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스냅, 갑자기 제동 걸린 이유는

스마트안경 부진…안드로이드서 고전 등도 이유

홈&모바일입력 :2017/05/12 13:50

미국 10, 20대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쾌속질주하던 스냅챗 앞에 빨간 불이 켜졌다.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간) 공개된 스냅의 1분기 실적은 실망스러웠다. 스냅은 2017년 1분기에 약 22억 달러(약 2조 5천억 원)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실적은 지난 3월 기업공개(IPO) 이후 처음으로 발표된 것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IT매체 씨넷은 11일 스냅의 1분기 실적 자료를 바탕으로 부진 이유를 분석했다.

지난 3월 미국 나스닥에 진출한 스냅이 IPO 후 첫 번째 실적을 발표했다. (사진=씨넷)

1. 스마트 안경 ‘스펙터클’의 부진

작년 말 스냅은 동영상, 사진 촬영이 가능한 스마트 안경 ‘스펙터클’을 발표했다. 이 제품이 처음 공개되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

출시 초 스펙터클은 이동식 자판기에서 판매했고 이를 통한 게릴라 마케팅도 좋은 반응을 이끌었다. 스펙터클을 사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자판기 앞에 줄을 서는 진풍경도 보여줬다. 올해부터는 온라인 판매도 시작됐다.

스냅이 선보인 스마트 안경 '스펙터클' (사진=씨넷)

하지만 스펙터클 판매는 신통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출시 후 제품 판매액은 1천250만 달러 수준. 판매가격이 130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약 9만 6천대 가량이 팔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전체 스냅챗 전체 사용자 1억 6천600만 명 중 0.05%에 불과한 수치다. 스냅챗에는 매일 30억 개의 사진이 올라오고 있지만, 스펙터클에서 업로드 된 사진은 일 5백 만개에 불과하다.

2. 페북의 스냅챗 따라잡기

스냅의 부진은 페이스북의 스냅챗 따라잡기와 무관치 않다. 스냅챗의 1분기 하루 활성 사용자 수는 1억 6천600만 명. 하지만 인스타그램은 지난 달 ‘인스타그램 스토리’의 일 활성 사용자 수가 2억 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인스타그램은 작년 8월 스냅챗과 유사한 기능을 갖춘 스토리 기능을 도입한 후 스냅챗 사용자를 뺏어가고 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 (사진=인스타그램 공식 블로그)

실적 공개 자리에서 한 투자자는 에반 스피겔 스냅 최고경영자(CEO)에게 ‘페이스북이 두려운가’에 대해 물었다. 그는 웃으며 "스냅챗을 위한 도구를 더 많이 만들어야겠다"며, “만약 당신이 대단한 것을 만들면 사람들이 당신을 모방할 것이라는 사실에 편안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야후가 검색 창을 가지고 있다고 구글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향후 스냅의 전략은 비즈니스에 대해 창의성을 갖는 것이라고 밝히며 이용자들의 사진, 동영상에 적용되는 렌즈, 필터 등과 같은 툴에 더욱더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3. 트위터와 스냅챗

일각에서는 부진한 1분기 실적을 두고 스냅도 트위터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닌가 하고 우려하고 있다. 사실, 스냅챗의 경쟁자는 인스타그램이지만 1분기 스냅이 보여준 지표는 트위터와 가까운 것이 사실이다.

많은 잠재력을 보유한 강력한 스타트업으로 급 부상해 기업공개(IPO)를 했지만, 이후 사용자 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이 트위터와 비슷하다. 스냅챗은 지난 분기에 일 활성 사용자를 800만 명 추가로 얻었고, 트위터는 월 활성 사용자를 900만 명을 추가했다. 물론 이번 실적은 스냅의 첫 번째 실적이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하긴 아직은 이르다고 씨넷은 평했다.

스피겔 CEO는 이에 대해 경쟁자들이 흔히 취하는 푸시 알람 및 친구 가입 요청 등은 피하고 싶었다고 밝히며 "이는 사용자 수를 늘리는 손 쉬운 방법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이 방법이 지속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물론, 기간을 1년으로 늘려 분석하면, 스냅챗이 트위터에 월등히 앞서 있다. 트위터는 1천800만 명, 스냅챗은 4천400만 명의 신규 사용자를 확보했다.

4. 안드로이드에서 고전

스냅챗은 초기에 iOS 앱에 더 집중했기 때문에 안드로이드 사용자 보다 아이폰 사용자 비중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안드로이드폰 사용자 비중이 높아지면서 스냅챗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에반 스피겔 스냅챗 CEO (사진 = 씨넷)

최근 스냅은 카메라와 오디오 품질 개선, 앱 속도 향상 등 안드로이드 경험을 향상시키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스피겔은 “우리는 안드로이드에서 힘든 시간을 보냈고 이는 여전히 지표에서 나타난다. 최근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시간이 걸린다"고 밝혔다. 그는 곧 안드로이드의 경험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업데이트를 진행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5. 지출의 대부분은 IPO 등록비

관련기사

스냅이 기록한 22억 손실의 대부분은 IPO 등록 관련 비용 20억 달러가 포함된 것이다. 하지만, 다른 지출도 당초 계획보다 늘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스냅챗의 호스팅 비용은 사용자 당 약 60 센트가 지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스냅은 1분기에 9천900만 달러를 클라우드 비용으로 사용했다.

또한, 앱, 하드웨어 개선 등을 목적으로 1억9천600만 달러의 운영비를 지출했다. 또, 연구 개발비로 7천800만 달러를 사용해 이는 작년 전체 운영비보다 많은 수준이라고 씨넷은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