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통념 깬 ‘파격 인사’ 또 한 번 주목

한성숙 대표 이어 변대규 의장 선출 눈길

인터넷입력 :2017/03/17 10:47    수정: 2017/03/17 11:36

기존 기업 경영의 통념과 틀을 깬 네이버의 경영진 개편이 주목받고 있다.

네이버는 17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과 한성숙 대표 내정자를 신임 등기이사로 선임했다.

변 회장은 기타비상무이사로, 한 대표는 사내이사로 등재됐다.

네이버는 주주총회 직후 바로 이사회 회의를 열어 한 대표를 신임 대표로 확정짓고, 변대규 회장을 새로운 이사회 의장으로 선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는 오후 5시 이후 공시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의장직을 내려놓은 창업주인 이해진 의장은 외부인사인 변대규 회장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한동안 북미와 유럽 사업을 뚫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또 김상헌 대표는 오늘 주주총회를 끝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네이버 고문으로서 네이버의 글로벌 사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 같은 경영진 교체는 국내 기업 역사상 매우 이례적인 경우로 평가 받는다. 보통 국내 기업들은 의장 역할을 창업주나 최대주주가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과정에서 편법 승계나 경영권 독식 등의 문제로 잡음이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성숙 대표 내정자(오른쪽),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

반면 네이버는 창업주인 이해진 전 의장이 벤처 1세대로 불리는 변대규 휴맥스 회장에게 최고 경영 자리를 ‘쿨하게’ 물러주고, 해외 사업에 전념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 전 의장은 네이버 이사직을 유지하지만 연 매출 4조원 규모로 성장한 국내 굴지의 인터넷 대기업을 다른 회사 임원에게 맡긴다는 사실은 ‘파격적 인사’란 평가를 받는다.

이해진 전 의장은 오랜 신념과 의지로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일본과 태국 등에서 성공시켰던 것처럼 이제는 북미와 유럽에서도 성과를 내겠다는 각오다.

변대규 회장은 디지털 셋톱박스로 시작해 비디오 및 브로드밴드 게이트웨이로 글로벌 성공신화를 쓴 벤처 1세대의 상징적 인물로 평가 받는다. 정부, 대학 및 연구기관, 벤처유관단체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과 여러 기업의 사외이사로서 경영 현안을 챙겨본 경험이 네이버가 또 한 번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네이버는 “기술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변 회장의 모범적인 벤처정신과 그에 기반 한 통찰력이 네이버가 글로벌 기술 플랫폼으로 도약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입장이다.

김상헌 네이버 전 대표(왼쪽), 한성숙 신임 대표.

지난해 말 김상헌 대표 체제에서 한성숙 대표 체제로 전환한다는 네이버의 발표도 업계에선 ‘빅이슈’였다.

보통 일반 기업들이 실적 악화나 경영상의 문제 등으로 대표를 교체하는 반면 네이버는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가운데 새 대표 내정을 결정졌기 때문이다.

이에 ‘아름다운 배턴 터치’란 수식어도 붙었다.

김상헌 대표가 대표로 취임한 2009년 4월 말 기준 네이버의 시가 총액은 7조4천838억원이었으나 현재 네이버의 시가 총액은 약 27조2천억원으로 취임 당시보다 약 4배 커졌다.

여기에 서비스 측면에서 탁월한 재능을 지닌 젊고 유능한 여성 대표의 내정 소식은 업계의 부러움을 샀다. 내부에서 성실히 일해 실력을 인정받으면 출신이나 화려한 인맥 없이도, 또 성차별 받지 않고 대기업 대표로 승진할 수 있다는 모범 사례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네이버 서비스 총괄부사장 역할을 맡았던 한 대표는 과거 엠파스 검색사업본부장을 맡는 등 오랜 기간 인터넷 업계에 몸을 담가온 인물이다. 최근까지 소상공인과 창작자 지원에 많은 공을 들였다. 검색광고 매출 성장에도 많은 기여를 했다.

김상헌 대표가 성장과정에서 닥친 다양한 정무적인 이슈의 해결사 역할을 맡았다면 앞으로 한 대표는 ‘서비스’와 ‘기술’ 중심의 네이버를 만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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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그는 최근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직도 물려받아 국내 인터넷 산업 발전에도 힘쓸 예정이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가 기존 대기업들의 낡고 부패한 경영진 교체 방식과 전혀 다른 방식을 택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글로벌 시장을 노리고 또 한 번의 변화와 혁신에 주저하지 않은 네이버의 새로운 시작이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