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른 ERP시장…"집토끼 지키고, 산토끼 잡자"

SAP-영림원-더존, 새 시장 개척경쟁 불꽃

컴퓨팅입력 :2016/12/15 07:32    수정: 2016/12/15 07:45

기업 경영 및 관리 업무에 주로 사용되는 전사적자원관리(ERP) 솔루션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주요 ERP 사업자들이 집토끼(기존 텃밭)를 지키면서 '산토끼(신규 시장)' 사냥에 본격 나서기로 한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 동안 서로 다른 영역을 공략했던 주요 업체들이 같은 시장을 놓고 정면 승부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ERP 시장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열띤 경쟁이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 글로벌 강자 SAP "중견기업까지 공략"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대표적인 기업이 글로벌 ERP 강자 SAP다. 그 동안 엔터프라이즈급 시장에서 주로 활동했던 SAP는 클라우드 기반 ERP를 앞세워 중견기업 공략에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다.

SAP의 주공략 대상은 글로벌 스탠더드 ERP를 경험해 보고 싶지만 가격 부담 때문에 선뜻 구입하지 못했던 중소중견 기업들이다.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이들을 고객으로 흡수한다는 게 SAP의 당찬 포부다.

SAP는 ERP 뿐 아니라 경영, 인사, 영업, 마케팅 등 비즈니스 전 영역에서 클라우드 솔루션이 강소-중견기업에 적합하다는 점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최근엔 ‘강소/중견기업을 위한 SAP 클라우드 솔루션 웹사이트’도 오픈했다.

시장 확대를 노리는 SAP의 마케팅 포인트는 ’모델 컴퍼니’다. 모델 컴퍼니는 기업 규모나 사업 분야 등을 고려해 이미 성공이 입증된 프로세스를 SAP가 미리 다양하게 구비한 뒤 도입을 원하는 기업이 쉽게 선택할 수 있게 한다는 개념이다.

SAP코리아 관계자는 “클라우드 ERP는 구축형 보다 훨씬 저렴하지만 기업 각각에 맞춤이 되지 않는다는 제한이 있었는데 ‘모델 컴퍼니’를 통해 클라우드에서도 어느정도 맞춤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SAP 강소중견기업을 위한 클라우드 솔루션 웹사이트 캡처

■ 토종 전문기업 영림원 "중견 지키면서 중소시장 개척"

국내 ERP 전문 기업 영림원소프트랩도 '집토끼를 지키면서 산토끼를 잡는' 전략을 구사한다. 지킬 대상은 기존 주력 분야인 중견 기업 시장이다. 동시에 클라우드 ERP로 중소기업 시장까지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영림원은 그동안 매출 300억원이상 3000억원 미만 기업을 겨냥해 왔다. 구축형 ERP ‘K-시스템 제뉴윈(K-system Genuine)이 주력 제품이었다. 이 제품은 매출 대부분을 책임져 왔다. 영림원에 따르면 매년 50~70개 이상 고객사가 늘어나 현재 1100여개 고객사를 확보했다.

하지만 영림원 역시 텃밭이던 중견 기업용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신시장 개척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

SAP, 오라클처럼 대기업 시장에 주력해오던 외산 솔루션들이 중견기업 시장으로 대거 몰려오고 있는 것. 여기에다 중소기업 쪽에 초점을 맞췄던 더존비즈온도 대기업까지 사용가능한 솔루션을 적극 밀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영림원 시스템 에버 설명

이에 영림원은 클라우드 ERP ’시스템 에버’로 중소기업 시장까지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시스템 에버는 영업, 인사, 회계 등 각 모듈별로 3개 (실행개선, 계획운영, 전략경영) 선택지를 제공해, 필요한 프로세스만을 선별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영림원 관계자는 “중견기업들은 아직까지 커스터마이징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클라우드 ERP는 그보다 비즈니스 프로세스가 심플한 중소기업을 우선적으로 겨냥하고 있다”면서 “중견기업용 ERP 시장에서 ERP전문기업이라는 브랜드와 기업 신뢰를 쌓았기 때문에 중소기업 시장에 진입하는 데 진입장벽이 낮을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더존비즈온 "대기업까지 사용 가능한 제품 판매"

중소기업 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더존비즈온은 오히려 규모가 더 큰 시장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대기업까지 사용가능한 확장형 ERP 제품 판매 확대에 나설 전망이다.

올해 글로벌 ERP 사용처가 자사 솔루션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다수 생기면서 자신감이 붙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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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존비즈온 ERP

더존비즈온은 자사 ERP솔루션 중 가장 상위 제품인 ‘더존ERP iU’를 시장에 적극 어필하고 있다. 더존비즈온은 올해 기준 중소기업용 ERP 고객사 12만 곳, 중견 및 대기업 ERP 고객사 1만9000 곳을 확보하고 있다. 고객사 수로 보면 중소기업용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전체 ERP 매출에서 대기업용 ERP의 기여도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견.대기업용 ERP의 단가가 높기 때문이다. 회사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용 ERP보다 4.5배 가량 더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더존비즈온 관계자는 “고객 사 수로 보면 더존비즈온 ERP 보급률이 1위지만 매출액 기준으로 보면 SAP에 이어 2위다. 매출 규모가 큰 대기업 시장을 대부분 글로벌 기업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도 글로벌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대기업 시장을 우리 제품으로 전환시키는 노력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