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국내 스타트업에 어떤 일 있었나

투자유치로 성장 가속…빈익빈 부익부 심화

인터넷입력 :2016/12/30 13:28    수정: 2016/12/30 13:37

올해 국내 스타트업계는 예년에 비해 얼어붙은 투자심리 가운데서도 다양한 성과와 의미있는 성장을 거둔 한해로 기록됐다.

또 성공한 스타트업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 이들이 시장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고 안정적인 사업 환경을 만들기 위한 단체가 생겨나기도 했다.

반면 창업이 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성장통이라고도 볼 수 있는 양극화 현상과 여러 가지 사건사고가 입방아에 올랐다.

■대규모 투자 유치로 성장 이어간 스타트업

스타트업

스타트업 투자정보 사이트인 더브이씨에 따르면 올 3분기까지 전문 투자사 등에서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은 총 251개사다. 집계되지 않은 4분기 수치까지 더하면 올해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전망된다.

올해 투자 유치에 성공한 대표 스타트업은 ▲미미박스(730억+700억원) ▲포도트리(1천250억원) ▲옐로모바일(592억원) ▲우아한형제들(570억원) ▲레진엔터테인먼트(500억원) ▲티켓몬스터(475억원) ▲옐로디지털마케팅(270억원) ▲비바리퍼블리카(265억원)이다.

이중 카카오 자회사인 포도트리는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인 ‘카카오페이지’가 하루 평균 3억원 이상 매출을 내면서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한 경우다. 이 회사는 글로벌 투자사인 앵커에퀴티파트너스로부터 1천250억원의 투자 유치로 기업가치가 5천억원대로 뛰어올랐다.

뷰티 스타트업 미미박스 역시 한류 뷰티 열풍에 힘입어 글로벌 벤처투자전문사인 포메이션 그룹 등으로부터 지난 8월 730억원 투자를 받으며 스타트업계 부러움을 샀다. 또 이달에는 미국, 홍콩, 유럽 등에 위치한 벤처캐피털로부터 또 한 번 7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해 누적 1천8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했다.

핀테크 열풍과 함께 간편결제, 간편송금 서비스들이 우후죽순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의 선전이 단연 빛난 해였다. 이 회사는 KTB네트워크, 굿워터캐피털, 알토스벤처스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으로부터 총 265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해 50억원에 이어 후속 투자 유치에 성공한 것이다.

왼쪽부터 김봉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 김상헌 인터넷기업협회장.

이 밖에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현재와 미래를 빛나게 할 따뜻한 소식도 있었다.

바로 스타트업들의 이익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발족한 것이다. 30여개의 회원사들은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를 초대 의장으로 추대했다. 운영위원에는 김문수 비네이티브 대표, 이수진 야놀자 대표, 양준철 온오프믹스 대표, 김도연 이음 대표, 황승익 한국NFC 대표 등이 선임됐다.

스타트업포럼은 당면과제와 각종 현안을 다루는 정기포럼을 열고, 스타트업 성공사례를 공유하면서 규제 개선과 투자 환경 조성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불안감 커진 스타트업 '부익부 빈익빈'

더브이씨에 따르면 올 3분기까지 국내 스타트업 전체 투자금은 8천854억원으로, 지난해 2조4천60억원에 비해 절반 이상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행히 12월에 포도트리(1천250억원), 미미박스(700억원), 옐로오투오(250억원) 등 대규모 투자 유치가 이뤄졌지만,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수익이 확실히 발생하는 스타트업은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한 반면, 이제 막 시장에 뛰어들었거나 수익모델이 불확실한 스타트업들은 투자사로부터 외면을 받은 것이다.

시장을 바라보는 스타트업 관계자들의 반응도 별로 좋지 않았다. 추가 투자 유치를 받아야 연명이 가능하다는 스타트업 명단이 익명 SNS를 통해 나돌았다. 얼어붙은 투자 심리 가운데 뾰족한 대안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는 업체들이 있다는 소문도 들렸다. “지금은 잘 나가지만, 내년은 또 알 수 없다”는 식의 반응도 적지 않았다.

이 같은 반응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O2O(Online to Offline) 시장이 블루오션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정부규제에 가로막히거나 기존 시장과 충돌이 발생하면서 기대만큼 수익성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이용자를 한꺼번에 확 모으면 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수익화 모델도 이용자 반발과 시장 환경 등의 영향으로 적용 시점이 늦춰지는 사례도 있었다.

전국 17곳에 설치된 창조경제혁신센터.

그나마 O2O 시장에서는 교통, 숙박, 배달 서비스 정도가 기반을 다지며 사업 확장과 투자 유치에 힘을 받았다.

국내 스타트업 시장을 불안하게 만든 또 다른 요인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촉발된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생존 불확실성이다. 창업 보육기업으로서 정부와 지자체 예산을 받아 대기업 주도로 운영되는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언제 문 닫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창업가와 종사자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이 밖에 많은 이용자를 끌어 모으며 주목을 받았던 모바일 라디오 서비스 ‘비트’와, 택시 호출 앱 ‘리모택시’가 자금난으로 문을 닫는 안타까운 소식도 업계 분위기를 어둡게 했다.

■사건 사고로 들썩거린 스타트업

올해 국내 스타트업계에는 유독 안 좋은 사건사고 소식이 많았다.

지난 4월 더벤처스 호창성 대표가 팁스(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프로그램) 보조금을 받아준다며 스타트업 기업들의 지분을 과도하게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기소된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후 법원은 약 100일 만에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없다며 보석 신청을 받아들여 호 대표를 석방했고, 10월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검찰의 항소로 아직 재판이 진행되는 상태다.

교육콘텐츠 및 IT 디바이스 벤처기업 아이카이스트의 김성진 대표가 특경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되는 사건도 있었다. 김 대표는 회사 매출 규모 등을 부풀려 투자자에게 투자금을 받아낸 뒤 다른 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인증을 받은 기업 대표가 구속되자 업계는 앞으로 정부나 지자체의 중소,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을 줄이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하기도 했다.

스타트업 경쟁사 간 법적 공방도 뜨거웠다. 부동산 중개앱 ‘직방’과 ‘스테이션3’는 ‘다방’ 상표권을 놓고 법적 다툼을 이어갔다. 결국 직방이 지난해 스테이션3를 상대로 낸 상표권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 소송에서 대법원은 스테이션3 손을 들어줬다. 직방 측은 다방 한글 상표권을 먼저 등록했다는 이유로 권리를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경쟁사를 압박하기 위한 부당 조치로 보고 스테이션3 손을 들어줬다.

끝으로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명예훼손 및 업무 방해 혐의로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등 2명을 고소한 이슈도 국내 스타트업 업계의 핫이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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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얼마 전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배달앱 이용 소상공인 애로 실태 조사’ 보고서가 사실과 다르고 왜곡됐다고 크게 반발, 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자료에서 배달의민족이 가맹점으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고 명시했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우아한형제들은 시장 대비 낮은 표본조사 방식으로 음식 배달앱 전체 시장을 의도적으로 폄하했다는 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