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 SW정의 스토리지 도전

델-EMC, 레노버-뉴타닉스와 하이퍼컨버지드 3파전

컴퓨팅입력 :2016/03/10 11:01    수정: 2016/03/17 16:45

시스코시스템즈가 '하이퍼플렉스시스템'을 통해 소프트웨어(SW) 정의 스토리지 시장에 도전한다.

SW 정의 스토리지란 용어는 소위 'SW 정의(software-defined)' 방법론을 적용한 스토리지 시스템을 가리킨다. SW 정의 방법론은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 조작, 유지, 관리하는 방법과 수단을 하드웨어가 아니라 SW에서 찾는다는 개념이다. 시스코는 SW 정의 방법론을 네트워크 인프라에 적용한, 'SW 정의 네트워킹(SDN)'을 얘기하는 게 자연스러워 보인다. 웬일로 스토리지 얘기를 하는 걸까.

시스코도 SW 정의 스토리지에 관한 그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다. 한국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시스코 본사는 3년전 관련 스타트업 '윕테일'을 인수해, 그 기술을 녹인 제품 'UCS인빅타'를 재작년 출시했다. 그와 별개로 또다른 관련 스타트업 '심플리비티'를 시스코 솔루션 파트너로 영입해 해당 비즈니스를 지원하기도 했다. 스타트업의 노하우를 빌린 두 시도는, 냉정히 봤을 때 흥행했다 보긴 어려웠다.

하이퍼플렉스시스템은 3번째 시도다. 이번에 손잡은 파트너 역시 '스프링패스'라는 스타트업이다. 시스코는 대용량 하드디스크(HDD) 및 플래시 저장장치(SSD)를 넣은 자사 인텔 x86 서버인 UCS서버에 스프링패스의 SW를 얹었다. 시스코가 하나의 장비로 가상화 애플리케이션 처리 연산과 데이터 저장 기능을 제공하고 쉽고 빠른 구축과 확장까지 보장한다는 신형 어플라이언스가 이렇게 탄생했다.

시스코가 2016년 3월 하이퍼플렉스시스템이라는 SW정의스토리지 솔루션을 선보였다. UCS서버에 스프링패스 SW를 얹어 가상화 시스템을 구성하고 디스크와 플래시드라이브를 탑재해 스토리지 역할을 겸하는 하이퍼컨버지드 인프라 장비다.

이번엔 잘 될까? 시스코는 하이퍼플렉스시스템 사업만큼은 잘 풀릴 거라 기대하는 눈치다. 시스코코리아가 최근 차세대 데이터센터 혁신 전략이라는 틀 안에서 하이퍼플렉스시스템의 기술과 경쟁력을 한국에 적극 소개하고 나선 모양새가 이를 방증한다. 회사측은 하이퍼플렉스시스템의 기술이 앞서 국내에 등판한 뉴타닉스나 EMC V엑스레일 또는 VM웨어 레퍼런스 '에보 레일'보다 우월하다고도 강조했다.

시스코코리아의 최우형 부장은 하이퍼플렉스시스템의 최우선 가치를 '긴급 사내 요청이 버거운 IT부서 담당자의 민첩성 확보'로 요약했다. 그는 하이퍼플렉스시스템이 "전통적인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 기반의 미션크리티컬 업무 보다는, 인프라의 신뢰성보다 민첩성이 1순위로 요구되는 모바일게임이나 파일럿 성격의 애플리케이션을 검증된 통합 인프라에서 쓰고자 하는 고객사"를 겨냥했다고 설명했다.

회사측이 밝힌 차별화 요소 하나는 하이퍼플렉스시스템에 담길 데이터의 효율성과 안정성이다. 이 장비는 데이터를 저장시 효율성을 위해 스토리지 공간을 적게 쓰는 실시간 인라인중복제거 및 압축을 수행한다. 이걸 안 쓸 때보다 스토리지 공간을 30~50% 가량 아낀다. 또 이 장비는 시스코 10G 스위치를 함께 써 데이터 복본(copy)을 여러 장비에 두고 동기화할 때, 이더넷 때문에 데이터가 깨질 우려를 낮췄다는 설명이다.

시스코코리아는 3월초 본사 공식 발표에 이어 지난 8일 하이퍼플렉스시스템을 국내에 소개했다. 하이퍼플렉스시스템이 속하는 하이퍼컨버지드인프라 영역이 기존 통합시스템(컨버지드인프라시스템)의 역할과는 거리가 있다고 시스코코리아 최우형 부장이 설명하고 있다.

