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만 품은 삼성, 구글·애플과 다른 길 간다

완성차 진출설 부인…"티어원 공급사 발돋움"

홈&모바일입력 :2016/11/21 17:49    수정: 2016/11/21 18:01

정현정 기자

"삼성전자의 기술력과 하만의 포트폴리오가 합쳐지면 완벽한 자율주행차 솔루션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디네쉬 팔리월 하만 CEO)

"애플과 구글 모두 자동차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삼성전자와는 전략이 다릅니다. 우리는 이번 인수합병(M&A)을 통해 티어원(tier-1·1차공급업체) 공급사가 되고자 합니다." (손영권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 사장)

"삼성전자가 완성차 사업에 진출하고자 한다면 하만을 80억달러에 인수를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박종환삼성전자 전장사업팀 부사장)

지난주 미국의 전장전문기업 하만을 깜짝 인수했던 삼성전자가 기자간담회를 갖고 향후 사업계획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완벽한 자율주행차 개발에 대해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디네쉬 팔리월 하만 최고경영자(CEO)는 21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찾아 국내 취재진들과 만났다. 지난 14일 삼성이 80억달러(약 9조4천600억원)에 인수한다고 전격 발표한 지 정확하게 일주일 만이다. 삼성의 하만 인수는 국내 기업의 해외기업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다.

팔리월 CEO는 이날 삼성전자의 주요 사업장을 둘러보고 현대차 등 주요 국내 고객사도 만났다. 기자 간담회가 끝난 후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면담할 예정이다.

그는 "삼성전자의 많은 임원진들과 만났고 삼성이 개발하고 있는 기술과 혁신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면서 "이재용 부회장과도 만나 하만이 가지고 있는 흥분과 기대감을 함께 공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장부품 사업 후발주자인 삼성전자는 빠른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하만 인수를 택했다. 매출의 65% 이상을 전장사업에서 내고 있는 하만은 BMW, 벤츠, 피아트크라이슬러, 현대자동차 등 전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들을 고객사로 보유하고 있다.

하만 입장에서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5G 통신, 인공지능(AI) 등 부품과 모바일, 소비자가전 부문에서 삼성전자가 축적한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를 두고 이날 두 회사는 '시너지'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했다.

21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와 하만(Harman)의 미디어 브리핑에서 삼성전자 손영권 전략혁신센터(SSIC) 사장(왼쪽), 하만의 디네쉬 팔리월(Dinesh Paliwal) CEO(가운데), 삼성전자 전장사업팀 박종환 부사장(오른쪽)이 손을 맞잡고 협력을 다짐했다. (사진=삼성전자)

팔리월 CEO는 "하만은 전장 사업에 있어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비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하만이 가지고 있지 않은 프로세서, 메모리, 디스플레이, 5G 등 다양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면서 "두 회사의 강점이 통합된다면 단 번에 티어1원 공급업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날 함께 배석한 손영권 사장도 "하만은 고객사들과의 좋은 관계가 있고 시장을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들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사업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삼성전자가 가진 부품 등 기술력을 잘 이용하면 더 좋은 사업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 "완성차 생각했다면 80억 달러 들여 인수하지 않았을 것"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서 전장사업팀을 꾸리면서 자동차 부품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같은 행보를 애플이나 구글의 스마트카 전략과 비교하는 시각도 많다.

이에 대해 박종환 부사장은 "애플과 구글 모두 완성차는 하지 않겠다는 발표를 했고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오토 처럼 운영체제(OS)나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비즈니스 모델로 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면서 "이와 달리 삼성과 하만의 조합은 완성차 업체 고객들에게 삼성의 기술력과 하만의 노하우를 합쳐서 내놓고자 하기 때문에 비즈니스 모델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인수합병이 삼성전자의 완성차 사업 진출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양사가 다시 한 번 부인했다.

디네쉬 팔리월 하만 CEO (사진=삼성전자)

팔리월 CEO는 "많은 고객사들과 만나 삼성전자가 하만 인수를 통해서 목표로 하는 것은 스마트 시대에 티어원(tier 1) 솔루션 공급업체가 되는 것이지 완성차 업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박 부사장도 "삼성전자 전장사업팀의 주요 고객사는 완성차 업체들인 만큼 고객사가 하는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하만을 80억달러에 인수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인수 작업 자체가 부품 사업을 제대로 하기 위한 것이자 완성차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반증"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와 하만은 전장 사업 뿐만 아니라 다양한 TV와 스마트폰 등 소비자가전 분야 제품에 대해서도 협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하만은 JBL, 하만카돈, AKG, 인피니티, 뱅앤올룹슨 등 유수의 프리미엄 브랜드들을 보유하고 있다.

박 부사장은 "현재로선 인수계약을 마친 것이고 주주총회와 주요 국가의 반독점 승인도 받아야하는 만큼 인수 완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내후년(2018년) 경이면 하만의 명품 오디오 기술이 적용된 갤럭시 시리즈나 사운드바와 스피커 제품들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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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카 보안과 관련해서도 많은 발전이 이뤄질 전망이다. 하만이 보유하고 있는 보안 기술과 삼성전자의 모바일 보안 플랫폼인 녹스(KNOX)를 결합하면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팔리월 CEO는 "커넥티드카 분야에 있어서 사이버 보안은 중요한 이슈인 만큼 하만은 이스라엘 사이버 보안 업체를 인수하기도 했고 평가기관에서 사이버보안솔루션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면서 "삼성전자가 가진 녹스 솔루션과 결합되면 사이버보안 부문에 있어서도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