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서비스에 비대면인증 허용하면 위험하다?

인터넷입력 :2016/02/01 08:07

손경호 기자

최소 투자금만 있으면 전문자산관리사나 로보어드바이저로부터 자산관리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당장은 오프라인 상에서 한번 이상 자산관리사를 직접 만나야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인터넷에 연결된 스마트폰이나 PC, 노트북만 있으면 전문적인 지식 없이도 재테크를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주식거래를 할 수 있게 하는 '증권플러스 포 카카오'를 서비스했던 두나무의 100% 자회사인 두나무투자일임이 'MAP'이라는 서비스를 공개했다. 삼성증권 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라면 자산의 1% 수준의 기본 수수료만 받고도 여러 전문자산관리사들로부터 자산관리서비스를 받게 된다.

국내서도 투자 알고리즘을 활용하거나 스마트폰을 활용해 온라인만으로 자산관리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있으나 아직은 한번 이상 오프라인 대면계약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제약이 따른다. (사진=베터먼트)

로보어드바이저 회사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대우증권은 2월 말께 '로보어드바이저 마켓(가칭)'을 내놓는다. 로보어드바이저 회사인 쿼터백 투자자문, 디셈버앤컴퍼니, 데이터앤애널리틱스(DNA) 등과 협력해 이들 회사가 가진 투자 알고리즘을 활용한 자산관리를 가능케 한다는 계획이다. 파운트는 오는 4월~5월께 골든브릿지 투자증권과 손잡고 로보어드바이저 기반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NH투자증권이 내놓은 'QV로보어카운트', KB국민은행이 쿼터백 투자자문과 함께 개발한 로보어드바이저 자문형 투자상품인 '쿼터백 R-1' 등도 자산관리서비스에 대한 문턱을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고액 자산가들에게만 집중됐던 자산관리서비스를 대중화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아직까지는 이러한 서비스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이 관련된 모든 규제를 전폭적으로 풀어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행 법 상 MAP과 같이 스마트폰을 통해 투자자문을 받고, 직접 자산관리사들에게 투자를 맡기는 서비스의 경우, 자산관리사들이 투자자들과 직접 오프라인 상에서 반드시 한번 이상 만나야 한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투자를 자산관리사에게 맡기는 투자일임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계약서류 교부, 서면자료 교부와 함께 투자자의 상황에 맞게 적합한 투자만을 권유해야한다는 '적합성의 원칙'을 지켜야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투자일임계약이 1:1 맞춤형 계약이라는 속성을 고려할 때 비대면 일임계약체결을 전면적으로 허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MAP과 같은 서비스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온라인에서 투자를 어떤 식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는 자문 뿐만 아니라 자산관리사가 실제 투자자를 대신해 제안한 포트폴리오에 투자할 수 있도록 맡길 수 있어야 한다. 기존 규정대로 오프라인 상에서 최소 한번 이상 만나야한다는 제약이 따른다면 이전까지 투자에 관심을 갖지 않았던 중소서민들에게도 새로운 투자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은 시장현황을 분석해 고유의 투자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투자를 할 수 있게 하는 로보어드바이저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금융당국은 투자자문과 달리 비대면 일임계약을 조건없이 허용하기에는 투자자들의 위험부담이 클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 금융위 자산운용과 이진영 사무관은 "펀드와 같이 집합적으로 운용되는 투자수단과 달리 투자일임계약은 동일종목에 전체 투자금의 10% 이상 투자할 수 없도록 포트폴리오를 짜게하고, 등록심사를 거쳐야하는 등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지만 투자일임의 경우 투자금을 맡은 자산관리사들이 별다른 제약없이 알아서 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산관리가 잘 운용되려면 투자자에 대해 보다 정확하게 정보를 수집해야하지만 온라인만으로 투자자문에서 투자일임계약까지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충분히 내용을 인지하지 못한 투자자들이 입을 수 있는 투자손실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이런 점 때문에 금융위는 투자자가 은행, 증권 등 투자자문 및 판매플랫폼에 계좌를 개설한 뒤 전통적인 자문사, 독립투자자문사(IFA), 로보어드바이저 회사들로부터 자문만 받고, 실제 투자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투자를 맡기는 것은 관련 라이선스를 갖춘 은행, 증권 등에서만 가능케 했다.

이에 대해 두나무투자일임에 대한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세종 조정희 변호사는 "온라인 투자일임계약을 위해 필수인 오프라인 상 계약서류 교부, 서면자료 교부 등은 전자문서를 스마트폰이나 PC, 노트북을 통해 전송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 변호사는 "자산관리사가 고객의 투자목적, 재산상황, 소득상황, 투자위험에 대한 태도 등을 충분히 수집해 이러한 여건에 맞춰 상품을 추천해야한다는 '적합성의 원칙' 역시 온라인 상에서 정교한 질문항목을 설정하고, 핵심정보나 위험에 대한 내용은 직접 타이핑 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보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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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금융당국도 '국민재산늘리기 프로젝트'를 운영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온라인을 통해 자산관리를 맡길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만큼 관련 업계에서도 오프라인에서 자산관리사를 직접 만나지 않고 온라인 투자일임계약을 맺더라도 충분히 리스크 관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보다 정교한 투자자에 대한 평가와 함께 리스크 관리 수단을 마련해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