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이어 에릭슨 손잡은 시스코, 노림수는?

컴퓨팅입력 :2015/11/17 12:46

시스코시스템즈와 에릭슨이 이달초 제품 개발과 판매, 차세대 네트워크 인프라 시장 공략을 위해 상호 긴밀하면서 광범위한 협력을 선언했다. 미국과 스웨덴 두 통신장비 거두의 동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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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코 입장에선 2개월쯤 전 애플과의 제휴 이후 또다른 대형 협력 사례를 만든 걸로 볼 수 있었다. 양사 파트너십의 핵심은 주력 제품의 상호 판촉이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존 챔버스 시스코 회장 겸 전 CEO가 직접 협상에 나서 화제를 낳았다.

당시 시스코는 애플과 손잡으면서 그들의 모바일 제품이 기업 시장에서 경쟁사 단말기보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도록 길을 터 주기로 했다. 여기엔 양측 인력이 함께 투입되는 공동 엔지니어링 팀(joint engineering team) 구성 계획도 포함됐다. 팀은 애플 제품이 시스코 네트워크 장비에서 효율적으로 작동되게 할 기술을 개발하기로 했다.

협력에 따라 시스코는 기업 시장에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공급하려는 애플에게 시스코의 업계 평판과 전문성을 빌려 주기로 했다. 대신 시스코는 자사의 스파크, 웹엑스, 텔레프레즌스 등 업무용 화상회의 및 협업제품 판촉을 유도하는 데 애플 모바일 기기를 지렛대로 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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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코와 에릭슨의 동맹 역시 챔버스 회장과 한스 베스트베리 CEO의 직접 협상에서 나온 결과다. 양사는 향후 모바일 트래픽 폭증 환경에서 네트워크 관리 효율을 높이고 작업을 간소화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킹(SDN)과 네트워크기능가상화(NFV), 클라우드와 사물인터넷(IoT) 전략을 추진하는 상대 행보에 힘을 보태는 데 합의했다.

시스코시스템즈와 에릭슨 로고

이번에 시스코는 에릭슨과의 협력으로 뭘 기대한 걸까? 미국 경제지 포춘에서 척 로빈스 시스코 CEO의 발언을 근거로 보도한 내용을 요약하면 크게 에릭슨의 기술을 활용한 제품 개발, 신규 시장 접근, 전문 인력 활용, 3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포춘에 따르면 로빈스 CEO는 시스코가 에릭슨의 모바일네트워크 데이터를 관리하고 그 비용을 청구하는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됐고, 시스코는 이 노하우를 자사 기술에 통합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시스코는 이동통신사의 트래픽 폭증으로 중요해진 에릭슨의 모바일 관리 서비스 관련 기술을 자사 기존 네트워킹 하드웨어 사업에 결합해 더 큰 시장에 접근할 발판으로 삼을 계획이다.

더불어 시스코는 더 큰 시장에 접근할 경우 부족할 수 있는 전문성을 보충하기 위해 에릭슨의 컨설팅조직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산술적인 규모만 놓고 봐도 시스코의 컨설팅서비스 부문 인력은 1만1천명인데 에릭슨은 거의 6만5천명에 달한다.

양측은 시스코와 애플의 협력 때처럼 공동 엔지니어링 팀도 꾸리기로 했다. 그런데 각자 인력을 얼마나 투입할 것인지, 뭘 개발할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베스트베리 CEO는 내년중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라고만 언급했다.

포춘은 또 한스 베스트베리 CEO에 따르면 에릭슨에선 그와 전임 CEO가, 시스코에선 존 챔버스 회장이, 양사 파트너십을 위해 지난 13개월에 걸쳐 협의를 진행해 왔다고도 전했다.

이번에 체결된 파트너십의 후속 작업은 향후 베스트베리 CEO와 챔버스의 후임인 로빈스 CEO가 맡기로 했다. 이들은 분기별로 만나 협력 추진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참조링크: What Does Cisco Gain by Partnering With Ericsson?]

사실 시스코와 에릭슨의 동맹은 업계에서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중 하나였다. 과거 두 기업의 전문분야는 서로 동떨어져 있었지만 이제 그 경계가 흐려지면서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거나 손잡을 수밖에 없어졌기 때문이다.

과거 시스코는 기업용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인프라에 주력했다. 서버와 스토리지를 연결하는 스위치 그리고 데이터센터 안팎을 연결하는 라우터 장비를 팔았다. 그리고 에릭슨은 이동통신사의 모바일 네트워크 인프라 영역에 각각 주력했다. 이동통신망 사업자의 기지국과 중앙 관리용 장비 및 서비스를 공급했다.

이런 식으로 과거 이동통신망과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기술 시장은 거의 겹치지 않았고, 시스코와 에릭슨은 대체로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었다. 이젠 기업 데이터센터에서만 쓰일 줄 알았던 데이터 통신 기술이 이동통신사 네트워크 영역에도 쓰인다. 두 회사는 각자 전문분야에서 일가를 이루는 한편 성장 정체를 느끼기 시작했다.

이동통신 분야와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기술업계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게 더 어려워졌다.

실제로 시스코는 지난해 2월부터 통신사업자들을 겨냥해 이동통신망 가상화플랫폼(ESP)을 선보였고 NFV 기술 개발과 제품 출시를 예고했다. 에릭슨도 데이터센터용 SDN 개념에 관심을 보이면서 몇년간 인텔과 손잡고 준비해 온 데이터센터용 차세대 클러스터 시스템을 개발, 상용화를 예고했다.

[☞참조링크: Cisco Expands Virtualization Offerings for Service Providers]

[☞관련기사: 에릭슨-인텔, 통신사 데이터센터 시장 협공]

시스코과 에릭슨은 이번 대규모 협력 계획을 발표하기 직전 흥미로운 루머에 휘말리기도 했다. 시스코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이동통신망으로의 공세를 확대하는 차원에서 에릭슨 인수를 추진할 것이란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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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는 스웨덴 일간지 '다겐스인더스트리'가 자체 소식통을 근거로, 챔버스 회장과 베스트베리 CEO가 이달초 에릭슨 본사 소재지인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만나 그런 논의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시스코에선 이를 공식 부인했지만, 양사의 대규모 협력은 인수합병에 견줄만한 업계 후폭풍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