴스는 사시를 기반으로 생성되고 배치됐다. 때론 사시를 위해 팩트까지 왜곡하는 경우도 있었다. 포털은 기성 언론과 달리 뉴스 내용 그 자체에 대한 지향적 사시가 없기 때문에 수없이 쏟아지는 뉴스를 독자의 관심도에 따라 큰 무리 없이 배열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기성 언론이 사시의 가치를 지향한다면 포털은 그 가치들이 경합하게 하고 그래서 중화되게 하는 게 더 중요한 것이다. 이 분석이 팩트를 크게 왜곡하지 않는 것이라면, 언론인 듯 언론 아닌 포털은 공정성이라는 저널리즘의 최고 가치 중 하나를 다른 어떤 기성 언론보다 태생적으로 구현해줄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왜냐하면, 포털 뉴스는 그것 말고 주장할 가치가 따로 없겠기 때문이다.

포털이 자신의 가치관을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편향적이라는 오해를 받았던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영향력 때문이다. 포털은 중립적이지만 왼쪽에 있는 자에겐 오른 쪽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반대로 오른 쪽에 있는 자에겐 왼쪽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은 포털이라는 존재가 편향된 게 아니라 이를 보는 시선이 편향됐던 것이다. 시선이 중립적인 사람이라면 이 말을 이해할 수 있다.

둘째 자체 편집 인력을 뒀다는 점이다. 이는 두 가지 점에서 문제가 됐다. 편집 인력이 인간이기 때문에 결국 편향될 거라는 선입견, 그리고 포털 뉴스를 편집하는 인력이 미디어의 지고지순한 가치인 저널리즘을 이해하는 존재인지 모르겠다는 선입견이 그것이다. 그들은 오래전부터 최근까지 김 교수가 해법이라고 내세운 9원칙을 복음처럼 여기며 일해 왔지만 편향된 시선은 이를 믿지 않았다.

네이버가 인간 대신 AI 전면 편집을 도입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이 칼럼을 통해 ‘네이버 뉴스 편집은 망했다’고 썼거니와 그건 최악의 선택이었다. 기계가 기사 선호도는 알려줄지언정 저널리즘의 가치를 구현하기에는 아직 요원하기 때문이다. 포털의 AI 편집은 지금 저널리즘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발주자 뉴스, 즉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낀 붕어빵 기사들만이 포털을 도배하고 있다.

이런 편집이 저널리즘을 훼손한다고 하는 까닭은 포털에 정부, 정치인, 기업 등 각 분야 권력자들의 주장과 입장만으로 도배되기 때문이다. 기성 언론은 보도자료 형태로 제시된 이들의 주장과 발언을 일단 보도할 수밖에 없다. 다수의 언론이 보도하고, AI는 뉴스 개수를 기준으로 중요도를 판단해 전면에 배치하는 구조로 돼 있다. 그 이면의 진실을 찾아 애써 기록한 기사는 부각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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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도 금방 이를 파악했다. 이날 공개된 바에 따르면, 독자 63%는 사람과 AI가 협업해서 편집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래서 엉뚱한 생각을 해봤다. 포털 뉴스 편집을 자체 인력이 아니라 신뢰할 만한 외부인 한다면 어떨까. 공정한 방식으로 ‘포털 뉴스 편집자 선발 위원회’를 구성하고 여기에서 뽑힌 외부인이 합의된 기준에 따라 6개월 혹은 1년 단위로 돌아가면서 뉴스를 배열한다면 어떨까.

네이버는 뉴스 플랫폼과 기술만 공급하고, 뉴스를 선택하고 배열하는 일은 AI의 도움을 받아 공정한 기구를 통해 선발된 외부인이 맡는다면 논란을 크게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특히 그 인력은 미디어 전문가를 포함해 시민단체, 사회적 약자 그룹 등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저널리즘은 기성 언론과 교수의 책상에서 빠져나와 막 건져 올린 물고기처럼 생동감 있게 퍼덕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