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vs 케이블…VOD 감정싸움 격화

VOD 중단-광고차단, 다시 원점으로

방송/통신입력 :2016/02/02 07:40    수정: 2016/02/02 07:49

KBS, SBS, MBC가 1일 오후 6시부터 케이블TV사업자(SO)에 신규 VOD 공급을 중단했다. 케이블TV 업계와 VOD 공급 협상이 결렬되자 예고했던 VOD 공급 중단을 실행한 것이다. 케이블TV 업계 측은 2일 비상대책위원회를 소집해 지상파 실시간 광고 중단 여부를 포함해 대응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양측이 또 다시 극단으로 대립각을 세우는 모양새다.

양측의 의견차가 커, 합의점을 찾기가 어려운 상태인 데다가 협상 결렬의 탓을 서로에게 돌리며 감정싸움으로 악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런만큼 VOD공급 중단에 따른 지상파 광고 블랙아웃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상파는 광고 블랙아웃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벼르고 있어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게 될 가능성까지 열려있다.

지상파 VOD 재중단을 알리는 케이블TV 업체 CMB 홈페이지 안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극한 대립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등에 따르면 1일 오후 6시 지상파 3사가 케이블에 신규 VOD 공급을 중단했다. 이로써 케이블TV 가입자들은 이날 오후 6시 이후부터 지상파에서 방영된 모든 프로그램에 대한 VOD를 시청할 수 없는 상황이다.

케이블TV 측은 2일 긴급 비대위 회의를 열고 지상파 실시간방송 광고중단 등 지상파 VOD공급 중단에 맞설 대응책을 강구할 예정이다.

지상파는 VOD공급을 중단하고 케이블TV는 지상파 실시간 광고 중단을 고려하면서 상황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꼴이 됐다.

지난해 말 VOD 공급 재계약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결렬되자 지상파 3사는 케이블TV에 1월1일부터 VOD 공급을 중단했고 이에 케이블TV 측은 VOD공급 중단은 '지상파의 갑질'이며 VOD공급을 재개하지 않으면 15일부터 광고를 끊어버리겠다고 맞선 바 있다. 상황이 악화되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중재에 나서 양측이 지난 15일부터 다시 협상을 진행했지만 협상 시한으로 못박은 31일이 지나도록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다시 협상이 결렬된 것이다.

"개별협상” vs "받아들일 수 없어"

양측이 협상에서 주장하는 바는 지난해부터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지상파는 MSO 사업자 마다 지상파와 개별 협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상파 측은 SO들이 공동으로 VOD 계약을 진행하는 것이 “거래 상대방에 따라 다양한 조건을 협의할 수 있는 거래의 자유를 침해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IPTV 업계의 경우 개별협상을 통해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데 유독 케이블 업계만 단체협상의 구조를 지속해야한다는 논리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케이블TV 측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지상파가 SO들과 개별 협상하게 되면 VOD와 재송신료 인상을 보다 쉽게 관철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예컨대 지상파가 재송신료 협상에서 430원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만약 일부 SO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해당 SO에만 VOD 공급을 중단할 수 있다. 케이블TV 협회는 흩어질 수록 협상력이 약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지상파의 개별 계약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상파는 케이블TV 3위 업체인 씨앤앰과 이미 개별 VOD, CPS 공급 계약을 진행하며 케이블 진영 흔들기에 나서고 있다.

지상파 측은 또 재송신료 소송 중인 개별SO에 VOD를 공급하지 말 것도 요구하고 있다. 지상파 측은 “개별SO가 지상파 재송신을 통해 사업을 영위하면서 적정한 대가는 낼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하고, VOD까지 공급받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최근 서울중앙지법이 가입자당 190원씩 계산해 손해배상하라고 판결하자 개별SO들이 공탁금을 걸었지만 항소했기 때문에 저작권을 인정하려는 확실한 의지가 없다고 보고 있다.

케이블TV측은 총 50억원에 이르는 공탁금을 내며 지상파 저작권을 인정하고 재송신료를 지불할 의사를 밝혔는데도 이를 수용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감정 싸움으로 번지는 양상

양측의 공방은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협상 결렬의 탓이 서로에게 있다고 떠넘기며 받은 만큼 되갚아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지상파 측은 "케이블 업계가 기존 입장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VOD 중단에는 광고중단으로 맞서겠다는 태도로 일관했다"며 "지상파 방송사의 VOD 중단은 콘텐츠를 제작자로서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주장했다.

케이블TV는 "지상파의 부당한 VOD공급 거절 행위에 대해 단호히 대처할 것이며 내일 긴급 비대위 회의를 통해 지상파 실시간방송 광고중단 등 자구책을 강구하겠다”고 맞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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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광고 중단에 대해서 지상파는 "만일 VOD 공급중단을 빌미로 케이블 MSO가 지상파 방송의 광고 방송을 무단으로 훼손할 경우 가능한 한 민형사상 모든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상황이 이런만큼 이번 협상이 타결되지 않는 가장 큰 걸림 돌은 감정 싸움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방통위 한 고위 관계자는 “양측이 감정이 상해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서로 쌓인 오해만 풀어도 서로 조금씩 양보할 수 있게 되고 그렇게 되면 의외로 문제가 쉽게 풀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