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자동완성 조작설, 사실일까

[백기자의 e知톡] “단순 해프닝…사용자 신뢰 쌓아야”

인터넷입력 :2017/04/11 11:10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오차 범위 안에서 엎치락뒤치락 박빙의 승부를 벌이면서 양쪽으로 갈린 누리꾼들의 관심도 뜨겁습니다.

과거에 있었던 상대편 후보의 말 한마디, 사진 한 장에도 여러 의혹을 제기하고 사실관계를 따지며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최근에는 네이버의 문재인 감싸기 의혹도 불거졌습니다. 일각에서 네이버가 ‘문재인 아들 특혜 의혹’을 조금이라도 감추고자 자동완성 기능을 일시 중단시켰다는 주장이 나와 한창 이슈가 됐습니다.

한성숙 신임 대표가 취임하면서 내건 ‘투명한 네이버’ 공약에 흠집이 갈만한 문제 제기였는데요, 한 대표가 단순 실수란 해명과 사과를 했음에도 이슈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만큼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간 양보 없는 경쟁이 이 같은 의혹을 더 키운 것 아닌가 싶습니다.

문재인 자동 완성 오류화면. PC버전에서는 '2017년 대선후보에 대해 7월30일까지 자동완성 기능이 제공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모바일 버전에서는 '제20대 국회의원선거 후보에 대해 4월13일 선거일까지 자동완성 기능이 제공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나왔다.

그렇다면 네이버의 문재인 후보 감싸기 의혹은 사실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과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네이버가 문재인 후보의 자동완성어 기능을 일부러 차단시켰다는 의혹의 이면에는 복잡한 것들이 얽혀있습니다.

그동안 네이버는 실시간급상승 검색어, 연관검색어를 임의대로 변경, 또는 차단했다는 의혹을 받아왔습니다. 명확한 기준도 없고, 공정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이어져 왔습니다.

여기에 지난 달 16일 문재인 캠프 SNS 본부장에 네이버 윤영찬 부사장이 임명된 사실과 엮이면서 ‘네이버의 문재인 감싸기’ 퍼즐이 완성된 듯 보였습니다. ‘제 편 감싸기’란 논리죠.

자유한국당도 성명을 내고 네이버의 공정성 문제를 꼬집으며, ‘문재인 감싸기’ 프레임을 짜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곧 문재인 후보에 대한 공격이기도 합니다.

네이버 자동완성어 예.

네이버가 정말 ‘그들’ 주장대로 문재인 후보의 호위병 역할을 자처했는지 따져봄에 있어 연관검색어와 자동완성어를 정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관검색어는 검색창에 특정 단어를 입력하고 엔터키를 눌렀을 때 검색창 하단에 열거되는 단어들입니다. 문재인 후보를 입력한 뒤 엔터키를 누르면 ‘안철수’, ‘박영선’, ‘문재인 아들’ 등의 연관검색어가 뜹니다.

자동완성어는 검색창에 특정 단어를 입력했을 때 창 아래로 관련된 단어를 미리 보여주는 기능입니다. 안철수 후보의 경우 ‘안철수 지지율’, ‘안철수 딸’, ‘안철수 신천지’와 같은 단어들이 나옵니다.

이번 논란은 연관검색어가 아닌 자동완성어 차단에 대한 부분입니다. 문재인을 네이버 검색창에 입력했을 때 자동완성어가 일체 나오지 않고 ‘2017년 대선후보에 대해 7월30일까지 자동완성 기능이 제공되지 않습니다’(PC 기준)라는 안내 문구가 뜬 것입니다.

그런데 일단 ‘7월30일’ 날짜가 이상합니다. 이번 대선 투표일은 5월9일인데 말이죠.

과거 기록을 찾아보니 네이버가 선거기간 후보자에 대한 자동완성 및 연관검색어 서비스를 일시 중단한 2014년 6.4지방 선거 이후, 같은 해 7월30일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있었습니다.

네이버 연관검색어 예.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추정컨대 당시 사용한 기록이 제대로 수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또 네이버의 해명대로 정식 선거 기간인 이달 17일부터, 투표일인 다음 달 9일까지 적용할 예정이던 대선 후보 자동완성 및 연관검색어 차단 기능이 테스트 과정에서 잘못 적용됐던 것으로 해석됩니다.

만약 네이버가 특정 후보에 유리한 편에 서고 싶었다면 자동완성이나 연관검색어에서 불리한 단어만 골라내 빼거나, 뒤로 미루는 것이 더 유리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굳이 날짜도 맞지 않는, 또 정식 선거 기간도 아닌 때에 불필요한 문구를 띄워 특정 후보를 ‘티 나게’ 감쌀 필요가 있었을까요.

그래서 이번 이슈는 네이버 시스템 오류 또는 실수인 해프닝으로 보는 게 더 타당해 보입니다.

그럼에도 이번 논란을 겪은 네이버가 다시 한 번 중요성을 상기하고 챙겨야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사용자의 ‘신뢰’입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

한성숙 대표는 공식 블로그에 “사용자들이 네이버를 더욱 신뢰하며 사용할 수 있도록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앞으로도 계속 설명하고, 향후 유사한 실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시스템도 다시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또 앞서 가졌던 여러 번의 공식석상에서 “네이버가 기술 플랫폼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신뢰와 투명성 확보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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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성 위원회를 구성해 실시간급상승 검색어 개편 등 네이버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여러 서비스 정책들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개선하겠다는 의지도 몇 번이나 드러냈습니다.

이번 논란을 통해 다시 한 번 사용자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네이버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