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합상품의 핵(核), ‘인터넷vs이동전화’

KISDI 판단 유보…정부 당국, 평가 주목

방송/통신입력 :2016/03/20 13:30    수정: 2016/03/20 13:36

소비자들은 결합상품을 선택할때 어느 상품을 중심에 두고 사업자를 선택할까?

SK텔레콤-CJ헬로비전 합병 심사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결합상품 점유율을 들러싼 '시장 지배력전이' 공방이 재연되고 있다.

SK텔레콤 진영에서는 초고속인터넷 강자인 KT가 결합상품 시장에서 여전히 확고한 우위를 점유하고 있다고 공격하고 있고, 경쟁사인 KT-LG유플러스는 결합상품 시장에서 ‘이동전화 강자’인 SK텔레콤의 지배력 전이가 입증됐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KT는 SK텔레콤의 이동전화를, SK텔레콤은 KT가 강세를 지키고 있는 초고속인터넷을 각각 결합상품 시장의 헤게모니를 결정짓는 핵(核)으로 지목하면서, 인수합병 공방도 뜨거워지고 있다.

양측의 엇갈린 주장은 지난 18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시장 경쟁 평가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KT "이동전화가 핵심"- SKT "초고속인터넷 우위"

사업자 제출 자료를 토대로 KISDI가 통계를 낸 이동전화 결합 가입자 점유율.

KISDI가 18일 공개한 ‘2015년도 통신시장 경쟁상황평가’에 따르면 이동전화를 포함한 경합상품 시장에서는 SKT가 전체의 51.1%를 점유해 1위를 기록했고, 반면 초고속인터넷-유선 포함 결합상품 시장에서는 KT가 각각 50.2%, 62.2%의 점유율로 1위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KT와 LG유플러스는 이동전화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의 시장 지배력이 유선-유료방송 결합상품으로 전이되고 있는 증거라며 공격의 강도를 높였다. 두 회사는 “SK텔레콤의 이동시장 점유율(49.9%, 가입자 기준)보다 이동전화를 포함한 결합시장 점유율이 높게 나타난 것은 평가가 도입된 이후 최초 사례”라면서 “이는 이동전화가 결합시장의 핵심 서비스임을 다시 한 번 나타낸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전화 포함 결합상품은 SKT가 많지만, 초고속인터넷 포함 결합상품과 유선전화 포함 결합상품은 KT가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림.

반면 SK텔레콤은 전체 방송통신 결합판매 중 이동전화 포함 결합시장 비중이 매우 낮다는 점에서 경쟁사들의 근거가 미약하고, 주장이 과장됐다고 반박했다. 지난 2014년 전체 방송통신 결합판매 가입자 1541만 가구 중 초고속 결합은 96%, 유선전화 결합은 58%인 반면, 이동전화 결합은 43% 수준이라는 것이다.

즉 초고속인터넷과 유선전화 결합이 결합상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결합상품 시장에서 초고속인터넷과 유선전화 1위 사업자인 KT가 결합상품 시장에서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SK텔레콤 측은 “각각의 결합상품 시장의 점유율은 단품 시장의 경쟁우위가 그대로 반영되는 것 일 뿐이다”며 “이는 이동전화 뿐만 아니라 여타 결합상품을 비교해 봐도 마찬가지의 양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현재 결합상품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초고속인터넷-유선, 특히 유료방송 시장에서의 SK텔레콤의 결합상품 비중은 KT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취약하다는 주장이다. SK텔레콤측은 “지난해 12월 발표에 따르면 유료방송시장에서 SK의 이동전화 결합상품 비중은 7.8%, 단품 및 이동전화 미포함 결합상품의 비중은 82.6%에 달해 지배력 전이를 논할 수준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양 진영이 시장 지배력 전이 공방으로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보고사를 공개한 KISDI측은 이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다. KISD측은 “이번 보고서는 2014년까지 나온 각사의 영업보고서를 토대로 작성돼 정보가 부족하다"며 "결합상품 시장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판단이 어렵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KISDI 판단 유보...정책당국의 판단은?

KISDI는 2015년도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에서 이동통신 시장을 비경쟁적 시장(시장 지배적 사업자 존재)으로 판단했다.

점유율 측면에서는 경쟁 활성화로 1차 추정되지만, 시장구조상 이동전화 시장 전반의 경쟁상황 개선은 제한적이라는 결론이다. 또 1~2위 사업자간 점유율 격차와 시장집중도가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고착화된 과점구조가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도 내렸다.

2014년 기준 이동전화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통화량 점유율은 52.0%, 매출액 기준으로는 49.6%, 가입자 기준으로는 46.2%로 나타났다. KISDI는 점유율 측면에서는 경쟁활성화(유효경쟁과 경쟁미흡 중간단계)로 추정되지만, 시장구조와 시장성과 등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KISDI가 제공한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추이를 보면 SK 진영(SKT+SKB)이 상승추세다. KT는 감소 추세, LG유플러스는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반면 KISDI는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경우는 경쟁이 활성화된 시장으로 판단했다. KT의 점유율이 2014년 매출액 기준 45.7%에 달하지만 도매 제공 및 가입자선로 공동 활용 등을 통해 신규 진입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KISDI 자료를 종합해볼 때 이동전화 시장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3사가 각각 5:3:2로 황금분할하고 있는 고착화된 시장이라고 평가한 반면, KT가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초고속인터넷 시장은 경쟁사 및 신규 사업자 진입 등을 통해 경쟁상황 시장으로 평가한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KISDI의 이같은 판단이 지난 2014년의 시장자료를 근거로 한 것이고, 이동전화 시장도 후발 경쟁사들의 공세와 알뜰폰 활성화 등으로 과거 SK텔레콤이 고수해 왔던 시장점유율 50%를 하회하는 상황이어서, 현재 시장을 정확히 예측, 재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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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KISDI의 이번 보고서가 초고속인터넷-유선 결합상품 시장에서의 KT의 시장지배력을, 또 반대로 SK텔레콤의 이동전화 시장에서의 시장지배력을 각각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보고서 작정자인 KISDI도 시장지배력 전이, 경쟁제한성 등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면서, 결합상품 시장에서 인수합병에 따른 경쟁 제한성 판단은 결국 정부 당국의 몫으로 넘겨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