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 있는데 '쩜닷컴' 쓰자고?

베리사인 한글 자국어도메인 사업담당 서정준 이사

인터넷입력 :2016/11/13 13:22

브라우저엔 '주소창'이라는 게 있다. 방문한 웹사이트의 '인터넷주소'를 표시해 주는 자리다. 인터넷주소엔 웹사이트의 성격과 상호를 방문자에게 알려 주는 간판 성격이 있다. '도메인이름(domain name)'이라고도 불린다. 영문자와 숫자, 점(.)을 조합하는 그 형식은 국제표준이다. 모든 웹사이트 운영자, 브라우저 개발사, 인터넷서비스업체가 국제표준에 따라 도메인 이름을 처리한다.

표준은 바뀌기도 한다. '닷컴(.com)'이나 '닷넷(.net)'처럼, 도메인이름엔 원래 영문자와 숫자 조합만 쓸 수 있었다. 지금은 아니다. 일부 비영어권 문자도 쓸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쩜한국(.한글)', '쩜닷컴(.닷컴)', '쩜닷넷(.닷넷)' 형태의 한글로 적힌 도메인도 쓸 수 있게 됐다. 이런 도메인을 '자국어도메인이름 또는 국제도메인이름(IDN, 이하 자국어도메인'이라 부른다.

도메인이름을 관리하는 비영리조직 '국제인터넷주소기구(ICANN)'가 자국어도메인을 단계별 허용한 결과, 자국어도메인 형태는 2가지가 됐다. 먼저 '한글.kr'같은 형태를 허용한 '부분자국어도메인'이 나왔다. 뒷자리(.kr)를 기존 영문자 최상위도메인으로 유지하면서, 상호에 해당하는 앞자리만 한글로 쓰게 한 것이다. 이후 '한글.한국'처럼, 앞자리와 뒷자리를 모두 한글로 쓰는 '완전자국어도메인'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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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위도메인 관리업체 베리사인도 완전자국어도메인 서비스를 내놨다. 지난 5월 자사 인기 최상위도메인인 닷컴(.com)과 닷넷(.net)을 한글로 표기할 수 있는 쩜닷컴(.닷컴)과 쩜닷넷(.닷넷)을 단계별로 출시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기존 특허 및 상표 등록자, 영문 도메인이름 등록자 등 점유 우선권을 갖고 있던 사람들의 등록 기간을 보장한 뒤 지난 8월말부터 모든 일반인들에게 자국어도메인 등록을 허용했다.

한글로 쓰는 부분자국어도메인과 완전자국어도메인은, 한국사람이 다 알아보는 글자로 주요 상호를 표기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국제표준이라 최신 범용 PC 및 모바일 운영체제(OS)와 주요 브라우저에선 대부분 이를 지원한다는 점도 확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특정 통신사 회선이나 프로그램이 돌아가는 환경에 의존하는 '키워드서비스'와 구별되는 부분이다.

그런데 흥행은 쉽지 않아 보인다. 수요가 적다는 게 이미 확인됐다. 1개월 전쯤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에서 미방위 소속 유승희 의원(더불어민주당, 성북갑)은 지난 5년간 추진된 자국어도메인 보급 성과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연간 110만건 안팎인 국가 도메인 등록 수에서 한글 자국어도메인 비율은 지속 하락해 10%를 밑돌았고,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의 호응도 저조해 사실상 실패했다는 분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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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사인은 어떨까? 서정준 아시아태평양지역 네이밍서비스 채널관리 및 사업개발 이사를 만났다. 그가 맡은 한글 자국어도메인 서비스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초기흥행 가능성이 적어도 장기적으로 확산할 여지가 있다고 봤다. 인터넷 사용자 습관상 실용성이 낮아 보이지만 그 습관이 바뀔 수 있고, 기업들에게 시장 친화적인 브랜딩이나 마케팅 전략 등 새로운 수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정준 베리사인 아시아태평양지역 네이밍 서비스 채널관리 및 사업개발 이사

서 이사와의 인터뷰를 다음 1문1답으로 재구성했다. 본문에서 베리사인의 영문 도메인이름은 '닷컴'과 '닷넷'으로, 한글 자국어도메인은 '쩜닷컴'과 '쩜닷넷'으로 표기했다. 쩜닷컴과 쩜닷넷은 한국 실무자들끼리 실제 쓰는 표현이고, 영어권 실무자들끼리는 '닷아이디엔(.IDN)'이라 부른다고 한다. 공식명칭은 '인터내셔널도메인네임(IDN)' 또는 'IDN 일반최상위도메인(gTLD)'이다.

