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 가격 전쟁만이 살길이다?

인터넷입력 :2016/03/18 04:54    수정: 2016/03/18 10:24

온라인 쇼핑에서 소비자들은 1원이라도 싼 곳으로 이동한다고요?

온라인 쇼핑 태동기에는 소비자들이 가격에 따라 이곳저곳 옮겨 다녔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고만고만한 가격 차이는 무시하고 익숙하고 좋은 경험을 제공하는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려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고 합니다.

자주 쓰는 생필품의 경우 가격 비교에 일일이 품을 팔 필요가 많이 사라졌습니다. 비싸면 외면받는다는 것을 잘 아는 판매자들이 알아서 가격을 조절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고가 제품이 아닌 이상 판매자마다 가격이 다르더라도 그 차이가 미미한 경우가 많습니다. 최저가를 표방하는 마케팅 슬로건을 소비자가 쉽게 체감하기 힘든 이유입니다.

요즘 이마트가 온라인 쇼핑 업체들을 상대로 최저가 전쟁을 선포하면서 온오프라인 업체간 가격 전쟁이 이슈입니다. 이전 기사 '이마트는 ‘가격의 끝’을 정말 보여줬나요?'에서 언급했듯, 이마트는 위협적인 경쟁 상대로 부상한 쿠팡을 겨냥해 기저귀나 분유, 여성용품 등을 최저가 라인업에 포진시켰습니다. 쿠팡의 주력 상품들을 겨냥한 행보입니다.

사진=이마트 블로그

이후 상황은 어떻게 됐을까요? 쿠팡 등 소셜 커머스 회사들은 이마트의 공세에 대응, 가격을 미세하게 조절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어디가 진짜 최저가인지 구별해 내기가 힘들어진 겁니다. 쿠팡, 티몬, 위메프는 주요 생필품의 경우 담당 부서에서 매일 가격을 조정하고 있고, 최저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소셜 커머스에서 생필품을 많이 구입하던 소비자들 입장에선 굳이 가격을 보고 이마트를 찾을 이유는 없어진 셈입니다.

가격만으로 소비자를 움직이게 하기는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소비에도 습관이라는게 있습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요즘은 사용자 경험이 고려된 차별화된 쇼핑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판매자 입장에선 단골을 만들기 외에 가격 말고 이것저것 챙겨야 할 것들이 생긴 겁니다. 빠른 배송이나 쉬운 환불 혹은 반품 절차, 우수소비자를 위한 혜택 등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경험이라고 할 수 있지요.

쿠팡이 제공하는 배송 서비스 로켓 배송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쿠팡맨의 친절하고 빠른 '로켓 배송'은 여러 엄마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계속해서 로켓배송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쿠팡맨과 관련한 에피소드들도 입에서 입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자녀가 없는 소비자들은 기저귀나 분유 등을 살일이 없으니, 로켓배송과 쿠팡맨이 제공하는 경험이 큰 의미가 없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엄마들이 온라인에서 기저귀와 분유만 사는 것도 아닙니다.로켓배송 주력 소비자층인 30대 주부들은 생필품을 사면서 필요하면 아이들 장난감이나 책, 의류, 항공권 등도 추가로 주문합니다.

쿠팡 외에 티몬과 위메프도 배송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티몬은 '슈퍼배송', 위메프는 '위메프플러스'라는 이름의 배송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배송 외에 무료 반품 서비스도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경험으로 통하고 있습니다. 티몬은 ‘패션·뷰티’ ‘쇼핑’ ‘슈퍼마트’ 등 소비자 이용도가 높은 상품 카테고리를 무료 반품 서비스 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기존 온라인 쇼핑몰이 단순한 변심에 따른 환불 시 2천500원에서 5천원을 반품비로 요구하는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서비스입니다.

소셜커머스 업계 중 유일하게 운영되고 있는 티몬의 멤버십은 소비자의 구매 횟수와 금액에 따라 등급을 나누고 할인 쿠폰과 한정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입니다. 최상위 등급인 ‘더퍼스트(THE FIRST)’에 해당하는 소비자는 무제한 무료배송혜택과 함께 매월 1만5천원 상당의 할인쿠폰을 제공받습니다. 2~3만원대의 선물도 챙길 수 있고요. 자격 조건은 최근 6개월간의 구매액이 250만원, 구매 건수 40건입니다. 멤버십에 가입되면 별도 축하선물도 증정됩니다.

이처럼 멤버십 제도를 강화해 나가는 이유는 멤버십제도가 안정적인 매출 확보는 물론 고객 충성도를 강화하는데도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티몬 조사 결과 전체 구매자 중 VIP로 분류되는 이들은 2% 미만입니다. 그러나 이들이 전체 거래액의 20% 가량을 일으킵니다. 뿐만 아니라 최상위 등급 소비자가 월평균 쓰는 금액 또한 약 20만원대로 평균 대비 3배가량 높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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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십에 대한 호응은 좋습니다. 지난해 12월 티몬 조사 결과 멤버십 혜택에 대해 만족스럽다고 대답한 소비자 비중이 70%가 넘어섰으며, 76%가 티몬을 방문하는데 영향을 준다고 했답니다.

여러 사례를 통해 봤던 지금 온라인 쇼핑 환경은 가격 외에 경험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구매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됐습니다. 그럴듯하게 들려도 체감하기는 힘든 가격 중심의 메시지만으로 소비자들을 끌어오기는 한계가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가격 외에 경험을 원하고 있습니다. 최저가의 함성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지만, 소비자들에게 체감할 수 있는 무언가는 경험에서 나오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가격 외에 경험도 온라인 쇼핑 업계 판세를 좌우하는 대형 변수가 됐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이래저래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