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업계 최고 72단 3D 낸드 개발

48단 대비 생산성 30%↑…하반기 양산 예정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7/04/10 14:00    수정: 2017/04/10 14:07

정현정 기자

SK하이닉스가 업계 최고 72단 3차원(3D)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했다. 삼성전자의 64단 V-낸드와 같은 4세대 제품이지만 적층수가 더 높다. 연내 적기 양산에 성공한다면 3D 낸드 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1위 삼성전자와 격차를 줄이는 동시에 마이크론, 도시바 등과의 경쟁에서 크게 앞서 나갈 수 있을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10일 업계 최초로 72단 256Gb(기가비트) TLC(Triple Level Cell) 3D 낸드플래시 개발을 완료하고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 독자 기술로 개발된 이 제품은 현재 양산 중인 48단 3D 낸드보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Cell)을 1.5배 더 쌓는다. 256Gb 낸드는 칩 하나만으로도 32GB(기가바이트) 용량의 저장장치를 만들 수 있다. 72단 256Gb 3D 낸드플래시는 약 2749억비트 용량으로 한 셀에 3비트 저장이 가능한 TLC로 만들 경우 72층 빌딩 약 40억개를 10원짜리 동전 면적에 구현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SK하이닉스는 설명했다.

이 제품은 기존 대비 적층수를 1.5배 높이고 기존 양산 설비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현재 양산 중인 48단 제품보다 생산성을 30% 향상했다. 또 칩 내부에 고속 회로 설계를 적용해 칩 내부 동작 속도를 2배 높이고 읽기와 쓰기 성능을 20% 가량 끌어올렸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엔지니어링샘플(ES) 단계를 거쳐 커스터머샘플(CS) 제품을 고객사에 발송하기 시작한 상태다. CS 제품이 고객사의 신뢰성 인증을 통과하면 개발 과정이 완료된다. 당초 계획대로 상반기 중 개발을 완료하고 하반기 중 실제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eMMC나 UFS 메모리 혹은 노트북, 서버 등에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형태로 공급하게 되면 양산이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

SK하이닉스 72단 3D 낸드플래시 칩과 이를 적용해 개발 중인 1TB(테라바이트) SSD 제품 (사진=SK하이닉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계획대로 4세대 3D 낸드 개발에 성공하면서 1위 삼성전자와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4세대 64단 V낸드 양산을 시작했으며 현재 5세대 96단 낸드 개발에도 착수한 상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2분기부터 36단 128Gb 3D 낸드 공급을 시작하고, 같은 해 11월부터 48단 256Gb 3D 낸드를 양산했다. 이어 이번에 72단 256Gb 3D 낸드 개발까지 완료하면서 3D 낸드 시장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제품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

SK하이닉스는 D램 시장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과 달리 낸드 시장에서는 후발주자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전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36.1%), 도시바(17.4%), 웨스턴디지털(15.7%), 마이크론(12.3%)에 이어 5위다. 업계에서는 2D에서 3D로 급속하게 시장 전환이 이뤄지면 업계 판도에 큰 지각변동이 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3D 낸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전체 낸드플래시 시장 규모는 465억 달러에 달하며, 2021년에는 크게 성장해 56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3D 낸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8.8%에서 올해 43.4%로 오르고 내년에는 66.2%로 절반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같은 변곡점에서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회사는 2019년 6월까지 2조2천억원을 투자해 충청북도 청주 산업단지 테크노폴리스 내 23만4천제곱미터(㎡) 부지에 3D 낸드 전용 공장을 건설 중이다. 또 올해부터 M14에서 3D 낸드플래시 양산을 앞두고 현재 이천 M14 2층 클린룸 공사도 진행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공사를 완료하고 내년 하반기부터 72단 제품 양산에 맞춰 M14 2층 팹도 본격적으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 김종호 마케팅본부장은 "현존 최고의 생산성을 갖춘 3D 낸드 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 양산함으로써 전 세계 고객에게 최적의 스토리지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SSD와 스마트폰 등 모바일 시장으로 솔루션 제품 전개를 확대해 D램에 편중된 사업 구조 개선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3D 낸드플래시란?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을 평면으로 배치하는 2D와 달리 3D 낸드는 수직으로 쌓기 때문에 같은 설계 공간에서 얻을 수 있는 저장 용량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기존 2D 낸드가 주택이라면 3D 낸드는 아파트에 비유된다. 2D 낸드가 10나노대에서 미세공정 한계에 봉착하면서 2D에서 3D로 급격한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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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레벨셀(TLC)이란?

낸드플래시는 데이터 저장 방식에 따라 셀 하나에 1비트를 저장하는 SLC(Single Level Cell), 2비트를 저장하는 MLC(Multi Level Cell), 3비트를 저장하는 TLC(Triple Level Cell)로 나뉜다. 가령, 셀과 전하의 양을 각각 물컵과 물이라고 한다면 SLC는 컵에 물이 있는지(0) 또는 없는지(1)에 따라 데이터를 저장하게 되며 MLC는 컵에 있는 물의 양을 물이 하나도 없는 상태(1, 1)와 물이 3분의 1정도 찬 상태(1, 0), 3분의 2 정도 찬 상태(0, 1), 가득 찬 상태(0, 0)로 세분화해 데이터를 구분하고 저장한다. TLC의 경우 전하가 가득 찬 상태(0, 0, 0)부터 하나도 없는 상태(1, 1, 1)까지 더욱 세분화해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동일한 셀을 가진 SLC 대비 TLC는 3배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어 고용량을 구현하기 용이하고, 생산원가 효율성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