■"한글 자국어도메인, 고객신뢰에 이점"

-자국어도메인을 쓰면 뭐가 좋은 건가

비영어권 웹사이트 운영자와 소비자 입장에서 의미가 있다. 영문이었던 도메인이름 대신, 원하는 문자열로 기억하고 사용하기 쉽게 한다는 점. 웹사이트 구성과 고유 브랜드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프로모션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 사용자에게 그걸 잘 기억되게 해 원하는 사이트 찾아가게 만들 수 있다는 점.

-왜 쩜컴(.컴), 쩜넷(.넷)이 아니고 더 긴 쩜닷컴, 쩜닷넷인지

자국어도메인 론칭 준비될 때 ICANN에서 정한 규약 때문이었다. ICANN은 비영리 국제조직으로 여러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해 규약을 공론화, 표준화하는 절차를 갖췄다. 최상위도메인 표기문자는 2음절 이상부터여야 한다는 제약사항이 있었다. 우리가 바꿀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다. 지적한대로 키입력이 더 많고, 2음절보다 1음절이었다면 간편했을 거란 점은 우리도 인지했다.

-사용 플랫폼에는 전혀 제한이 없나, PC나 모바일이나 동일한지

대부분이 지원한다. 등록된 도메인이 존재한다면, 그 문자가 영문자인지 한글인지는 차이가 없다. 인터넷익스플로러(IE), 크롬, 사파리, 오페라 등 주요 브라우저가 한글도메인, 자국어도메인을 주소창에 입력받도록 지원하고 있다. 정확히 어느 버전부터 되는지는 확인해 봐야 하지만, 대다수 사용자들이 모바일에서도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안드로이드 기기의 경우 제조사마다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

-주소창 안 건드리고 그냥 검색하는 사람이 훨씬 많을 텐데

자국어도메인을 사용자가 사이트에 접근하는 수단, 내비게이션으로 보는 관점에선 맞는 지적인데 마케팅, 프로모션 담당자 관점에서 다르다. 영문 도메인만으로는 고객들에게 다가갈 때 제약사항이 많을 거란 측면이 있다. 같은 의미를 전하더라도 긴 영어도메인을 쓰는 웹사이트보다 한글 서너자로 혼동없이 쓸 수 있다고 본다. 브랜드 확립, 고객 신뢰 얻는 측면에서 쩜닷컴, 쩜닷넷에 이점이 있다.

■잘 되겠나…"멀리 보고 가는 것"

-한국 사용자와 시장은 이미 영문도메인에 완전히 익숙해진 것 아닌지

모든 새로운 서비스가 생소하다. 익숙하게 영문도메인을 써 온 사람에겐 한글도메인이 진짜 도메인이 맞나 싶을 수도. 선도기업이나 영향력있는 개인이 쓰면서 자연스럽게 사용자 환경(인식)을 바꾸고, 교육으로 홍보할 부분이 있을 거다. 아무래도 시간이 걸린다. 단기적으로 올해, 내년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

-한국 시장에서 보급이 잘 될 거라 보나

올해 1월 인터넷 사용자수가 4천500만명, 인구 89%라는 통계가 있고, 접속 속도가 빠르고, 전국에 1만곳 이상 무료 와이파이 핫스팟이 있을만큼 인터넷 접근성이 높은 지역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체에서 최대는 아니지만 인터넷 사용인구 비율이 높은, 자국어도메인 론칭에 중요하고 이상적인 시장이다.

-2011년에 먼저 나온 '쩜한국'은 활성화되지 않았는데,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관리주체가) 다른 자국어도메인의 성장성에 대해 언급하긴 적절하지 않다. 다만 한글로 부분자국어도메인 등록을 2000년말쯤부터 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부분자국어도메인 쓸 때) 주소창에 점을 치고 나서 영문으로 변환해 나머지 주소를 써야 하는 불편함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한글로 입력할 수 있게 된 점은 의미있는 이정표라 본다.

-한국에선 5년전보다 수요가 더 줄었을 것 같은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 많다는 것을 우리도 안다. 우리 관점은 이렇다. 우선 아무래도 현지인이 쓰기 편하고 원하는 문자열로 도메인을 서비스해야한다는 거. 그리고 수익 창출보다는 장기적으로 사용자에게 선택권을 많이 제공하는 거. 이게 한국 인터넷 사용 환경에 기여하는 바라고 생각한다.

■"키워드서비스와 경쟁 아니야"

-넷피아같은 회사가 만든 키워드서비스로 유사한 가치가 제공되지 않나

자국어도메인은 단순히 도메인서비스가 아니라 그 자체가 국제표준으로 인정되는 최상위도메인이다. 사용자 측면에서 어떤 사이트에 접근한다는 '내비게이션' 역할보다 한국고객을 상대하는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 자기 정체성을 수립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브랜드 투자, 정체성 확립, 일관된 자산 관리 차원의 가치가 있다. 그리고 다양한 유즈케이스에 대응할 수 있다.

