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고, '콘텐츠+AR 전략' 통했다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폭발적 인기 비결은?

데스크 칼럼입력 :2016/07/11 16:32    수정: 2016/07/12 10:36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요즘 가상현실(VR)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지고 있다. 삼성을 비롯한 주요 스마트폰업체 뿐 아니라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들도 VR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아예 ‘VR은 차세대 소셜 플랫폼”이라고 선언했다.

지난 해부터 주요 언론사들도 VR 보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 CNN 등은 연이어 VR 프로젝트를 내놓고 있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언론사들이 VR 보도를 한 건 아니다. 대부분 360도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들이다. 이 영상들을 통해 몰입감과 현장감, 그리고 프레임을 뛰어넘는 전방위 시각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

(사진=씨넷)

■ VR보다 더 큰 시장은 바로 AR

지금은 혼용되고 있지만 VR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현재 언론사들이 주로 활용하고 있는 360도 카메라는 가장 초보적인 단계다. 여기서 좀 더 진화하면 VR과 AR이 있다. VR은 말 그대로 ‘가상현실’이다. 여기에 현실을 덧입힌 게 AR이다.

전문가들은 궁극적인 승부처는 AR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디지캐피털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가상현실 관련 시장은 1천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AR이 1천200억 달러로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VR은 300억 달러로 AR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배경을 깔고 보면 요 며칠 화제가 된 포켓몬 고(Pokemon Go)를 새롭게 볼 수 있다. 포켓몬 고는 20년 전 포켓몬을 만든 닌텐도가 AR 게임인 ‘인그레스(Ingress)’ 개발사 나이낸틱과 손잡고 선보였다.

포켓몬 고의 가장 큰 특징은 AR 게임이란 점이다. 구글 지도와 연계해 현실 속 장면에 몬스터를 숨겨놨다. 그러다보니 이용자들은 자기 주변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몬스터 잡기에 열중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호주 등 포켄몬 고가 서비스되고 있는 지역에선 ‘몬스터 잡기’ 때문에 온갖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미국에선 대학 캠퍼스나 광장 등에 몬스터를 잡기 위해 뛰어다니는 인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 앱은 지난 주 출시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루 만에 대표 소셜 앱이라는 텐더를 넘어섰다. 또 일부 국가에선 폭주하는 이용자 때문에 한 때 다운로드가 중지됐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 테크크런치 "주변에서 찾는 구조, AR에 최적화된 서사"

포켓몬 고가 왜 이토록 큰 인기를 누리는 걸까? 미국 IT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는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분석했다. 하나는 ‘향수’가 작용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1980년대 이후 2000년대 초반 탄생한 세대에게 포켓몬은 ‘유년의 뜰’이나 다름 없었다. 흐릿한 8비트 게임기로 포켓몬을 즐겼던 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포켓몬 고 스크린샷.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그 다음 부분이다. AR를 잘 활용한 점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왜 그럴까? 포켓몬 게임 자체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뭔가를 계속 찾는 형태로 진행된다. AR형 콘텐츠를 구현하기에 딱 좋은 서사 구조를 갖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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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정리하면 어떨까? '포켓몬 고 열풍'은 매력적인 콘텐츠(포켓몬)와 최적의 테크놀로지(AR)가 행복하게 만나서 생산해낸 멋진 산물이라고. 이 산물을 스마트폰이란 최적의 플랫폼 위에 멋지게 얹어놓은 게 성공의 비결이라고.

그런 점에서 포켓몬 고의 성공은 VR이나 AR을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 지에 대한 하나의 해답이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결국 중요한 건 기술과 콘텐츠의 행복한 결합이기 때문이다. 바다 건너 먼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포켓몬 고 열풍’이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 건 그 때문일 지도 모르겠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