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떠난 이석우 전 대표 첫 공판…법원의 판단은?

"음란물 유통, 인터넷 경영진이 책임?" 논란 지속

인터넷입력 :2015/12/15 09:11    수정: 2015/12/15 09:21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석우 전 카카오 공동대표(현 조인스닷컴 공동대표)에 대한 첫 공판이 오늘 열린다.

이 전 대표가 카카오 재직 당시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로서 아동음란물을 발견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았다는 이유인데, 정보매개자인 포털 사업주에 직접적인 형사책임을 인정한 이례적인 사례라는 점에서 공판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 6단독(판사 신원일)은 15일 오전 10시 이석우 카카오 전 대표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한다. 오늘 재판부는 이 전 대표를 상대로 인정신문과 검사의 공소 제기 요지 진술, 검찰과 변호인측 쟁점 정리 등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석우 전 대표 기소 배경은?

이석우 카카오 전 대표.

이석우 전 대표는 작년 6월14일부터 8월12일까지 자사의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카카오그룹’에 유통된 아동 청소년 음란물에 대해 사전 전송을 막거나 삭제할 수 있는 조처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로 지난 달 4일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 검찰은 카카오그룹을 통해 7천115명에게 아동 청소년 음란물이 배포된 것으로 파악했다.

아동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가 정보통신망에서 아동 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발견하기 위한 적절한 기술적 조처를 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을 경우, 3년 이하 징역, 2천만원 이하 벌금을 물도록 돼 있다.

■왜 논란이 되고 있나?

이 전 대표의 기소는 업계 및 사회단체로부터 여러 비판을 받으며 논란이 되고 있다. 법상 처벌 대상이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인 카카오인데, 해당 법인 대표를 처벌하는 것이 적법한지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검찰은 해당 법률을 토대로 회사가 아닌 이석우 전 대표를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로 규정했다. 서비스 제공자를 ‘회사’가 아닌 ‘개인’으로 봄으로써, 음란물 유통에 대한 책임까지 개인에게 물은 것이다.

업계는 물론 전문가들조차 검찰의 이같은 판단을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전 대표를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로 볼 수 있는지가 1차적으로 법원에서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또한 법에서는 음란물을 발견하기 위한 ‘적절한’ 기술적 조처를 규정하고 있는데, 적절한 기술적 조처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 법에 명확히 규정돼지 않아, 자칫 사법당국에서 마련한 임의적 잣대에 따라 서로 다른 판단이 내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카카오 등 인터넷 업계에서는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시를 요구해 왔지만, 이에 대한 해결책은 여전히 나오지 않은 상태다.

어떤 행위가 법에서 금지되고 그 행위에 대해 어떤 형벌이 부과되는지를 명확하게 예측 가능하도록, '법의 명확성'이 보장돼야 하는데, '적절할 기술적 조치'라는 애매모호한 규정을 들이대, 처벌이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그룹의 음란물 유통 방지를 위해 성인 키워드를 금칙어로 설정, 해당 단어를 포함한 그룹방 이름이나 파일을 공유할 수 없도록 사전적 조치를 취해왔다. 또 이용자 신고 시 해당 이용자의 서비스 이용제한, 중지와 같은 후속조치를 통해 유해정보 노출을 차단해 왔다.

그럼에도 검찰은 카카오의 이런 조치가 사건 수사가 진행된 이후 도입되는 등 사업자로서 아동 음란물 차단 책임을 다했다고 보기에 미흡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법인은 범죄능력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법인의 대표자를 통한 행위에 대해서는 대표자가 처벌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제시하며 이번 사건에서도 온라인서비스 대표에게 죄를 물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전문가 및 회사 입장은?

반면 사단법인 오픈넷은 법 위반 혐의로 인터넷 사업자가 기소된 것은 아청법이 제정된 이래 처음이란 비판적인 견해다. 또 아동음란물의 제작자 또는 유포자가 아닌 단순한 정보매개자의 직접적인 형사책임을 인정한 전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사건이란 주장이다.

오픈넷은 “아동음란물은 절대적으로 금지돼야 하며, 아동음란물의 제작자나 유포자는 당연히 처벌받아야 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아동음란물이 유통되는 플랫폼을 제공한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에게 필터링 의무를 지우고 의무 위반 시 형사처벌을 하는 법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카카오 측도 이번 검찰의 기소결정이 부당하다는 입장과 함께, 무죄 판결을 위해 법적 대응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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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관계자는 “현재 음란물 유통을 막기 위해 기업이 취해야 할 사전적 기술 조치와 관련한 정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실정"이라면서 “폐쇄형 서비스의 경우, 금칙어 설정과 이용자 신고 이외에 기업이 직접 모니터링 하는 것은 이용자 사생활 보호를 침해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전직 대표 개인을 기소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최종 판단은 법원에서 결정되겠지만, 카카오는 법적 대응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석우 전 대표는 지난 달 카카오를 퇴사하고 이달 초 중앙일보 미디어 그룹인 조인스 공동대표 겸 중앙일보 디지털전략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상태여서, 사법당국의 판단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도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