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ICT장비 우대 정책', 찬반논란 재점화되나

6일 공청회서 각계 의견 수렴

컴퓨팅입력 :2015/08/04 12:13

국산ICT장비산업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정부 정책에 이해관계가 걸린 사업자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가 마련된다. 중소기업청이 공공구매 관련제도로 내년부터 3년간 국내 중소기업의 서버 및 스토리지 제품을 우대하는 게 타당한지 공개적으로 의견을 나누는 행사다.

경제단체 '중소기업중앙회'는 오는 6일 오후 2시부터 여의도 중앙회 2층 제1대회의실에서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이하 '경쟁제품')으로 추천될 품목에 관한 이해당사자 의견수렴을 위해 공청회를 진행한다. 지난해 같은 자리에선 평행선을 그린 찬반의견이 이번엔 조율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공청회 안건은 서버 및 스토리지 장비를 포함한 236개 제품을 중소기업청의 경쟁제품 지정 품목으로 추천할지 여부다. 다만 공청회 논의의 중심 내용이 될 제품군별 신청 내용 자료는 4일 오전 현재 배포되지 않았다. 중기중앙회 측은 이날 공지사항에 해당 자료 게시를 예고한 상태다. (☞링크)

■무슨 일 있었나

미래창조과학부는 2년전 ICT장비산업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관련 정책의 밑그림을 제시했다. 당시 국산 ICT장비의 시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공공부문 시장 창출을 추진한다는 계획도 언급했다. (☞관련기사)

미래부에 따르면 그간 연간 1천억~2천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공공부문 서버 및 스토리지 시장에서 외국계 장비 제조사의 점유율이 절대적이다. 이에 서버와 스토리지 제품을 국내서 직접생산하는 업체들의 납품을 늘려 공공부문의 ICT장비 국산 비중을 키울 수 있다는 구상이다.

미래부는 지난해 국산ICT장비업체간 연합인 '한국컴퓨팅산업협회' 설립을 인가하고, 이들의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지정 활동을 거들었다. (☞관련기사) 서버와 스토리지가 경쟁제품으로 지정되면 공공기관은 일정기간 국내 중소기업에서 직접 제조한 서버와 스토리지만 사서 쓰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생긴다.

중기중앙회는 공청회를 열어 경쟁제품 지정을 추천한다. 중기청은 추천받은 품목의 지정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지난해 한국컴퓨팅산업협회가 중기중앙회에 국산 서버 및 스토리지에 대한 경쟁제품 지정을 신청했고, 이후 중기청의 검토를 받았지만 최종적으론 지정이 무산됐다. (☞관련기사)

■중소기업자간경쟁제품이 뭐길래

중소기업청이 어떤 품목을 지정하면 그 생산업체인 중소기업은 일정기간 동안 대기업, 외국업체와의 경쟁을 피해 공공입찰 우선권 혜택을 받는다. 공공기관은 웬만하면 지정된 품목을 구매시 중소기업의 제품만 써야 한다는 게 경쟁제품 지정제도의 핵심이다.

지정된 품목을 만드는 중소기업 입장에선 외국계제조사 또는 대기업과의 경쟁을 걱정하지 않고 공공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런만큼 경쟁제품 지정 여부는 검토될 제품으로 먹고살던 중소업체 입장에서 그 나름대로 중대 사안이다.

서버 및 스토리지 품목 지정을 신청한 쪽이나 반대하는 쪽에게도 마찬가지다. 이들간의 갈등은 지난해 중기중앙회의 경쟁제품 지정 신청 논의 단계부터 공청회 이후 내내 불거졌다. 신청자들은 지난해 지정 무산된 신청 내용을 보완해 재지정을 추진 중이다. (☞관련기사)

■중기청의 딜레마

공공시장에 납품할 수 없게 된다는 점에 반발하는 쪽은 외국계 제조사가 아니라, 이들의 브랜드 제품을 취급하는 국내 파트너 업체들 중 중소기업으로 분류되는 작은 업체들이다. 사업전략 수립과 투자를 공공시장 특성에 맞춘 이들은 갑자기 공공시장에 납품할 수 없을 경우 경영난을 우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취재 결과 HP, IBM, 델, 레노버, 시스코, 화웨이 등은 애초에 국내 파트너를 통해 제품을 간접 공급하는 매출 구조상 공공시장 비중을 딱잘라 파악하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오히려 그 실적이 줄어들더라도 다른 매출 경로를 강화하려고 노력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파트너 업체들에 비해 절박함이 덜하다.

따라서 첨예한 이해관계의 대립은 국내외 기업간이 아니라 외국계 브랜드 제품을 취급하는 국내 파트너 업체들과, 어차피 외국에서 생산된 핵심 부품을 수입해 국내에서 조립하는 '국산장비' 업체간에 자리한다고 볼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중기청에서 보기엔 정책적 보호 및 지원 대상인 중소기업이다.

■공청회 이후 지정 여부 논의 급물살 탈 듯

물론 이번 중기중앙회 공청회에서 곧바로 결론이 나오진 않는다. 공청회는 사업자들의 경쟁제품 지정 신청 품목을 모아서 순차적으로 이해당사자들과 논의를 하고, 그 내용을 중기청에 실제 지정을 검토해 달라고 '추천'할지 여부에 반영하려고 진행되는 것이다.

이번 중기중앙회 공청회를 형식적이라 볼 수는 없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적용될 경쟁제품 지정 과정상, 이해당사자가 핵심 의견을 상호 표명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지정 반대 또는 신청자들에게 요구사항을 명확히 하거나, 지정 신청자들이 반대측과 견해차를 좁힐 기회는 공청회 어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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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중기청 검토 단계에서 진행되는 건 미래부와 행자부 등 관련 정부부처간 협의 뿐이다. 민간 이해당사자간 찬반의견 수렴이나 조율과는 성격이 다르다. 민간 업체들이 각 부처 관련 산업부서의 담당자에게 입장 내지 의견을 전할 수는 있지만, 중기청의 판단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는 없을 듯하다.

미래부는 정책방향상 간접 지원하고 있는 국내 서버 및 스토리지 제조업체의 논리를 대체로 수용하고 있다. (☞관련기사) 중기청 검토 단계로 넘어갈 경우 미래부에선 중기청에 해당 품목의 경쟁제품 지정을 적극 찬성한다는 입장을 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