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IT 스마트카 동맹' 어디어디 있나

'현대차-시스코' 가세로 합종연횡 뜨거워져

카테크입력 :2016/04/19 17:33

정기수 기자

현대자동차가 커넥티드카 개발을 위한 첫 파트너로 네트워크 전문기업인 시스코를 낙점했다.

커넥티드카 개발의 경우 전문기업들과의 협업이 상호 기술적 보완 효과가 크고 시너지 효과가 있다는 판단이 기저에 작용했다. 다만 앞으로도 전기차, 하이브리드카, 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차와 같이 글로벌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는 부문에서는 독자 노선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현대차와 시스코의 협업 발표로 차세대 자동차인 스마트카 개발을 둘러싼 이종(異種) 업체간 글로벌 협업 구도는 한층 어지러워진 모양새다.

BMW는 삼성전자와 '카-커넥티비티'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포드는 아마존과 스마트홈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손잡았고 폭스바겐은 LG전자, 볼보와 르노닛산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자동차 커넥티비티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GM(제너럴모터스)는 미국의 차량 공유업체에 투자했으며 토요타는 MS와 합작해 빅데이터 분석회사인 '토요타커넥티드'를 설립하기로 했다.

앞으로도 상호 보완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한 글로벌 완성차업체와 IT(정보통신)업체간 합종연횡은 더욱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사진 앞줄 왼쪽)과 시스코 척 로빈스 CEO(사진 앞줄 오른쪽)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현대차그룹)

다만 다른 완성차업체들이 대부분 정통 IT업체와 손잡은 것과는 달리, 현대차의 경우 협업 파트너로 네트워크 전문기업을 꼽았다는 점이 이채롭다. 이는 현대차가 시스코와의 협업을 통해 단순한 커넥티드 카 개발에 그치지 않고, 커넥티트 카가 움직이는 인프라까지 영역을 확대하려는 복안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대차는 시스코와 상호 협력을 통해 우선 미래 커넥티드 카의 기초 인프라인 '차량 네트워크 기술'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차량 네트워크 기술은 차량 내부에서 이뤄지는 데이터의 송수신을 제어하는 기술이다. 현 단계의 자동차는 제어해야 할 데이터 양이 많지 않아 소용량의 저속 네트워크가 기본으로 적용돼 왔다.

하지만 미래 커넥티드 카는 제어해야 할 장치는 물론, 송수신 데이터 양도 방대하게 증가해 각종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전달하고 차량 내 초고속 연결망을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현대차는 이번 협업을 통해 차량 네트워크 기술의 확보는 물론 클라우드, 빅데이터, 커넥티드 카 보안 기술로 구성되는 커넥티드 카 통합 인프라 개발도 가속화할 예정이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이날 "이번 협업은 현대차가 주도하는 미래 커넥티드 카 및 새로운 모빌리티 패러다임을 조기에 현실화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대차는 차량 네트워크 개발 과정에서 시스코의 높은 기술 노하우와 함께 보안 관련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도 얻게 될 가능성이 높다. 시스코는 네트워크 장비 기술과 함께 이 분야 보안 관련 기술력도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스코 역시 현대차와 협업을 통해 자동차 부문의 사물인터넷(IoT)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게 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와 시스코의 협력은 지금까지의 완성차-IT 업체간의 협력관계와 달리 자동차와 네트워크 전문 기업의 조합이라는 점에서 최상의 '오픈 이노베이션' 사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 연구소 직원들이 차량 네트워크 관련 부품을 테스트하고 있다(사진=현대·기아차)

현대차는 시스코와 우선 차량 네트워크 개발에 집중한 뒤 추후 양사 간 상호 협의로 협력 분야를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양사 간 합의가 우선"이라면서도 "시스코는 네트워크 보안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인 만큼, 이와 관련한 추가적인 협업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시스코의 협업이 막대한 시너지 효과를 불러올 경우 기존 완성차-IT업체간 협력이라는 제한된 테두리에서 벗어나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의 스마트카 협력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현대차 역시 향후 커넥티드카 개발 관련 부문별로 글로벌 전문기업들과의 협업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스마트 홈, 스마트 오피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가전 업체들과의 협업도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커넥티드카 등 미래 지능형 자동차 개발과 관련, 전문 기업들과 적극적인 협업 전략을 펼치는 이유는 해당 분야의 기술들을 조기에 확보하고 상용화함으로써 미래 자동차 시장을 개척하는 선도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것"이라며 "특히 IT분야 기술들은 혁신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자칫 머뭇거리다가는 미래 자동차 개발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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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독자기술 개발의 성공 여부와 기술 만족도, 수익성 등 여러 가지를 따져본 뒤 향후 다른 업체와도 공동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다만 현대차는 앞으로도 친환경차 등 자사 기술력이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자체 개발을 우선시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