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 CP 출신, 스타트업 고문 자리를 OK한 이유

임용재 나임네트웍스 고문 "벤처가 혁신에 유리"

컴퓨팅입력 :2015/12/18 15:59

황치규 기자

미래창조과학부가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해 민간 전문가를 영입해 마련한 자리인 CP(Creative Planner)를 지낸 나름 거물급 인사가 국내 스타트업, 그것도 대중성이 좀 떨어지는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킹(SDN) 스타트업인 나임네트웍스에 새둥지를 틀었다. 임용재 씨가 주인공.

미래부 네트워크 CP 출신인 그는 미국 텍사스 대학교 박사 출신으로 미래부 CP로 있기전 IBM,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시스코, 삼성전자에 근무했고 명지대학교 부교수를 역임하기도 했다. 시스코에서는 한국인 최초로 본사에서 코어 라우터 장비인 CSR 총괄 아키텍트로 활약했다. 학계, 관계, 업계를 두루 거쳤다. 그가 나임네트웍스에서 맡은 타이틀은 사장도 아니고 권위가 좀 느껴지는 회장도 아니다. 그냥 고문이다.

많은 이들의 눈에 고문이라는 자리는 그냥 이름만 걸어두는 것, 다시 말해 명예직에 가깝다. 그러나 임용재 고문은 달라도 많이 다르다. 하루종일은 아니지만 앞으로 거의 매일 출근하겠다고 하는걸 보면 완전 실무형 고문이다.

그가 나임네트웍스에서 특정 사업을 직접 이끄는 건 아니다. 일단은 내부 비즈니스에 대한 컨설팅 및 국내 SDN 산업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는게 핵심 역할이다. SDN 사업의 성패는 생태계 구축에 달렸다는 판단에서다.

"SDN은 결국 생태계 싸움입니다. 나임네트웍스 뿐만 아니라 한국 네트워크 산업이 지속 가능해지려면 SDN 생태계가 필요해요."

나임네트웍스는 임용재 고문 합류와 함께 2016년 SDN 생태계 구축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건다. VM웨어, 델, 빅스위치, 플루리버스 등 글로벌 IT업체들과의 기술적, 사업적 협력 아래 SDN 생태계 확산을 이끌 '사용자 맞춤형 데이터센터(COD)' 플랫폼도 공개했다. 한국의 작은 스타트업이 외국 유명 회사들 모아놓고 내가 중심에 설테니 같이 한번 판을 키워보자고 나선 셈이다. 큰 회사가 총대매고 앞장 서는 경우가 많은 한국 상황에선 이례적인 사례다.

임용재 고문은 SDN을 거대 기업보다는 벤처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라고 꼽는다. 속성 자체가 그렇단다.

SDN은 개념만 놓고보면 대단히 파괴적인 기술이다. 말그대로 SW가 중심에 서는 네트워크 환경이다. 지금까지 네트워크 인프라는 한번 도입하면 환경을 바꾸기가 쉽지 않았다. 새로운 서비스를 위해 필요한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비하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아이디어가 나오면 서비스화가 바로 가능하도록 인프라가 바로 지원해줘야 하는데, 지금까지 네트워크 환경은 그러지 못했다. SDN에는 이걸 가능케 하는 개념이 담겼다. 특정 업체 하드웨어에 종속될 필요성도 줄어든다. 말만 무성한데도 시장이 들썩들썩 하는 이유다. 패러다임 변화를 뜻하는 만큼, SDN은 업체간 이해관계도 복잡하다. SDN을 구현하는 기술을 놓고 진영간 헤게모니 전쟁이 한창이다.

"지킬게 많은 기존 회사보다는 무에서 시작하는 스타트업이 SDN발 혁신에 적합하다고 봅니다. 생태계 구축 측면에서도 그렇고요."

임용재 고문은 SDN은 최종 제품이 아니라 방법론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사용자에게 가장 적합한 솔루션을 쓰게 해주는 것이 지금은 가장 중요하다는 얘기다.

"SDN은 장비와 애플리케이션으로 나눠집니다. SDN 환경을 먼저 구축한 후에 과거에 없는 애플리케이션이 확산되는 단계로 넘어갈거에요. 지금은 구축은 쉽게 해주는 서비스가 우선입니다. 가트너도 당분간 가장 빠르게 성장할 SDN 분야로, 인프라를 구축해주고 툴을 지원해주는 서비스를 꼽습니다. SDN은 이제 얼리어답터들이 도입하는 시점인데, 그러다보니 구축에 진입 장벽이 있죠. 나임네트웍스의 전략은 이같은 차이를 메워주는 겁니다. 기술적인 리더십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에요."

SDN은 국내서도 클라우드가 확산되는 분위기에 힘입어 파이가 커질 것이란 기대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임용재 고문은 클라우드와 SDN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거듭 강조한다. 그에게 클라우드를 구성하는 컴퓨팅 부문과 네트워킹 부문인 SDN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사이다. 해외의 경우 클라우드 플랫폼인 오픈스택쪽 사람과 SDN 커뮤니티간 교류가 활발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 상황이 좀 다르다. 클라우드와 SDN 커뮤니티 사이에 거리가 좀 있다는 지적이다. 이 대목에서 임용재 고문은 할말이 많아 보인다.

"지금까지 서버와 네트워크는 따로따로였습니다. 그러나 클라우드 환경으로 넘어가면서 서버와 네트워크는 점점 융합되는 추세에요. 클라우드는 SDN이 반, 서버가 반입니다. 그런만큼 클라우드에선 서버와 네트워크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볼 필요가 있어요. 기술 흐름도 이런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네트워킹과 컴퓨팅을 하나의 인프라로 보는 것은 중요해졌어요. 그런데 한국은 SDN은 네트워크 하는 사람만 합니다. 반대로 오픈스택 쪽에 가서 SDN 얘기하면 잘 몰라요. 오픈스택과 SDN인 공존하는 모습이 대단히 중요한데, 아쉬움이 참 많습니다. 오픈스택과 SDN 커뮤니티 간 교류 확산은 한국에 정말로 중요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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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재 고문은 류기훈 나임네트웍스 대표의 제안으로 스타트업에서 새출발을 하게 됐다. 류기훈 대표 개인과의 인연으로 나임네트웍스를 알게 됐지만 합류로 이끈건 인연이 아니라 회사를 키워보고 싶다는 그의 의욕이었다. 그게 언제까지 고문으로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나임네트웍스에 대해 그가 생각하는 범위는 지금 현재를 넘어선다.

"그동안 국내 네트워크 생태계에서 벤처는 하드웨어가 주도했어요. 통신사에 장비를 공급하는 하청 회사들이 많았습니다. 나임네트웍스와 같은 성격의 벤처는 없었습니다. 네트워크 분야에서도 SW기반 회사가 성공하는 스토리를 만들면 팔로워들이 생길 수 있다는 기대가 들었어요. 합류를 선택한 이유입니다. 나임네트웍스가 컨설팅으로 시작한 건 잘했다고 봅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계속 컨설팅만 해서 발전할 수 있을지는 모르죠. 5년후, 10년후에는 또 다른 역량이 필요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