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별 전문가, 정치 변화 이끌어야”

[4.13총선 IT후보] 유영민의 희망, 정치가 되다

컴퓨팅입력 :2016/03/22 17:05    수정: 2016/03/22 17:12

송주영 기자

“사람이 중요한 시기다. 전문성을 갖고 멀리 보는 사람이 필요하다.”

유영민 더불어민주당 해운대갑 국회의원 후보는 현 정치에 전문 지식을 접목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고 역설했다.

유 후보는 30년 이상 IT 기업에 몸 담았다. LG전자 출신 1호 CIO(정보화최고임원), LG CNS 부사장을 거쳐 소프트웨어진흥원장, 포스코 경영연구소장을 역임하며 최고 경영진까지 올랐다. 2007년에는 산업 기여를 인정받아 동탑산업훈장까지 받았다. 은퇴 후에는 책을 집필하고 강연을 하며 후학 양성에 힘을 쏟았다.

부산 해운대갑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후보 유영민 전 포스코경영연구소 사장 (사진=유영민 전 사장 측 제공)

그가 돌연 20대 총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1월 유 후보를 11번째 영입인사로 발표했다. 그가 출사표를 던진 지역은 더민주에는 험지로 알려진 해운대갑이다. 유리했던 인천 송도 지역 출마를 뒤로 한 채 해운대갑을 지역구로 택했다.

그는 ‘스마트’한 경제를 외친다. 스마트한 IT를 활용해 전통산업에 가치를 더하고 일자리를 늘려 경제를 육성하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다음은 유 후보와의 일문일답

- 아내가 출마를 반대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처음에 당에 가입할 때 출마할까 싶어 (아내가) 집을 나가라고 했다. 결국 출마하는 쪽으로 흘러가 버렸다.

처음에는 인천 송도지역 출마가 결정됐다. 송도는 포스코건설, 엔지니어링 등이 자리 잡고 있다. 포스코 경영연구소 사장 출신이어서 상당히 승산이 있다고 봤다. 여론조사 결과도 유리하게 나왔다.

그러나 당에서 부산도 새로운 인물이 필요한데 부산토박이인 내가 그쪽에서 출마했으면 하더라. 내 출마 지역이 송도로 결정되면서 민주당이 부산을 포기한 것처럼 비춰지기까지 했다. 그때 아내가 부산을 출마지역으로 결정하는 것이 명분이 있다고 용기를 줬다. 나도 아내의 말에 마음의 부담을 덜었다.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원래 정치에 뜻이 없었다. 은퇴 후 ‘상상, 현실이 되다’라는 책을 냈었다.(이 책은 2014년 출간됐다.) 이후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 일자리에 대한 강연을 많이 했다.

그 때 문재인 전 대표가 내 책을 읽었고 “감명깊게 읽었다”고 페이스북에 소감을 올렸다. 문 전 대표가 “우리 정치도 상상이 있는 정치가 되면 좋겠다”고 하더라.

민주당이 어려울 때 문 전 대표와 인연이 됐고 나도 워낙 어려운 때이니만큼 정책 정도 도와주는 것으로 생각했다. 출마에 대해서는 전혀 준비도, 계획도 없었다.

그러다가 우리나라 정치가 이제는 정말 큰 변혁기가 왔다고 생각했다. 바뀌지 않으면 안됐다고 봤고 강한 희망을 품게 됐다.

출마 권유는 지난해 받았는데 가볍게 넘어갔다. 미국에 한달 반 정도 있다가 연말에 들어왔는데 더민주당이 더 시끄러워졌더라. 1월초 다시 강한 권유를 받고도 사양했는데 김종인 대표가 영입되던 날 경제계 출신이 (인사영입에) 방점을 찍어줬으면 하더라.

