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미즈호은행 사태가 우리은행에게 주는 교훈

기자수첩입력 :2018/05/04 18:12    수정: 2018/05/04 18:17

"체크카드 결제는 되는 건가?" "연휴 기간 지정해놓은 자동 결제는 미뤄지는 건가?"

5월 5일 자정부터 5월 7일 자정까지 꼬박 3일 간 우리은행과 관련된 금융 거래가 중단된다. 우리은행은 문자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이메일 등을 통해 차세대 전산시스템 도입으로 금융 거래가 일시 중단된다는 공지를 하고 있지만, 일부 고객들은 이 같은 질문을 한다.

3일 동안 거래가 중단되는 항목은 우리은행 계좌를 사용한 모든 거래다. 우리은행 계좌를 기반으로 한 입출금은 물론 계좌 이체 및 조회가 되지 않는다. 오프라인만의 얘기도 아니다. 인터넷 뱅킹과 스마트 뱅킹·텔레 뱅킹·펌 뱅킹도 안되며 우리은행과 관련한 모든 앱도 작동하지 않는다. 다른 은행에 가서 거래하면 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은행 계좌와 연동된 모든 페이와 체크카드도 사용할 수 없다. 우리은행을 통한 외화 환전도 물론 안된다.

우리은행은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차세대 전산시스템 도입을 위해 거래를 일시 중단한다. 우리은행의 차세대 전산시스템 도입은 14년 만이다.(사진=우리은행)

다만 신용카드는 국내외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신용+체크 카드인 하이브리드 카드라면 신용카드 기능만 사용할 수 있으며, 체크카드에 후불 교통 카드 기능도 무리없이 쓸 수 있다. 근데 택시에서는 쓸 수 없다.

주거래 은행이 우리은행인 고객들은 황금같은 '어린이날' 연휴에 현금을 뽑아놓는게 좋다. 불편한 일이다. 계좌를 기반으로 한 페이를 사용해 배달 음식을 시켜먹을 때도 영문을 모른 채 결제가 안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고객은 답답함을 호소하지만 사실 우리은행의 차세대 전산시스템은 노후화된 전산시스템을 바꾸는 일이기 때문에 먼 훗날에는 안정적인 거래와 서비스 측면에서는 이득이 된다. 우리은행은 2004년 이후 14년 만에 3천억여원을 투자해 차세대 전산시스템 '위니(WINI·Woori Innovative New Infra)'를 도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4월 25일 바이오인증 업체와의 서버 문제로 우리은행의 모바일 뱅킹 고객은 자금 이체를 하지 못했다.[관련기사☞우리은행, 지문인증 이체 '먹통'…금감원 보고도 아직] 한 달 전인 3월에는 우리은행이 구축을 담당한 서울시 전자 세금 고지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서울시 인터넷세금납부시스템 오류 원인 파악중] 앞선 2월에는 2월 15일 자정부터 2월 18일 자정까지 예정했던 차세대 전산시스템 도입일이 돌연 연기됐다. [관련기사☞우리은행 차세대시스템 도입 돌연 연기…왜?] 우리은행의 전산시스템 문제라고 모두 보기 어렵지만 고객 입장에선 불안함 맘이 더 크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뒷 말들이 무성했다. 예정일을 이틀 앞두고 은행이 전산시스템 도입을 미룬다는 것은 쉽게 볼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올해 1분기 우리은행에 고객들이 맡겨둔 예·적금은 114조9천180억원이다. 우리은행 총 자산 370조7천억원의 3분의 1수준임을 감안하면 은행의 역할과 의무가 막중하다.

현재는 금융계를 떠난 원로 인사들은 우리은행의 이번 차세대 전산시스템 도입을 지켜보며 일본의 '미즈호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야아된다고 경고한다. 일본 대형은행으로 꼽히는 미즈호 은행은 동일본 대지진 발행 후 3일 뒤 2011년 3월 14일 이체가 지연되더니 결국 지점과 자동화기기(ATM) 사용이 정지됐다. 전산시스템에 큰 결함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당시 전산시스템 사고로 미즈호 은행은 80억엔(약 789억9천만원)의 금전 손실과 동시에 이미지 및 브랜드 가치가 떨어졌다. 12년 전인 1999년에도 다이치간교·후지·니혼코교은행의 통합 뒤 일원화되지 않은 전산시스템으로 시스템 장애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정확히 대응하지 못해 두 번의 사고를 일으켰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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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과의 미즈호 은행의 여건과 환경이 딱 맞아 떨어지진 않는다. 하지만 우리은행이 다양한 은행 인수합병(상업은행·한일은행·한빛은행)의 역사로 임직원 간 계파가 있다는 점과 원래 프로젝트를 수행키로 했던 최고경영자(이광구 전 행장)와 현재의 최고경영자(손태승 행장)이 다르다는 점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2012년 한빛미디어가 낸 '시스템 장애는 왜 두 번 일어났을까'에 제시된 '사내 책임 체제를 명확히 해야한다' '여러 시스템 개발회사를 비교해 자사 업무에 가장 정통한 업체를 선택해야 한다' '시스템 개발 회사를 하청 취급하거나 개발비를 함부로 깎지 않는다' 와 같은 '동작하지 않은 컴퓨터를 없애는 십계명'을 이번 우리은행은, 혹은 차세대 전산시스템 도입을 앞둔 시중은행은 귀 기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