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서버·스토리지 우선 구매 정책 불발

일반입력 :2014/04/24 09:42    수정: 2014/04/24 10:56

정부가 공공부문에서 국산 서버와 스토리지를 우선 구매해 쓰게 하려던 정책이 무산됐다.

24일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서버와 스토리지가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지정 대상에서 탈락했다고 확인했다. 중기청은 오후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지정이란 특정 품목에 대해 국내 사업자들만 공공 시장에 납품 기회를 주는 제도다. 시행되면 해당 품목을 만드는 외국계 제조사와 대기업은 공공 시장에 진입할 수 없다.

앞서 이트론, 이슬림코리아, 태진인포텍 등 한국컴퓨팅산업협회 회원사들이 중소기업중앙회에 국산 서버와 스토리지 제품을 경쟁제품으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했다. 이후 중기중앙회는 한국컴퓨팅산업협회 신청을 받아들여, 국산 서버와 스토리지를 경쟁제품으로 지정할지 판단해 달라고 중기청에 '추천'했다. 이후 반대 의견이 쏟아졌다. 특히 지정을 반대하는 외국계 서버 스토리지 제조사와 그 제품을 취급하는 수백여 국내 협력 업체가 정책에 강하게 반발했다. 중기청은 양측 주장과 제출받은 근거 자료를 검토한 끝에 지난 23일 경쟁제품 운영위원회 심의에서 서버와 스토리지를 경쟁제품 지정 대상에서 최종 탈락시켰다.

이 '국산 장비 우대' 정책의 도입은 당초 미래창조과학부가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육성한다는 취지로 지난해부터 기대를 걸어 온 부분이다. 하지만 이번에 지정이 불발된 것 자체는 큰일이 아니란 입장이다.

미래부 담당 사무관은 국산 서버와 스토리지 제품의 경쟁제품 지정 무산 소식에 대해 중기청으로부터 직접 전달받지는 못했지만 기자들의 문의로 알게 됐다며 (국산 장비 경쟁제품 지정을 전제로 준비한 사업들은) 미래부 ICT육성전략의 일부분이고, 나머지 영향을 받지 않는 정책을 추진하는 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직접 경쟁제품 지정을 신청한 사업자들은 아쉬움이 커 보인다. 한시적으로 공공시장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했는데 뜻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진택 한국컴퓨팅산업협회 사무국장은 ICT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우선 국산제품 만드는 중기 판로확보를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했는데 잘 안됐다며 반대시각을 가진 쪽에서 어떤 사유와 입장인지 알게 됐으니 이후 정식 지정이 될수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협회와 회원사들은 서버와 스토리지에 대한 경쟁제품 지정이 이번에는 무산됐지만, 다음 기회에는 성사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원래 경쟁제품 지정 품목은 3년마다 갱신된다. 이번엔 정식이 아니라 예외적인 추가 지정 절차를 밟았던 것이다. 새로운 품목을 정식 지정하는 절차는 내년 5~6월 접수 후 하반기 본격화된다.

사업적 타격을 우려해 경쟁제품 지정을 반대해 온 외국계 서버, 스토리지 제조사와 그 협력사들도 협회와 회원사들이 차기 지정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접했지만,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한국HP 관계자는 중기청에서 객관적인 자료와 타당한 근거를 면밀히 검토해 내린 결론일 것이라며 이후 같은 사안이 다시 검토되더라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지정을 반대하는 한국HP) 입장은 다르지 않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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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제조사 협력업체 관계자도 중기청에서도 사안의 복잡성과 첨예한 이해관계가 많은 사업자들에게 걸려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이번에는 지정 대상에서 제외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서버와 스토리지를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지정 대상에서 제외시킨 중기청의 공식 발표는 오늘 정오로 예고됐다.