당시 문 전 대표는 정치를 바꾸기 위한 처절한 변화와 혁신을 위해 몸부림을 쳤다. 진정으로 한국 정치를 바꾸기 위해 도와달라고 하더라. 개인의 욕심이 아니고 한국 정치가 이제 바뀌어야 한다고 하는데 진정성이 있었다. 진정성에 동의를 했다.

- 우리나라 IT 정책을 평가한다면

IT는 ‘스마트’라는 단어로 바꿀 수 있다. 인공지능도 스마트 개념이다. IT는 두가지 개념으로 볼 수 있다. 하나는 도구, 수단으로의 ‘이네이블러(조력자)’ IT고 또 다른 하나는 새로운 일자리, 먹거리를 만들고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스마트 드라이버’의 IT다.

스마트, IT는 이네이블러가 아닌 드라이버 역할을 해야 한다. 산업에 스마트 개념을 입혀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스마트로 빚어낸 부가가치를 통해 새로운 시장도 만들고 수익도 높일 수 있다. 내 강의 주제도 ‘스마트를 입혀라’였다.

우리 ICT 정책은 지엽적이고 단편적이었다. 이번 정부 들어 창조경제라는 말이 나왔는데 흉내만 냈다. 창조경제는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는 절박한 얘기다. 그러나 이번 정부는 창조경제 타운을 만드는 등등 바람만 잡고 흉내만 냈다. 지금 인공지능 얘기를 하는데 내년이 되면 온 부처에서 인공지능 예산으로 흉내 내기에 나설 것이다. 지금까지 IT정책이 그랬다.

IT정책은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 일자리를 만드는 드라이버 역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네이블러가 돼서는 안된다.

- IT정책이 융합에 맞춰져야 한다는 의미인가

드라이버는 융합 정도가 아니다. 우리 산업에 스마트가 접목되고 있다. 자동차, TV, 냉장고 등등 모든 제품이 스마트화 대상이다. 사물인터넷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이렇게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부가가치를 만드는 것이 스마트다.

구글은 신발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지만 신발을 개발한다. 신발 자체는 신발 회사에서 만들지만 구글은 신발에 대한 가치를 스마트화를 통해 높인다. 구글 ‘토킹슈즈’는 시발 보폭, 속도, 발바닥이 땅에 닿는 면적 등을 계산해 운동량, 건강과의 연관관계를 계산한다. 구글은 신발을 이용해 서비스를 파는 회사다.

하드웨어가 깡통이라면 스마트, ICT는 거기에 가치를 채운다. 인공지능도 여기에 포함된다. 구글은 신발, TV, 자동차를 파는 회사가 아니지만 이를 개발하고 서비스를 판매하며 대가를 받는다. 가치창출 효과가 더 크고 새로운 시장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조선, 자동차 등의 산업이 있다. 전통산업에 스마트함을 입혀서 새로운 시장과 부가가치를 만들고 획기적인 전환을 해야 한다. 스마트를 하나의 도구로 보지 말고 그 자체로 견인하고 드라이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부산 해운대갑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후보 유영민 전 포스코경영연구소 사장 (사진=유영민 전 사장 측 제공)

-국내 IT정책에 빠진 것이 있다면

콘트롤타워다. 인공지능이라든가 스마트관리센서, 빅데이터 등 요소 기술과 원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전문화된 인력과 기관들이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콘트롤타워가 시급히 만들어져야 한다. 그 콘트롤타워가 반드시 산업 영역들을 연계할 수 있어야 한다. 인력도 육성하고 관련 연구를 하고 산업 영역에 접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콘트롤타워 역할은 정부가 할 수 있다. 각 기업을 이를 지원하고 이를 통해 만들어지는 가치를 공유할 수 있다.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전문성도 있으며 강한 힘을 가진 콘트롤타워가 반드시 필요하다. 부처마다 전부 흉내만 내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힘을 모으고 산업간 연결이 반드시 돼야 한다. 요즘은 제조업 등 각 산업영역이 힘들어한다. 힘을 불어넣을 수 있어야 한다.