또다른 차별화 요소도 시스코 주특기인 네트워크 인프라 기술과 관련이 깊다. 회사측은 하이퍼플렉스시스템 확장 시나리오에 필요한 이더넷 스위치가 꼭 자사 제품일 필요는 없지만, '패브릭 인터커넥트'라 불리는 장비를 사용할 경우 하이퍼플렉스시스템 자원에 대한 간편한 프로비저닝에 좋다고 강조했다. 랙에 서버를 꽂고 전원을 넣고 네트워크 케이블을 연결해 IP만 주면 새로운 인프라 자원이 자동 구성되는 식이다.

시스코는 하이퍼플렉스시스템을 통해 그와 콘셉트가 비슷한 제품을 선보인 글로벌 솔루션 업체들과 전선을 넓히게 됐다. HPE, 델-EMC, 레노버-뉴타닉스 등이 적수다. HPE는 심플리비티의 또다른 하드웨어 파트너다. 델과 EMC는 올해 인수합병을 앞둔 관계로, EMC와 자회사 VM웨어 기술을 활용한 V엑스레일(VxRail)이라는 장비를 최근부터 판다. 레노버는 델과 가까워진 VM웨어와 경쟁해 온 뉴타닉스의 새 파트너다.

이렇게 스토리지 역할을 겸한 서버 장비와 SW 구성을 표준화해 시급한 인프라 구축 요청에 얼른 쉽게 대응하기 좋게 만들어진 가상화 시스템은, 소위 '하이퍼컨버지드(hyper converged) 인프라' 시스템이라고도 불린다. 일반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를 결합한 '컨버지드시스템(통합시스템)'과는 구성 면에서 차이가 있다. 스타트업 뉴타닉스, 심플리비티가 개척자라면 대기업 EMC와 시스코는 그 대세를 인정한 셈이다.

시스코코리아가 2016년 3월 8일 공개한 차세대 데이터센터 인프라 전략 발표 자료의 일부. 하이퍼플렉스시스템을 통한 신속하고 확장성있는 클라우드인프라 구축 전략이 UCS서버의 포트폴리오 강화 일환이자 SW정의 스토리지 및 네트워킹 사업과의 연계로도 해석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스프링패스와 심플리비티 기술은 하이퍼컨버지드 인프라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듯하다. 시스코가 스프링패스와의 협력을 확장한만큼 심플리비티와의 협력은 조용히 묻힐 수 있다. 시스코코리아에 따르면 한국에는 심플리비티의 존재감이 없기에 그와 관련된 부담은 없어 보인다. 다만 시스코코리아는 앞서 델과 손잡았다가 최근 레노버로 파트너를 갈아탄 뉴타닉스와는 경쟁할 가능성을 완전히 부인하지 않았다.

문제는 시장 전망이다. 뉴타닉스의 국내 사업 현황은 외국의 명성에 비하면 아쉬움이 크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시장 개척자조차 큰 재미를 못 보는 한국 시장에서 후발 사업자인 시스코가 수익 측면에서 낙관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오히려 뉴타닉스 초창기 장비는 가상화SW로 VM웨어만 지원했다가 이제 하이퍼V와 KVM도 쓸 수 있게 바뀌었는데, 시스코 하이퍼플렉스는 아직 VM웨어 기술만 지원하는 약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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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지적에 시스코코리아의 성일용 부사장은 "기존 하이퍼컨버지드 솔루션들은 (시장 수요에 한계가 있는) 가상데스크톱인프라(VDI)에 주력했지만, 우리는 빠른 성장이 기대되는 프라이빗클라우드 영역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이제 막 본사 발표가 있었고 (그 1주일 뒤 한국에 소개하게 된 건데) 이미 기업 고객들로부터 많은 문의를 받고 있는 만큼 이 제품에 대한 높은 관심을 체감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또 최우형 부장은 "현 시점에 하이퍼플렉스시스템이 지원하는 하이퍼바이저는 VM웨어 뿐이지만 올하반기 업그레이드를 통해 KVM과 하이퍼V도 지원한다는 로드맵이 제시돼 있고 장기적으로는 컨테이너 기반 환경까지 구축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 있다"며 "한국에서는 가상화 기술을 다뤄 본 경험이 있는 기존 UCS서버 파트너들이 하이퍼플렉스시스템을 공급하게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