기업이나 개인이 쩜닷컴과 쩜닷넷을 이용해 특정 제품 프로모션이나 미니홈피 용도로 쓸 수도 있다. 어떤 전자업종 회사는 자체 서비스에도 사용하고 있다. 신생업체에겐 창의적이고 사람들에게 기억되기 쉬운 새 도메인을 등록할 기회다. 자기에게 기존 영문 도메인이름이 자기에게 최적화되지 않았다, 복잡하다 싶은 사람에겐 기반을 자국어도메인으로 이전하거나, 리다이렉팅하는 시나리오도 있겠다.

-프로모션제품 랜딩페이지, 도메인 포워딩 등 언급한 사례로 키워드서비스와 경쟁하게 될 것 같은데

각 기업이 처한 상황과 니즈에 따라 다양한 유즈케이스 있다는 걸 말씀드린 거다. 특정 서비스와 경쟁할 거다, 경쟁해서 잘할 거다라는 식의 얘길 할 순 없다. (키워드서비스와 달리) 기존 사이트 전체를 한국어로 리다이렉팅할 수도 있다. 영문도메인에 대한 100% 대체재로 알리려는 건 아니다. 기존 업무가 영문기반 대형 웹사이트 중심에 쏠려 있기에 한순간 이전하는 덴 제약이나 중복투자 문제 생길 수 있다.

-기존 닷컴, 닷넷 사용처에서 자국어도메인 서비스 요구가 있었나

요구에 따랐다기보단, 편의증진 차원에서 접근했다. 기존 도메인체계가 비영어권 사용자들에게 접근성 제약이 있다고 생각해서. 내비게이션 지원만 봐도, 그간 영문도메인 서비스만 존재했기때문에 한국에 주소창 안 건드리고 검색엔진 쓰는 사람이 많아진 걸 수도 있다. 사업자의 마케팅 관점에서는 한글도메인 등록한 사이트에 찾아오도록 (유입경로) 선택 확대 차원으로도 접근했다 볼 수 있다.

■인터넷 거인 구글·페이스북이 도와줄까?

-론칭 이후 과정, 현황, 실적을 알려 달라

(10월초 당시) 공개할만한 실적 데이터는 아직 집계 안 됐다. 지난 5월 16일에 쩜닷컴, 쩜닷넷을 론칭했다. 6월 중순까지 상표권 보호를 위해 기존등록자 우선등록 기간, 이어 8월 중순까지 기존 닷컴, 닷넷 부분자국어도메인 갖고 있는 분들에게 같은 한글 문자열로 완전자국어도메인 등록하는 기간 거쳤다. 8월말부터 일반인 등록 받았다. 일반인 등록은 국내 14곳의 등록대행업체(registrar) 통해 받는다.

-구글이나 페이스북같은 업체 서비스가 자국어도메인 기반 콘텐츠를 어떻게 다룰거냐가 향후 성과 좌우할 것 같은데

검색엔진최적화(SEO)나 트래픽 모아야 하는 분들이 최적화 노력을 할 것이라 본다. 우리가 그 영역에 일일이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구글이나 네이버나 검색 알고리즘은 다 다를 거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우리가 도메인이름 제공자로서 뭘 어떻게 하고있다고 직접 언급할만한 부분은 없다. 다만 장기적으로 페이스북같은 서비스에 (자국어)도메인이름 인지를 돕는 순기능이 있지 않을까 싶다.

-아태지역 관점에서의 전망이나, 마지막으로 더 할 말은 없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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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어도메인을 한국보다 몇 달 앞서 일본에서 론칭했다. 일본에서 뿌리를 잘 내리는 데 중점. 일본은 사용자 환경이나 도전적인 특성을 한국과 공유하는 시장이라, 고민이 비슷하다. 현지에도 역시 '이용자 편의증진'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 어떻게 할 건진 내부적으로 고심중이다. 몇년내 장기계획 이렇게 공유할 수 있는 일정이나 확정된 방안은 없다.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얘기는, 쩜닷컴과 쩜닷넷이, 여타 서비스에 비해 시장 니즈를 바라볼 때 수렴할만한 가치가 얼마나 있다고 말하기가 어렵다는 점은 충분히 알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많은 사람이 기존 닷컴과 닷넷 도메인이름을 신뢰하고 사용한다는 거. 이를 자국어도메인으로 활용케 했다는 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브랜드 차원에서든 내비게이션 용도로든 많이 활용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