-지역구 발전 전략은

해운대를 앞서 말한 것처럼 스마트 경제도시로 만들어가는 것이 공약이다. 대한민국을 미래 먹거리와 일자리를 만들어가는 스마트경제도시로 만들 수 있도록 해야하는데 해운대부터 그렇게 만들겠다. 크게 보면 부산을 그렇게 만들 것이다.

부산은 갖고 있는 자원이 많다. 물류, 해운, 항만 등이 있다. 해운대는 ICT, 디자인, 게임, 영상 등의 산업이 있다. 벡스코라는 전시공간도 갖췄다.

해운대를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경제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전문화된 학교도 만들 수 있고 사람도 키워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기업과 연계해 대한민국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스마트 개념과 경제를 연계해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겠다.

우리나라는 다행히 IT강국이고 산업도 다양하다. 사람도 많다. 새로운 전환점으로 스마트를 입히자. 없애고 새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를 입히면 된다. 스마트를 입히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부가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굉장히 중요한 기회를 맞이하고 있는데 제대로 하자. 전시행정에 그치지 말자.

- 스마트 경제도시로 부산의 가능성은

부산은 ICT 관련 기관들이 많이 있고 디자인, 콘텐츠 산업도 발달했다. 부산 국제영화제도 있고 영화진흥위원회도 있고 만화, 게임산업도 있다. ICT와 융합한 문화도시를 만들 수 있다. 벡스코라는 전시공간도 있다.

스마트를 입혀서 사람이 필요한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 특화 영역에 대학을 육성할 수 있다. 대학이 구조조정을 하고 있으니 관련 학과를 모아 학교도 만들고 있는 바탕 위에 사람을 육성하면 된다.

특화하자. 특화하면 세계 전시회도 만들고 컨퍼런스도 유치할 수 있다. 우리는 해마다 올랜도같은 도시에 몰려간다. 올랜도는 1년 내내 행사를 연다.

휴양도시, 관광도시와 행사도 연계할 수 있다. 해운대도 관광도시가 주가 아니고 스마트경제도시로 변모하고 이를 관광자원과 접목할 수 있다. 전 세계 메카가 되면 새로운 일자리, 먹거리가 해운대에서 만들어질 것이다.

- 부산은 LG CNS 클라우드센터 등을 유치하며 IT경제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부산이 기반은 괜찮다. 기반 위에서 인프라를 만들고 엮고 스마트를 입혀서 규모도 키우고 특화시켜 가치를 창출하면 된다. 관련 인력을 육성하고 컨퍼런스도 만들어 세계가 해운대로 몰려들게 하자. 해운대 관광수입도 올리고 부산 경제도 활력을 찾게 될 것이다. 활력의 모델을 스마트로부터 시작하자. 유권자에게 다다갈 수 있는 스마트경제 도시를 만들겠다.

부산 해운대갑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후보 유영민 전 포스코경영연구소 사장 (사진=유영민 전 사장 측 제공)

- IT와 전통산업이 충돌한다면

밥그릇을 주면 싸울 수 밖에 없다. 국가 전체를 보고 이익을 조정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조정을 하려면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멀리 볼 수 있어야 한다. 법을 만들고 어떤 경우는 강제성을 띄기도 해야 한다. 전문가는 정치꾼의 이익보다는 전문영역을 볼 수 있다.

헬쓰케어 분야에서 밴드, 패치 스타일이 나왔고 웨어러블 기기도 나왔다. 사람 몸에서 병을 진단할 수 있는 2천199가지 물질이 나온다. 눈물, 땀 등을 분석해 센서가 병을 진단할 수 있다. 치료로 가면 의사의 영역이지만 기술은 IT서비스업체, 통신회사 등이 밥그릇을 두고 싸울 수 있다. 이럴 때 개입하는 것이 정치다.

