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 커머스의 진화와 기술 방향

전문가 칼럼입력 :2016/05/10 10:20    수정: 2016/05/10 10:21

김승열 mobizen@mobizen.pe.kr

최근에 지인에게 P2P(Peer-to-Peer) 커머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식상한 개념으로 생각하고 넘어가려고 하는데 부연 설명을 듣고 흥미가 생겼다. 시간이 내서 자료를 좀 더 찾아보고 정리된 생각을 이 자리를 빌어 공유해 볼까 한다. 먼저, P2P 커머스는 크게 3단계를 거쳐가며 발전했다고 볼 수가 있다.

1단계, 직거래

처음에 'P2P 커머스’란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올렸던 개념이다. 그만큼 일반화 되었으며 비즈니스 관점으로 접근한 서비스 모델이다. 이 단계에서는 ‘Peer’를 ‘Person’이라고 해석을 했다. 중간 유통업자 없이 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판매자와 구매자가 바로 연결이 되는 형태를 말한다.

국내에서는 '직거래 장터’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약간 변형되어 MD나 마케터 정도만 간섭하는 ‘오픈 마켓’으로 발전하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O2O나 공유경제와 융합되면서 점점 더 진화하고 있다. 우버나 에어비앤비, 태스크 래빗과 같은 서비스들이 대표적인 사례가 된다.

2단계, P2P 결제

다음은 직거래 장터(1단계)에서 결제를 P2P로 하는 단계를 말한다. 중간 거래상이 없이 개인간 직거래를 하는 과정이니 이왕이면 결제까지 PG나 VAN과 같은 사업자를 배제하고 직접 거래하자는 개념이다. 직거래를 하면서 통장 송금으로 지불을 하는 것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무통장 입금이나 사이버 머니나 포인트 등에 머무르던 2단계는 2009년 비트코인이 등장하면서 한차례 진화를 한다. 분산 P2P 결제수단인 비트코인을 이용하여 거래를 하는 것이다. 통장 송금에 들어가는 수수료마저 아끼고 기간계 금융 사업자마저 배제하자는 이야기가 된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는 생소하지만 세계 최대의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과 이베이가 비트코인 결제를 지원하면서 북미를 중심으로 점차 일반화되고 있다.

3단계, P2P 인프라

2단계에서 비트코인 개념이 들어오면서 P2P와 분산이 결합되었다. 이런 개념을 일부 엔지니어들이 커머스 인프라 환경에 적용하기 시작하며 3단계를 만들어 냈다. 호스팅을 이용하거나 AWS나 Azure와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에 존재하는 ‘웹서버’를 없애고 각자의 PC 리소스를 활용하여 분산으로 서비스가 운영되는 개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오픈 바자(Open Bazaar)이다. 베타 테스트 중인 오픈바자는 자체 앱을 다운받아 설치하면 분산 서버가 되는 동시에 커머스 클라이언트로 동작한다. 일반 커머스 서비스와 같이 중앙에서 관리를 하는 주체나 MD, 바이어, 마케터 등은 존재하지 않는 진정한 P2P 서비스가 되는 셈이다.

분산 P2P의 핵심 개념, 조정자

P2P의 1단계나 2단계는 중간 사업자가 있는 고전적인 유통 서비스에 비해 현저하게 저렴한 가격으로 사용자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서비스나 결제 등에서 운영 사업자가 존재하며 수수료를 받고 있는데 3단계에서는 그마저도 없애는 것을 지향한다. 여기에서 문제가 생긴다. 그나마 수수료를 받는 운영 사업자가 있다보니 문제가 생길 때,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데 3단계에서는 그럴 대상이 없어지는 것이다.

오픈바자는 이러한 문제는 조정자(Moderator)를 통해 해결을 했다. 거래를 하면서 문제가 발생을 했다면 분쟁에 대한 조정을 신청할 수 있는데, 이때 ‘조정자’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조정자는 바로 옆집 아저씨가 될 수도 있고, 지구 반대편에 사는 꼬마도 가능하다. 평점(reputation)을 보면서 익명 중에 한명을 선택하여 중재를 부탁하게 된다. 조정자는 분쟁을 조정해주는 댓가로 수수료를 요구할 수도 있다. 물론, 마음이 내키면 무료로도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기술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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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오픈 바자와 같은 개념이 성공하거나 일반화 되기는 쉽지 않다. 커머스 서비스들은 O2O와 결합되면서 상품의 카테고리는 다양해지고 있고 판매 가격은 오프라인과 비교할 수 없이 저렴해지고 있다. 진정한 P2P를 통해 가격이 낮아진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크지 않다. 게다가 훌륭한 커머스 플랫폼은 적정 수준의 가격 할인과 함께 노출이 많이 되어야 한다. 대부분을 DA광고와 SEO에 의지하고 있는 현재의 마케팅 상황을 고려한다면 사업적으로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 발전하는 방향이다. P2P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쿠팡은 얼마전 MD없는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발표를 하였다. 알파고의 열풍으로 인해 ‘사라지는 직업’에 대한 이야기가 한참을 오고갔다. 기술은 오랜 기간 동안 가치 사슬 안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했던 플레이어들을 사라지게 하고 있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분산 P2P와 같은 기술의 도전이 계속되면서 MD나 마케터 정도가 아니라 중간 유통 사업자가 사라지는 커머스가 일반화될런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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