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문재인 정부에 과연 '금융'은 있는가

기자수첩입력 :2018/04/17 13:47    수정: 2018/04/17 14:05

문재인 정부 초기 불거진 '금융홀대론'이 다시 불붙을 기세다. 금융감독원장이 한 달새 두 명이나 낙마했기 때문이다. 지난 해 9월 취임한 최흥식 전 금감원장은 임기 7개월 여 만에 하나금융지주 사장 시절 연루된 특혜 채용에, 김기식 금감원장은 피감기관 돈으로 간 외유성 해외 출장 지원과 셀프 후원 논란에 결국 사퇴했다.

김 원장은 금융감독위원회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분리되고, 독립 운영을 하기 시작한 지 19년 만에 최단 임기란 오명까지 더하게 됐다.

두 명의 금감원장은 임명 전에도 말들이 많았다. 최흥식 전 원장은 피감기관이었던 하나금융의 이력때문에 제대로 된 금감원장 역할을 못할 것이란 우려가 있었고, 김기식 금감원장은 참여연대 이력 탓에 '코드 인사'란 뒷 얘기들이 무성했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 가면 문재인 정부는 정권 첫 금감원장으로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을 낙점하기도 했다. 금융 이력이 부족하다는 수많은 반대 여론 끝에 최흥식 전 금감원장으로 결정됐으나 매번 잡음이 흘러나왔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금감원장 인사는 세 번이나 실패했다.

자의든 타의든 정치적이든 그렇지 않든, 금감원은 금감원장 때문에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다보니 문 정부가 금융계 인사와 업권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계 원로와 정부 코드 인사로 티가 날 것 같은 금융 문제만 해결하면 된다는 편의주의적 발상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오죽하면 어렸을 때 은행을 잘 안 접해본 운동권 인사들이 정부를 장악해, 금융을 잘 모른다는 우스갯소리가 업계에 떠돈다.

문 정부 초기 외국계 금융사가 한국을 찾았을 때 "금융이 있는가"라고 질문했다고 한다. 한국 정부가 금융에 '우호적'이지 않은데다 우호를 떠나 아무런 정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질책이었다.

가상화폐 문제도 그랬다.

블록체인이란 신기술을 등에 업은 사실상 새로운 투자처인 가상화폐를 투기로 엄단하고, 투자자들을 범죄자 취급했던 문 정부의 작년 대처는 그야말로 금융을 무시한 발상이었다. 돈의 이동에 대해 꼬리표를 달기 어려우니, 아예 유통시키지 말라는 것은 요리조리 튀는 벼룩을 잡기 위해 아예 초가집 재료들을 없애는 것과 다름없다.

금융 산업은 복잡하다. 제품을 잘 만들어 잘 팔아 수익을 올리는 제조업과도 다르다. 제품을 찍어내지 않아도 돈을 벌 수 있으며, 재고 관리도 필요없다. 그렇지만 수익이 난다. 돈이 이곳저곳을 떠돌면서 돈이 돈을 번다. 돈의 이동은 인터넷의 확산을 통해 영역이 넓어지고 빨라졌다. 2008년 미국발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증권·공학화 된 금융은 더 이상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문제로 해결되기 어려워졌다.

금융을 둘러싼 환경도 급변했다. 이종 산업과 금융이 접목돼 냉장고에서 내 돈을 조회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핀테크는 다양한 기술을 기반으로 종전에 찾아볼 수 없었던 금융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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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김기식 금감원장의 인사를 두고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줘야 한다"며 "과감한 선택일 수록 비판과 저항이 두렵다"고 했다. 인사권자의 고민일 수 있다.

하지만 개혁이 필요한 것은 있던 것을 갈아엎는 '혁명'이 아니다. 그보다 도처에 새롭게 생기는 문제를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대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