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한' 포켓몬 고, 콘텐츠 파워 보여줬다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데스크 칼럼입력 :2016/07/13 10:22    수정: 2016/07/13 10:24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1994년을 대표하는 청춘 키워드는 농구였다. 농구대잔치와 슬램덩크. 그리고 심은하, 장동건 등 청춘스타들이 출연했던 ‘마지막 승부’는 그해를 빛낸 콘텐츠였다.

6년을 더 거슬러 올라간 1988년은 서울올림픽을 빼놓곤 얘기할 수 없다. 그룹 코리아나가 불렀던 ‘손에 손잡고’란 올림픽 주제가는 그해 고등학생들의 기상 로고송이나 다름 없었다. 개막식을 빛낸 ‘굴렁쇠 소년’ 역시 그 해의 아이콘 중 하나였다.

tvN의 연작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는 이런 콘텐츠를 잘 버무렸다. ‘추억팔이’란 비판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 시기를 겪었던 사람들은 날 것 그대로인 콘텐츠에 열광했다.

응답하라1988(사진=CJ E&M)

1994년 ‘오빠 부대’ 대표주자였던 문경은 선수가 뚱뚱해진 몸으로 등장하는 것 쯤은 애교로 넘길 수 있었다. 그 시기 대표 콘텐츠를 그 때 그 상황으로 다시 본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은 열광했다.

■ 스마트폰에서 부활한 포켓몬 고 파워

요즘 미국에선 ‘포켓몬 고’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러운 모양이다. 곳곳에서 텅 빈 들판을 미친 듯 뛰어다니고 있다고 한다. 포켓몬 사냥을 위해 금지 구역에까지 몰려들어 사회문제가 되기도 하고, 또 그들을 노린 강도 행각까지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스마트폰에 몰입해서 걷다가 사고를 당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쯤 되면 ‘포켓몬 고 열병’이라고 불러도 크게 무리는 아닐 듯하다.

‘포켓몬 고’ 덕분에 닌텐도는 화려하게 부활했다. 콘솔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몇 년째 휘청대던 걸 일시에 털어버렸다. 여기저기서 증강현실(AR)의 힘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포켓몬 고가 설치된 스마트폰과 포켓몬고 플러스,

물론 AR게임이란 점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PC나 게임기 화면, 혹은 만화 속에서나 보던 각종 몬스터들을 우리 주변에서 직접 볼 수 있다는게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하지만 아무 캐릭터나 AR을 입힌다고 해서 성공하는 건 아니다. 포켓몬스터이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봐야 한다. 어린 시절 만화로, 애니메이션으로, 혹은 게임을 통해 푹 빠졌던 캐릭터였기에 가능했단 얘기다.

굳이 멀리 갈 것도 없다. 여러분들이 '똘이 장군'이나 주먹대장이 되어서 현실 속에서 활약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아니면 로봇 태권V는 어떤가? 이런 캐릭터를 현실 속에서 구현할 수 있다면? 그 시기의 추억을 간직한 많은 세대들이 열광하지 않을까?

■ 콘텐츠가 있어야 기술도 먹힌다

‘응답하라 1994’가 첫 회부터 화제가 됐던 건 당대 최고 아이콘(콘텐츠)들 덕분이었다. 서태지와 아이들, 연세대 농구팀 등은 그 무렵에 청소년기를 보낸 계층들에겐 ‘희미한 옛 추억의 그림자’였다.

후속작인 ‘응답하라 1988’이 주인공 혜리를 올림픽 개막식 피켓걸로 등장시킨 것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올림픽이란 그해 최고 콘텐츠를 최대한 잘 소비하려는 장치였다. 살짝 유치하더라도 충분히 공감할만한 콘텐츠였기 때문이다.

‘포켓몬 고’의 성공도 그런 관점에서 봐야 한다. AR을 기반으로 한 최고의 O2O 상품이란 분석만으론 부족하다는 거다. 많은 사람들의 코드를 건드릴 콘텐츠가 있었기에 사상 유례없는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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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 고 열풍’은 기술과 콘텐츠의 행복한 결합이 만들어낸 한 편의 멋진 드라마였다. 물론 둘 중에선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가 훨씬 더 큰 역할을 했다고 봐야 한다.

그게 ‘응답하라’ 시리즈와 ‘포켓몬 고 열풍’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교훈이다. “다시 문제는 콘텐츠다”는 조금은 뻔한 교훈.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