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SKP, 이번에는 내비게이션 분쟁

“김기사, T맵 무단사용” vs “이미 폐기, 법적 대응”

인터넷입력 :2015/11/02 11:40    수정: 2015/11/02 18:25

전자지도 데이터베이스(이하 DB) 지식재산권 침해 여부를 놓고 SK플래닛과 카카오에 인수된 김기사간 법정 공방이 예고된다. SK플래닛은 ‘T맵’ DB를 록앤올 측이 ‘김기사’에 무단으로 계속 사용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록앤올은 이미 T맵 DB를 모두 폐기했다는 입장으로 맞서 형사 소송까지 번질 기세다.

특히 SK플래닛과 카카오는 그동안 모바일 콘텐츠 시장에서 잦은 충돌을 벌여온 사이로, 최근에도 카카오톡 모바일 상품권 독점 문제로 소송을 벌인 바 있다.

SK플래닛은 2일 김기사 서비스를 운영하는 록앤올을 상대로 ‘T맵 지식재산권 침해 중단을 요청’하는 민사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작년 8월 말 DB 사용 계약 종료 후 13개월간의 유예기간을 제공했음에도 여전히 김기사에 T맵 DB가 사용되고 있는 흔적이 다수 발견된다는 것이 SK플래닛측 주장이다.

SK플래닛이 T맵 전자지도 DB 침해로 보는 증거는 김기사 앱의 지도, 도로 및 목적지명칭주소(POI)에 T맵 고유의 워터마크들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가령 ‘황룡/남면’ 지도 방면명칭을 ‘황룔/남면’ 식으로 오기해 침해 여부를 알아보는 식이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에 대해, 김기사측에서는 전면 부인하고 있다. 록앤올 관계자는 “6월30일부로 T맵 지도 DB를 다 폐기하고 7월1일부터는 자체적으로 준비해온 지도를 사용하고 있다”며 “SK플래닛이 근거로 제시한 워터마크는 지도 정보 업데이트 과정에서 네이버, 다음 지도 등 일반 사용자에게 오픈돼 있는 여러 지도를 참조하던 중 과거 T맵 지도 중 일부 방면 정보가 우연히 참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앱 업데이트를 받지 않았던 기존 김기사 사용자들도 10월1일부터는 김기사가 한국공간정보통신에서 구매하고, 3년 가까이 걸쳐 제작한 자체 지도 정보가 사용되고 있다”면서 “아직 소장을 받진 못했지만 (모회사) 카카오와 협의해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법적 대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SK플래닛 관계자는 “여러 지도 정보를 참조했다는 것 자체가 록앤올 측이 지식재산권 자체의 개념이 부재하다는 증거”라며 “예시로 공문에 보냈던 2~3개 정도의 워터마크만 발견됐더라면 우연이라고 보겠지만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침해 증거들이 확보된 상태”라고 밝혔다.

또 “계약 관계에 따라 기존 DB를 폐기해야 함에도 유예기간 동안 DB 몇 개만 바꿔놓고 폐기했다고 공문을 보내온 것도 괘씸하다”면서 “소송의 목적은 모바일 서비스에 있어 지식재산권을 명확히 하고, 지금 사용하고 있는 DB에 완전한 폐기를 요구하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SK플래닛에 따르면 이번 민사소송 제기에서 법원에 제출된 김기사 T맵 지식재산권 침해 증거사례는 수십여 개에 달한다. 이를 토대로 회사는 수백만 개의 DB 정보가 아직도 김기사에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SK플래닛은 13개월이란 이례적인 유예기간을 줬음에도 DB 파기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반면 록앤올 측은 현재 김기사에 남아있는 T맵 DB가 없는 전혀 만큼 SK플래닛의 요구대로 폐기할 정보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법정에서 소명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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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서로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만큼 결국 양사의 법정공방은 민사를 넘어 형사소송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무엇보다 작년 7월 SK플래닛이 카카오를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등의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등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어 양사간 갈등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시 카카오는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이용자 환불 편의성 등을 높인다는 목적으로 SK플래닛 등 타사의 모바일 상품권 재계약을 거절, 직접 운영함으로써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