국가 산업 측면에서 정치인이 전문성을 갖고 판단해야 한다. 영역별로 전문가들이 들어와야 할 때가 됐다. 기성 정치인이 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기성 정치인은 이해관계에 얽혀 휘둘릴 수 있다.

국가적으로 득이 되는지를 판단하고 멀리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 당장 손해가 되는 것 같아도 규모, 가치를 보고 조정도 해주고 끌어가기도 해야 한다. 그런 법을 만들겠다.

- 평소 희망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유 후보에게 희망이란

내 희망은 양극화를 줄이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너무 많이 배웠거나 못 배웠거나 있거나 없거나 등이 공존한다. 양극화가 심하다. 양극화는 우리 사회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고민이다. 당장 먹고 살 걱정 정도는 해결해줘야 한다. 경제 민주화, 분배가 중요하다. 우리 모두 행복해지자는 것이다. 양극단을 좁혀서 정말 힘든 것은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본인 소개를 좀 해달라

나는 학자가 아니다. 학사 출신이다. 대학 다닐 때는 음악을 좋아해 음악에 빠져 있었다. 그러다가 IT 초창기에 컴퓨터를 만나게 됐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현장에서 IT전문가로 인정받는 것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었다. 대학원을 가고 박사학위를 딸 여유가 없었다. 그렇게 최초의 CIO(정보화최고임원)가 됐다. CIO로 최초의 임원이 됐다. 간판은 필요 없었다. 이 분야 최고가 되는 길이 최선의 생존법이었다. 살아남기 위해 절박했다. 그러다보니 이 분야 전문가가 됐다.

IT는 늘 새롭다. 변화가 빠르다. 그 변화가 너무 재미있다. 변화의 흐름을 파고들었고 내 나름의 학문적 지식을 쌓았다. 후배들도 육성했다. 그러다보니 IT업계에서 전문가로 인정받게 됐고 CIO 1세대가 됐다. 학위도 없는데 초빙교수, 겸임교수도 꽤 오래했다.

‘상상, 현실이 되다’라는 책은 미래 먹거리, 미래 일자리에 대한 얘기다. 미래 먹거리에 대해 강의도 했고 현장에 살아있는 얘기도 했다.

회사에서 일하는 방식을 보며 왜라는 의문을 갖고 해결방법을 모색했고 다른 기업들이 하고 있는 방식도 적극적으로 연구했다. 이를 가능케 해준 것은 IT고 거기에 내 상상력이 보태졌다. 내가 몸담았던 LG전자는 글로벌 기업이 됐고 남이 안하는 것을 먼저 하게 됐다. 이것이 회사의 경쟁력이 됐고 개인의 가치도 따라오게 됐다. 끊임없이 시장과 기술의 흐름을 보고 이를 접목하는 연구를 했다.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곳은 현장이다. 학교가 아니다. 기업 현장에서 전문가가 되는 것만큼 신분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살아 움직이는 분야에서 전문가가 됐고 지금까지도 이를 활용하고 있다. 과거 테크놀로지 시장을 예측했는데 그것이 꽤 많이 맞았다. 기분 좋은 일이었다.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 원하는 정치인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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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대는 정치꾼도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서 있다. 정치에 무식한 사람이 필요한 때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미친 개가 호랑이 잡는다는 말도 있다. 근본적으로 문제를 들여다보고 ‘리씽킹(rethinking)’해라.

난 정치 바닥에 빚진 것도 없고 자유롭다. 정치 아마추어다. 아마추어는 어쩌면 근본적인 문제들을 더 크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변혁기에는 정치 문외한이 필요하다. 문제를 들여다보고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자극을 주고 변화를 이끌어나갈 필요가 있다. 돌격하는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고 각 분야 전문성을 갖추고 공격적이고 추진력 강하고 단호한 사람이 필요하다. 여기에 합리성과 소통, 조정 능력이 있어야 한다. 정당보다 사람이 중요한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