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폰 ‘루나’의 이유있는 흥행 돌풍

이홍선 TG앤컴퍼니 대표가 밝힌 뒷이야기

홈&모바일입력 :2015/10/12 15:20    수정: 2015/10/14 08:08

정현정 기자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PC처럼 커머디티화(상품의 평준화) 됐습니다. 어느 정도 기능만 되고 디자인만 괜찮으면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겠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스마트폰을 개발하면서 제일 먼저 포기한 것이 ‘세계 최초’에 대한 집착입니다. 꼭 필요한 부분만 살리고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하는 것. 루나의 성공은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실행했던 것이 주효했습니다.”

지난달 출시 이후 하루 2천대 이상 팔려나가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중저가 스마트폰 ‘루나(LUNA)’를 개발한 TG앤컴퍼니의 이홍선 대표가 12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루나의 대박 비결이다.

이날 간담회는 보통 제품 출시에 앞서 열리는 간담회와 비교해 제품 발표 후 한 달 이상 지나 열린 ‘뒷북’ 행사였음에도 많은 언론사들이 참석해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그도 그럴 것이 특별한 뉴스도 없는 침체된 스마트폰 시장에 참신한 제품으로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제품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4일 SK텔레콤을 통해 단독 출시된 루나는 하이엔드 스마트폰과 견줘 크게 뒤지지 않는 성능에도 반값에 불과한 출고가, 걸그룹 AOA의 멤버 설현을 앞세운 광고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으며 출시 한 달 만에 초기 물량이 완전 소진되는 판매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콘셉트를 SK텔레콤에 먼저 제안한 것은 이홍선 대표였다. “과거 SK가 스카이를 내놨을 때처럼 TG앤컴퍼니가 SK텔레콤이 원하는 의도대로 원하는 고객층과 가격대에 맞는 상품을 공급해주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리고 2년 전부터 SK텔레콤과 폭스콘 제품을 연결해주기 위해 움직였다.

TG앤컴퍼니로서는 SK텔레콤처럼 확실히 판매를 밀어줄 회사가 필요했다. 만약 SK텔레콤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유명한 광고모델을 쓰는 것도, 이만큼 과감한 마케팅을 하는 것도 어려웠을 터였다. 양사에게 모두 전략적인 윈-윈 선택이었다.

그리고 시작된 제품 기획 단계부터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주요 제조사들 제품과 비교해 다소 부족함은 있을지라도 불필요한 기능은 최대한 배제해서 모든 부품 구성을 맞췄다.

이 대표는 “새로운 신기술을 적용한 신제품이 계속 나오지만 소비자들의 최신 기능에 대한 관심도는 점차 떨어지면서 스마트폰 산업 자체가 커머디티(commodity)화 되고 있다”면서 “어마어마한 선행연구와 투자, 시행착오를 버틸 만큼 회사 규모가 되지 않는 저희로서는 꼭 필요한 부분은 살리고 버릴 것은 과감히 버려서 싸게 제품을 내놓는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살릴 건 살리고 버릴 건 버리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1천500만건에 이르는 지난 3년 간의 빅데이터 자료를 분석한 결과 첨단 기능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가 디자인으로 더 많이 옮겨가고 있다는 점을 파악했다. 디자인 중에서도 소비자들의 관심사 1위는 '메탈 소재', 2위는 '생폰'(스마트폰 케이스를 씌우지 않는 것), 3위는 '카툭튀'(카메라가 툭 튀어나온 디자인)였다.

그는 "처음에는 남들이 안하는 새로운 것들을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이 때문에 고객들로부터 굳이 이런 제품을 만들어야하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면서 "제품을 만들어서 자꾸 소비자들을 설득하는, 이제까지 많은 기업들이 하던 오류를 저희도 범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에는 고객들에게 설명해야하는 제품을 만들기보다 고객들이 꼭 필요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SK텔레콤이나 TG앤컴퍼니는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않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5만대 이상이 팔려나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TG앤컴퍼니는 첫 6개월에 60만대 판매를 목표로 잡고 있다.

이 대표는 "SK텔레콤에서 민감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지만 알려진 대로 하루 2천대 정도 판매가 되고 있다"면서 "초기 물량이 모두 소진되면서 판매점에서 제품을 구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중국의 국경절 연휴가 끝나고 물량 부족이 해소가 돼 원활히 시장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루나가 짧은 시간 안에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다 보니 시장에서는 칭찬과 격려 뿐만 아니라 각종 의심의 눈초리와 지적이 쏟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디자인이 애플 아이폰6 플러스를 베낀 것이 아니냐는 문제제기와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데 특허 이슈 등이 발목을 잡지 않겠냐는 우려가 크다.

이 대표는 "루나 특유의 후면 절연띠 디자인은 애플이 아니라 폭스콘이 가진 특허로 HTC 원(one)도 이와 비슷한 디자인을 채택했다"면서 "메탈 유니바디 디자인이기 때문에 비슷하다는 시각을 가지고 보면 끝도 없이 비슷하지만 가장자리에 광을 낸 디자인과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능, 아이폰에는 있지만 루나에는 없는 '카툭튀', 카메라 위치 등 차별화 요소를 얘기하면 완전히 다른 제품"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4일 SK텔레콤을 통해 단독 출시된 TG앤컴퍼니 '루나' (사진=SK텔레콤)

TG앤컴퍼니는 지금의 성공을 이어가기 위해 소비자들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청취해 즉각 반영하고있다. 이홍선 대표를 비롯한 직원들이 직접 루나 커뮤니티를 체크하고 매일 아침 10시 대책회의를 통해 소비자들이 제기하는 버그나 불편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출시 이후 벌써 세 차례에 걸쳐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도 진행했다. 연내 안드로이드5.1 운영체제(OS)로 업데이트하고 내년 상반기에 안드로이드6.0 마시멜로 업데이트를 배포한다는 계획도 세워놨다.

사후서비스(AS)에 대한 부분도 소비자 불만을 최우선으로 반영했다. 현재 TG서비스가 직영하는 서비스센터 52개와 SK텔레콤이 보유한 서비스 센터 108개를 운영 중이다. 케이스 없이 스마트폰을 휴대하고 싶은 소비자 요구를 반영해 액정 수리비를 9만원대로 확 낮췄다. 타사 제품과 비교하면 반값 수준이다. 떨어뜨려 액정이 깨지더라도 액정 부품 비용 9만원에 수리비1만8천원을 더해 10만8천원이면 수리가 가능하다.

이 대표는 "샤오미는 소프트웨어 기반 회사로 어마어마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TG앤컴퍼니를 '한국의 샤오미'라고 말하기에는 회사 규모부터 많이 차이가 나지만 디자인 중심 철학에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가지고 소비자와 소통하는 것은 TG앤컴퍼니도 지향하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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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G앤컴퍼니는 루나폰의 해외 시장 출시도 추진 중이다. 일본과 미국 등 국가가 우선 거론된다. 현재 몇 군데 해외 업체들과 구체적인 이야기를 진행 중이다. 스마트폰 후속 제품 출시도 준비 중이다.

이 대표는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을 언제 내놓을지 현재 밝히기는 어렵지만 기능을 더 집어넣기 보다는 메이저 제품에서 기능을 빼고 최적화한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는 방향은 말할 수 있다"면서 "TG앤컴퍼니 같은 작은 기업이 스마트폰과 빅디스플레이 같은 산업 분야에서 어떻게 살아남는지를 보여주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